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을 통해 과거 수천 년 이전의 사람들이 ‘와인’을 즐겼던 흔적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다양한 발견을 통해 고대 사람들이 와인을 어떻게 만들고 거래하고 즐겼는지에 대한 시대상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고대 로마 시대의 지혜로운 '와인 거래' 네트워크

▲ 랭스에서 발견된 고대 로마 시대의 와인 배럴 <사진=équipe de fouille Inrap>

프랑스 랭스에서 발견된 잘 보존된 로마 시대의 와인 배럴을 통해, 고고학자들은 어떻게 와인 배럴이 만들어졌는지,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고대의 와인 거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3개의 와인 배럴은 지난 2008년, 고고학 발굴의 일환으로 랭스 지역을 관통하는 벨강(Vesle)의 오른쪽 둑을 따라 발견되었다. 서기 1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배럴은 뛰어난 보존 상태였다고 한다.

추적 분석 결과, 배럴에서는 알코올 발효의 일반적인 지표인 말산과 타타르산이 검출되었으며, 와인 거래에서 사용되었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또한, 총 1,000~1,200ℓ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었다.

배럴에 사용한 나무는 떡갈나무가 아닌 유럽 전나무를 사용했으며, 손도끼, 까뀌, 크로즈(croze) 등의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조자들과 소유주들에 의해 생긴 낙인이 있었다. 과거에도 자신의 공예품이나 작업장 소유자의 이름을 표시하는 등 자신만의 ‘상표’가 있었던 셈이다.

어떤 경우에는 선적된 와인의 종류와 수량이 언급되었으며, 군대뿐만 아니라 상인과 선술집 관리인을 위한 와인들도 있었다.

연구팀은 “과거에도 와인 거래를 위한 많은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것이 명백하다”라며 “와인생산자, 장인, 상인, 후원자, 운송업자 그리고 많은 전문 기술자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고대 섬유 산업에 기반을 둔 놀라운 지리적, 지방적, 경제적 범위의 유통에 종사하는 일종의 대리점들을 하나로 묶었다”라고 말했다.

레바논에서 발견된 2,600년 전 '와이너리', 고대인들의 와인 양조 지혜 눈길

▲ 레바논에서 발견된 2,600년 전 포도압착기 <사진=The TELL EL-BURAK ARCHAEOLOGICAL PROJECT>

2020년 9월, 2,600년 전의 페니키아(Phoenician) 사람들이 사용하던 포도압착기가 레바논에서 발굴되었는데, 이는 레바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추정된다.

적어도 기원전 7세기 무렵의 이 포도압착기는 레바논 시돈 지역에서 남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텔 엘-부락(Tell el-Burak)에서 발견되었다. 압착기에는 석고로 만든 큰 두 개의 대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포도는 압착되어 윗부분에 위치한 첫 번째 대야에 침전되면, 그대로 포도 주스가 밑에 있는 두 번째 대야로 흐르게 되는 방식이다. 그 뒤, 발효 및 운송을 위해 암포라(Amphora) 항아리에 옮겨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 당시 와이너리 추정 모습 <사진=the Tell el-Burak Archaeological Project; drawing by O.Bruderer>

이 형태는 지중해 전역의 청동기 및 철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다른 포도 및 올리브 압착기와 비슷한 형태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도자기와 씨앗을 통해 올리브가 아닌 ‘와인’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유적지가 매우 잘 보존되어 있어 고대 와인 생산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보존된 석고를 통해 고대 페니키아 건축 기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발견된 포도압착기는 6채의 가옥과 함께 발굴되었는데, 주변 현장을 연구한 결과, 고고학자들은 현장 생산품의 상당 부분이 수출용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레바논이 자리 잡고 있는 이 땅에 살고 있던 가나안 사람들과 그들의 테니키아 후계자들은 당시 고대 지중해에서 유명한 와인메이커였다고 한다.

가나안인 와인메이커는 이집트의 파라오에게 고용되어 그들의 포도원을 관리했으며, 페니키아 사람들은 무역은 물론 식민지 도시를 통해 북아프리카 및 현대의 시칠리아, 프랑스, 스페인에 와인과 올리브오일, 유리, 그들의 알파벳을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상인이 사용한 '와인 무게 측정' 도구 발굴

▲ 고대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와인 측정 테이블' <사진=IAA>

2020년 1월, 고고학자들이 팔레스타인 인근 실완(Silwan) 지역에 있는 다비드 국립공원에서 와인의 무게를 측량하는 데 사용한 ‘와인 측량 테이블’을 발굴했다.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은 와인 측량 테이블이 있던 장소가 고대 예루살렘의 주요 아고라 혹은 시장의 위치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돌 테이블은 아고라의 눈에 띄는 장소에 놓였을 것이고, 상인들은 그들이 손님들에게 올바른 측정량의 와인을 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의 측정 테이블의 파인 곳엔 바닥에 작은 구멍이 있어 액체를 나중에 빼낼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발견된 장소는 과거 신전으로 향하는 큰길에 있었기 때문에 교통이 활발해 많은 순례자의 방문이 있었으며, 잠재적으로 장사를 하기에 매우 적절한 곳으로 판단된다. 고고학자들은 측정을 통해 고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로마 통치자들은 올바른 비율의 세금을 징수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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