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5일 정월 대보름 음식 <사진=한국물가정보>

지난해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단연 화두였다.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애그플레이션은 곡물 가격이 오르면 일반 물가까지 동시에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올해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는 모처럼 희소식이 찾아왔다. 

▲ 전통시장 vs 대형마트 정월 대보름 물가 비교 <사진=한국물가정보>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오곡밥과 부럼 재료 등 주요 1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은 124,600원, 대형마트는 165,850원으로 전통시장은 전년 대비 17.2%, 대형마트는 16.2% 내렸으며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33.1%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모든 품목에서 상승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올해는 부럼의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 정월 대보름 주요 품목 물가정보 <사진=한국물가정보>

이번에 가격이 많이 내린 것으로 조사된 오곡밥의 주요 재료와 잣과 밤 등은 지난해 특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는데, 이들 품목은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작황도 좋아져 가격이 내렸으며, 반대로 이번에 가격이 오른 호두, 은행, 땅콩 등은 대부분 수작업인 관계로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선임연구원은 “올해 곡물류와 견과류 가격이 작년보다 많이 내리긴 했지만, 평년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가격대인 것은 사실”이라며 “재작년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 등의 기상악화로 인한 흉작이 생산량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오히려 그 기대효과로 인해 재배면적이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재작년 대비 병해충 피해도 줄고 기상 여건도 좋아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정월 대보름 품목별 물가 비교 <사진=한국물가정보>

한편, 정월 대보름에는 예로부터 절식으로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김과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등을 먹으며 한해의 건강과 소원을 빌고, 쥐불놀이, 액막이, 연날리기, 달집태우기, 달맞이 등의 놀이와 행사로 한 해의 풍년을 빌었다. 인구가 도시로 대거 유입되면서 최근에는 이런 전통 놀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오곡밥 먹기’와 부스럼 예방과 치아 건강을 기원하는 ‘부럼 깨기’는 매년 빠지지 않고 남아 있는 행사다. 

칼로리가 높은 대부분의 견과류에 비해 밤은 100g당 167㎉로 열량이 낮고, 비타민C 함유량이 풍부해서 생밤 10개면 비타민C 하루 필요량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잣은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는 데 탁월한 견과류로 혈압을 낮추고 스태미나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지방이 약 65%를 차지하는 호두는 그중 90%가 단백질과 소화 흡수가 잘 되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우리 몸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은행에는 장코플라톤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혈전을 없애주는 등 혈액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땅콩에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 함유량이 많아 스태미나 식품으로 불리며, 콩류 중에서 당질이 가장 적게 들어있어 당질 제한을 할 때 유용하고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심장병 예방에 좋은 성분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파라쿠마르산도 풍부하다.

이렇게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물고 먹는 것에서 겨울 동안 부족했던 영양소를 보충하고자 하였던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정월 대보름 주요 품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물가정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전은희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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