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쌀 수확량은 역대 최저치였다. 약 350만 톤으로 5년 연속 쌀 수확량이 감소했다.

이미 2월에 필자는 국내 가공용 쌀 부족 사태를 예고했으며, 지금은 우리가 먹는 HMR냉동 볶음밥에서 미국산 칼로스 쌀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의 수확량은 쌀 재배면적의 증가와 좋은 기후 조건으로 인해 작년 대비 10.7%나 증가한 약 388만 톤이나 된다. 이제 농민들은 쌀값 하락을 걱정한다.

쌀이 남는다면 가장 좋은 대안은 쌀 가공식품일 수밖에 없다. 그 중 가장 많은 쌀을 사용하는 식품은 단연 ‘즉석밥’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즉석밥 시장 규모는 약 4,900억 원으로 쌀 가공식품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즉석밥 시장은 CJ 햇반과 오뚜기밥, 동원의 센쿡이 경쟁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 하림이 ‘순수한 밥’이라는 새로운 즉석밥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더 심화하였다.  

그럼 CJ, 오뚜기, 동원, 하림은 어떤 제조 방식으로 즉석밥을 만들고 있을까? 밥이 답이다. 46번째 이야기에서 CJ와 오뚜기가 사용하는 일명 ‘신와 방식’과 동원의 ‘에치고 제조방식’에 대해 비교 설명했다.

당시에는 간단히 신와 방식, 에치고 방식으로 설명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CJ와 오뚜기는 ‘개별 트레이 취반 제조법(신와 제조방식)’을 사용하고, 동원은 ‘초고압살균처리겸용 제조법(에치고 제조방식)을 사용한다. 여기서 신와, 에치고는 제조사 및 즉석밥 회사명이다. 이외에도 지금 일본의 경우 많은 회사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즉석밥을 생산하고 있어 현재까지 총 8가지 제조 방식이 있다. 이번 칼럼을 보기 전 46번째 칼럼을 보고 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가장 최신 제조 방식을 도입한 하림의 즉석밥 제조방식을 포함해서 3가지 즉석밥 제조 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1) 개별 트레이 취반 제조법 (SHINWA 방식) – 적용 회사 : CJ, 오뚜기

SHINWA사가 개발한 방식으로 1995년 이 제조법을 사용한 즉석밥이 출시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도입된 생산 방식으로 일본,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널리 영국까지 이 제조방식으로 생산된 즉석밥이 있다. 가압 가열 후 증기로 취반하는 방식이다. 제품에 따라사 산도조절제(피틴산)를 사용해 밥의 pH 조절을 한다.

l  제조 순서

백미 입고 – 쌀 세척(세미) – 침지 – 계량 트레이 충전 – 가압 가열 (초단시간 140℃) – pH 조절수 충전 – 스팀 취반 – 가스 치환 실링(클린 룸) – 뜸 들이기 – 냉수 냉각 – 검사 – 박스 포장 – 출하

▲ 신와 제조 라인도 (이미지=SHINWA-Kikai.co.jp>

2) 초고압 살균 처리 병용 제조법 (ECHIGO 방식) – 적용 회사 : 동원

초고압 살균법은 파스칼의 원리를 이용한 살균 처리 기술로 고온의 열을 사용하는 살균 방식에 비해 열을 사용하지 않기에 영양소의 파괴가 없고, 색상, 향기, 맛 변화 등의 적게 발생해서 훨씬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해외에는 햄, 소시지 살균과 같은 축산물 가공품의 살균에 많이 사용되나, 우리나라에서는 ‘풀무원의 아임리얼’과 같은 생과일 과채 주스의 살균 처리에 많이 사용된다.

2000년 에치고 제과는 초고압 설비 제조사와 함께 연구해서 초고압 방식의 즉석밥 제품을 첫 출시했다.

초고압으로 순식간에 쌀을 중심부까지 충분히 불릴 수 있고, 높은 압력은 전분에서 환원당 생성을 촉진시키기에 밥의 단맛과 찰기가 뛰어나다. 그리고, 현미나 잡곡밥처럼 단단한 식감의 원료도 충분히 부드럽게 만들 수 있기에 소화성이 좋아진다. 신와 제조 방식과 비교해 에치고 제조방식을 사용한 회사의 현미밥, 잡곡밥의 품질이 더 우수하다.

그러나 초고압으로 인해 생산과정 중 쌀에 크랙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l  제조 순서

무세미(씩어나온쌀) 입고 – 정제수 투입 – 초고압 살균 – 탈수 – 쌀 계량 - 취반수 충진 – 1차 실링 – 스팀 취반 – 탈산소제 투입 - 2차 실링(클린 룸) – 검사 – 박스 포장 – 출

▲ 초고압 살균의 원리도 <이미지=HIPER BARIC>

3) 개별 트레이 레토르트 가마(RIC) 제조법 (HISAKA 방식) – 적용 회사 : 하림

*RIC : Rapide Innovative Cooker (클린 진공 직분사 스팀의 고온 단시간 살균 장치)

살균 장치 전문 제조사인 HISAKA가 개발한 방식으로 국내 다수의 기업에서 히사카의 플레이드식 살균기나 레토르트 살균기를 사용하고 있다. 2001년 이 제조 방식을 도입한 즉석밥이 출시되었으며, 고온 단시간 가열 방식인 RIC방식과 저압 취반, 포장 후 레토르트 살균 장치에 가열하는 것이 특징이다.

l  제조 순서

백미 입고 – 쌀 세척 – 침지 – 계량 트레이 충전 – 소형 레토르트 장치 살균(진공 탈기 & 고온 단시간 살균) – 살균 취반수 투입 – 가압 증기 취반 – 가스 치환 실링 – 후살균 냉각(레토르트 설비) – 검사 – 박스 포장 – 출하

▲ 히사카 제조 라인 <이미지=HISAKA.co.jp>

레토르트 살균기 전문 기업답게 가장 빠르게 진공에서 클린 스팀을 활용한 살균공정을 거친다. 생산라인에서 상당 부분이 클린 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저압 취반 방식으로 인해 쌀의 손상이 제일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다른 첨가물 없이 순수하게 쌀과 물만으로 상온 즉석밥 제조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치 하림 제품만 순순하게 즉석밥을 지었다고 광고한 것은 큰 오판이었다.

CJ 햇반 중 일부 상품과 동원의 센쿡은 ‘산도조절제’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즉석밥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산도조절제 역시 현미에 존재하는 피틴산으로 만든 것이기에 쌀로 만든 첨가물이다. 그리고, 가공식품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의 안전성이다. 식품의 안전성을 위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안전한 첨가물을 사용하는 것은 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히사카 방식을 도입한 하림이 가장 최신의 안전성이 높은 설비를 갖추었지만, 각각 취반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다. 얼마나 그 설비에서 최적화한 쌀로 즉석밥을 개발하느냐와 그 설비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숙련도가 더 중요하다.

관능학적인 측면에서 우수한 밥맛의 기준은 있지만, 누가 뭐라든 내 입에 맞는 밥맛이 가장 맛있는 밥이다. 모두 자기만의 기준이 다르다. 어느 회사 즉석밥이 맛있는지 비교해서 먹어보고 내 입맛에 맞는 즉석밥을 찾아보자.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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