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적은 돈을 지급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입하고 싶어 한다. 반면 최근에는 제품 구입 기준의 하나로 가심비(가격이나 성능보다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중요시하기도 한다. 술에서도 가심비 소비 패턴에 맞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기만족의 술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전통주들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는 이유도 전통주의 다양성이 가심비를 충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전통주 중에 가심비가 좋은 술을 찾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일을 쉽도록 길잡이를 해주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 제품들이다. 매년 전국에 있는 우리 술들을 출품받아 서류 및 관능 평가를 해서 상을 주는 대회다. 주종별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선발하기에 매년 15개 정도의 맛있는 술이 선발이 된다. 2017년부터는 주종별 대상들 만 다시 평가를 해서 한 제품에만 대통령상을 주고 있다. 결국 품질이 우수하고 맛있는 술을 찾아 대통령상을 주는 것이다.

▲ '2021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전체 수상작 15개 제품(좌) 대통령상 수상작인 화양의 '풍정사계 춘'(우) @농림사진식품부

맛있는 술을 선발하는 대회가 현재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문 기록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주류 품평회는 청주(사케) 품평회로 1915년 6월 6일 마산에서 개최된 대회이다(4월 21일 자 부산일보의 마진일간). 출품작이 청주 73품목으로 총 3번의 심사를 거쳐 우등 2점, 일등 3점, 이등 6점, 삼등 10점을 뽑았다.

이후에도 1917년 전조선 주류품평회가 경성에서 개최되었고 이후에도 많은 품평회가 각 지역에서 개최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맛있는 술을 찾는 일들을 해온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이름으로 주류품평회들은 계속 유지되었다. 현재와 같은 주류품평회는 2008년 국세청에서 ‘대한민국 명품주 선발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 한 후 2009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되면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이하 우리술 품평회)’로 이어지고 있다.

▲ 조선 최초의 조선청주품평회 1915년 4월 21일자 부산일보 @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우리술 품평회에서 입상을 하고 나면 다양한 혜택이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주류를 배울 수 있는 해외연수와 해외 주류품평회 출품할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각종 만찬에 건배주로 사용되었으며 대형 마트에서의 판매에서도 이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혜택이 변경되어 상금을 크게 키웠으며 정부 행사나 다양한 시음회 및 행사에 사용될 수 있게 추천도 계속 해준다. 물론 이러한 눈에 보이는 혜택도 있지만 가장 큰 혜택은 자신의 술을 전국에 알리는 것이다. 작은 양조장들은 홍보를 하기 쉽지 않기에 품평회 입상은 홍보비를 주지 않고도 홍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있다. 전국의 많은 술들 중에 나에게 맞는 술을 고르는 시간과 수고를 줄이는 것이다. 매년 막걸리, 약주, 과실주, 증류주 등에서 우수한 제품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맛으로 선발을 한 것이기에 소비자의 선택을 쉽게 해 준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술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과거부터 상을 받은 술들을 정리해 보면 우리가 마시는 술에 대한 기호적인 흐름을 알 수 있다.

막걸리를 예를 들면 초창기에는 쌀을 이용한 깔끔한 형태로 우리가 익숙한 대중적인 술들이 입상되었고 업체 간 품질 차이도 컸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프리미엄 술들의 입상이 많아졌고 제품 간의 품질 차이도 줄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개최하는 우리술 품평회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개최하는 품평회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이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2014년부터 매해 개최하고 있는 대회이다. 우리술 품평회와 차이라면 우리술 품평회가 국내에서 생산된 국산 술들을 중심으로 하는 대회이며 법에 정해진 우리 술(맥주, 소주(희석식) 제외)를 중심으로 대회를 운영한다.

반면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뿐만 아니라 수입되는 술까지도 출품 제품에 대해 평가를 하는 대회이다. 평가를 하는 주종도 소주, 맥주, 위스키, 스피릿, 우리 술, 와인, 사케, 백주 등 전 분야에서 좋은 술을 선발해서 상을 주는 것이다.

▲ 2019 대한민국 주류대상 시상식 @대한민국 주류대상 사무국

아직 우리나라는 우리 술 관련 품평회가 많지 않다. 상을 받은 것 자체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품평회도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 이런 대회가 많아지고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는 가심비 있는 술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 받을 것이다. 올해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와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개최가 준비 중이다. 많은 양조장들의 참여를 통해 올해도 좋은 술이 선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대 형 박사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이대형 koreasool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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