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탈리아는 최고의 와인 생산국이다.
요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음식을 먹기 위해 와인을 마신다는 사실이다.
우리하고는 반대다.

유럽의 와인 문화의 주인공은 근사한 테이스팅 룸이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모 정치인이 그랬다는데) 식탁이다.
유럽인들은 먹기 위해서 와인을 마시고
우리는 와인을 마시기 위해 먹고
나는 살기 위해서 먹는다.
 

▲ 이탈리아 로에로(Roero) 지역 '말비라(MALVIRA) 와이너리'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와인 생산자와 와인 소비자 사이에는 완벽한 상관 관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로버트 파커 100점짜리 와인은 음식 하고는 50점짜리다. 대부분의 프랑스, 이태리의 음식들은 비싸지 않고, 산도가 높고, 향이나 풍미가 압도적이지 않은 와인과 환상의 복식조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와인 마니아들은 자존심과 와인 지식을 동일시하며, 싼 와인을 경멸하며 전문가들이 만든 규칙과 와인 지식이 헌법 제1조 1항이다.
호사가들을 위한 와인과 식탁에서 음식과 곁들이는 와인은 다르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빈대학에서 의학도일 때도 바다 보러 자동차로
9시간 걸리는 베니스로 달려가곤 했다.

보르도에서 와인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자동차로 1시간이면 아르까숑이라는 근사한 대서양 해변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최고의 음식과 와인 궁합은
아르까숑 해변 좌판에서 맛본 석화(굴)와 싸구려 화이트 와인(세미용 품종) 이였다.
19세기 때 최고의 마리아주는 정반대로 굴과 달디단 소테른 스위트 와인이었단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고, 영원불변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뿐이다.
 

▲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유지태가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에게 말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렇게 말해야 맞다.
"바보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니?"

작가 Richard Olney는 이렇게 근사한 말을 남겼다.

"일반적인 사고의 양상은 진부함과 추상적인 방식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각에 기대어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맛을 어떻게 감정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칙에 의존하려고 한다. 규칙이 있으면 생각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미각으로 맛을 감정해야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규칙에 따르기만 하면 되지만 결국엔 규칙 때문에 모든것이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다"

참고로 보르도 화이트와인은 세미용, 쇼비뇽브랑, 무스까텔라로 만든다.
아르까숑은 보르도 부근의 휴양도시로 대서양 최대의 굴 산지인 노르망디권에 속해있어 굴 생산량이 많으며, 유럽 최대의 해안사구가 있다.
 

▲ 권기훈 교수

[칼럼니스트 소개]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 권기훈 a90049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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