[칼럼리스트 최상미] 왓 위민 원트, 로맨틱 홀리데이를 연출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작품으로 린제이 로한의 깜찍한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페어런트 트랩(The Parent Trap, 1998)은 엘리자베스 2호에서의 니콜라스 파커(데니스 퀘이드 역)와 엘리자베스 제임스(나타샤 리쳐드슨 역)의 선상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 페어런트 트랩(The Parent Trap, 1998) 영화포스트

그로부터 11년 9개월 후, 캘리포니아 나파에서 포도농장을 하고 있는 아버지(니콜라스의 성이 파커인 이유가 있었네요. 로버트 파커가 떠오르는...)와 살고 있는 할리 파커와 런던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유명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애니 제임스가 여름 캠프 ‘월든’에 참가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캠프에서 펜싱시합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 둘은 옥신각신 하던 와중에 서로가 쌍둥이 자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영화는 이런 할리와 애니가 그 동안 같이 지내지 못했던 부모님이 보고 싶어 서로를 바꿔 꾸미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이 둘이 부모님의 재결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를 주 내용으로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아무튼 그런 쌍둥이 자매의 노력으로 영화의 후반부에 엘리자베스는 니콜라스의 포도농장을 방문하게 되고, 니콜라스는 자신이 그동안 수집해온 와인 컬렉션을 엘리자베스에게 보여주게 된다. 여기서 니콜라스는 1921년산 부르고뉴 와인을 꺼내 그해의 비가 최고의 부르고뉴를 만들어냈다고 설명 해 주고, 수많은 와인들 가운데 특히 아끼는 와인이 따로 보관되어 있는 랙을 열어 1945년 종전 축하와인, 1952년산 보르도 와인들을 보여주는데 이 와인들 사이에 한 와인이 눈에 들어온 엘리자베스가 묻는다.

엘리자베스 : “이건 뭐죠?”
            (What’s this one?)
니콜라스 : “이 와인을 찾는데 몇 년이나 걸렸어”
         (That one actually took me years to track down)
엘리자베스 : “왜요?”
           (Why? Where’s it from?)
니콜라스 : “우리 결혼식 때 마셨던 와인이야, 그 후로 매년 모으고 있어.”
        (It’s the wine we drank at our wedding.  I now have every bottle ever made.)
엘리자베스 : “그래요?...”
            (You do?)
니콜라스 : “그래…….”
          (I do.)
엘리자베스 : “마셔봐도 돼요?”
           (Can we open one?)
니콜라스 : “당신만이 이걸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이야”
          (You’re the only one I’d drink it with)

바로 이 장면에서 엘리자베스와 니콜라스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니콜라스의 진심에 감동을 받아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 엘리자베스가 니콜라스의 진심을 확인하고 감동받는 장면에서 클로즈 업 되는 더블유 드림스(W...Dreams)

이후 영화는 이 둘이 쌍둥이 자매 할리, 애니와 함께 행복한 결혼식을 다시 올리게 되는 장면들이 그려지며 엔딩 컷이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할리와 애니의 부모님이 다시 재결합을 하게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엘리자베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던 와인이 오늘 소개할 화이트의 슈퍼 투스칸¹ 이라고 불리는 예르만, 더블유 드림스(Jermann, W...Dreams)이다.

이 와인의 이름은 와인양조와 포도재배에 매진하도록 이끄는 데는 자심의 꿈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던 예르만 가문의 실비오(Silvio)가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 록 밴드 U2의 1987년 발매한 5집 앨범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 “ 1번 트랙에 수록되었던,”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에서 영감을 받아 ‘영원한 꿈이 있는 곳’ 이라는 뜻의 “Where the Dreams Have No End”로 정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와인은 1987년 첫 출시되었는데 지금의 더블유 드림스(W...Dreams)란 이름을 지닌 와인 라벨이 탄생하기 까지는 수년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9년 동안은 라벨에 “Where the Dreams have no end…(영원한 꿈이 있는 곳)”라는 이름으로 캡슐의 색상은 아이리스의 5가지 색상에 화이트와 블랙을 추가하여 총 7가지 색상으로, 매 빈티지마다 화이트를 시작으로 이 색상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변화되었으며 달의 4가지 형상(그믐달, 초승달, 삭, 망)을 표시하여 출시하였다.

▲ Jermann, W...Dreams 2010빈티지 label (Roccolto: 수확년도, Duemila:2000, Dieci:10) 출처: Jermann 홈페이지

그러다 1996년부터는 와인명을 “Were Dreams, now it is just wine!”으로 바꾸고 헤일-밥 혜성(Hale-Bopp Comet)을 상징하는 파란색 캡슐을 추가하게 되었고 이 라벨은 7년간 더 유지되었었다.

마지막으로 2003년부터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와인명을 “W...Dreams......”로 변환 하고, 수확년도를 아래에 추가 표기하도록 하였으며 화성을 상징하는 붉은색 캡슐을 더 그려 넣었다. 와인명에 사용된 “...”은 “꿈이 실현될 수 있는 곳(Where Dreams can happen)” 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며 또한 이 와인을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꿈과 소망을 대입시켜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이들과 이 와인을 마시며 서로의 꿈과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기원해준다면 서로의 기억 속에 영화처럼 멋진 추억과 감동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니콜라스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식 후 퀸 엘리자베스 2호의 소믈리에가 Where the Dreams Have No End(영원한 꿈이 있는 곳) 와인을 서비스 하는 장면, 사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이 와인이 클로즈업 되었다가 페이드 아웃되면서 캠프 월든으로 시간이 이동하게 된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라면 엘리자베스가 지하 셀러에서 이 와인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이미 눈치 챘을지도……

[¹] 슈퍼 투스칸(Super Tuscan): 전통보다는 품질에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둔 와인들로 토스카나 지방에서 내려오던 전통을 과감히 깨뜨리고 새로운 품종(까베르네소비뇽, 메를로, 쉬라, 샤르도네...)들로 생산되는 우수한 와인들을 일컫는다. 이들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법에서 정하고 있는 품종, 양조방법 등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와인의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최상급인 D.O.C.G 등급을 부여받지 못하여 대부분이 IGT등급을 받고 있다.
 

[칼럼리스트 소개]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교육/자격검증),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Certificate of Master Sommelier & Wine Consultant, 와인 소믈리에 컨설턴트, Beverage Management, Certificate of Sommelier, Certification for Wine Tasting Education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  최상미 vinvinowine@naver.com)

기사제보 stpress@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