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공 기구를 주문했지만, 기술자가 아파서 1972년 샤르도네 병입 전에 설치를 할 수가 없었다. 병입 후 나는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계속 살폈다. 한 달 쯤 지난 후 와인이 갈색을 띈 핑크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서 짐 배럿을 불렀고 함께 병을 따서 맛을 보았다. 우리는 둘 다 와인 맛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느꼈고 색깔만 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몇 달 동안 계속 색깔을 살펴보았다. 절망이 극에 달했을 때 와인 색깔이 깨끗해지기 시작하며 서서히 황금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짐을 불러 병을 보여주었다. 병은 황금색이 선명했고 맛은 처음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 일화는 2008년 영화 〈보틀 쇼크(Bottle Shock, 한국 제목: 와인 미라클)〉의 소재였다. 보틀 쇼크는 와인 양조 용어로 화이트 와인이 병입 직후나 이동으로 색깔이 일시적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발효 후 공기 접촉으로 나타나며 맛과 향에는 이상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 기적의 와인(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 박원숙 번역, 가산출판사)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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