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이 흘러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맛'.
저에겐 4년 전 매서운 추위가 지나갈 무렵, 처음 만났던 호주 화이트 와인이 그렇습니다.

르윈 에스테이트(Leeuwin Estate)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 세계적인 와인으로 성장하는 데 공헌을 한 와인메이커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는 1972년 호주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 지역에서 포도가 자라는데 최상의 조건을 가진 곳을 찾아냅니다. 사실 그곳은 가축 농장이었죠.

가축 농장의 주인 드니스(Denis)와 트리샤(Tricia)는 이후 로버트의 조언에 따라 1979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게 됐고, 그게 르윈 스테이트 와인너리의 첫걸음이었어요.

▲ 르윈 에스테이트 아트 시리즈 <사진=leeuwinestate.com.au>

르윈 에스테이트에는 유명한 와인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아트 시리즈(Art Series)’ 라인인데요. '아트'라고 이름을 붙일 만큼 아름다운 그림들이 '와인 라벨'에 담겨있어요. 이 그림들은 모두 호주 예술가들의 작품이죠. 이 중 '아트 시리즈 샤도네이'는 1981년 디캔터 매거진에서 '최고의 샤도네이'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으며, 와인 서처(Wine Searcher) 그 해의 "TOP 100" 리스트에도 여러 번 오른 와인입니다. 

Leeuwin Estate, Prelude Vineyard Chardonnay 2011

▲ Leeuwin Estate, Prelude Vineyard Chardonnay 2011 <사진=도윤>

2017년 저는 서울의 어느 와인샵에서 아트 시리즈 샤도네이를 발견하고는 고민에 빠집니다. 이 와인을 살까 말까? 생각에 빠진 찰나, 와인샵 사장님께서 마치 제 마음을 대변하듯, "이 와인이 아주 좋지만 가격이 좀 나가서 조금 부담될 수 있어요. 같은 와이너리의 그 와인도 아주 좋은 와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와인은 바로 샵 한쪽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던 '르윈 에스테이트, 프렐뤼드 빈야드 샤도네이' 2011년 빈티지. 2011 빈티지가 남아있다니. 나는 행운아일까 아닐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와인샵 사장님의 추천에 응하게 되지요. 덕분에(?)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한 병을 더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와인은 집 작은 방에 있는 와인셀러에 고이 눕혀놨다가 2018년 1월의 어느 날 마셨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마음은 정말 한낱 기우였어요!

'레몬, 귤, 잘 익은 복숭아, 파인애플과 더불어 은은한 바닐라 향, 가벼운 터치의 버터 풍미. 매끄럽고 크리미한 질감과 입맛을 돋우는 산미' 

정말 맛있고 우아하고 세련된 맛이었습니다. 맛을 음미하면 할수록 비싼 가격의 와인이 아니더라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많이 설레기도 했고요. 프렐뤼드 샤도네이는 저에게 '와인을 사랑하는 마음'과 '와인을 잘 익혀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끔 해준 와인입니다. '특별한 만남'으로 큰 선물을 받게 됐네요. 그래, 와인 마시는 재미란 이런 거지.

▲ Leeuwin Estate Art Series Sauvignon Blanc 2020 <사진=컴인와인>

위에 사진 속 와인은 호주 소비뇽 블랑 '르윈 에스테이트 아트 시리즈 소비뇽 블랑'으로 샤도네이보다 훨신 저렴한데요, 캐릭터가 강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또 다른 호주 마가렛 리버 지역의 매력적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 2022년 2월. 이렇게 저는 계속 다양한 와인을 탐구하고 사랑하는 중입니다. 저처럼 '또 다른 맛'을 탐구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특별한 맛이 따로 있나요. 내가 좋으면 그게 '특별한 맛'이지요. 앞으로 '레코드와인'이 그 '특별함'을 소개하겠습니다.

도윤 기자는 와인과 술에 관한 문화를 탐구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현재 블로그 '도윤의 특별한 맛'과 유튜브 채널 '레코드와인', 인스타그램 @record.wine을 운영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도윤 기자 winetoktok@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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