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인과의 첫 만남에선 사실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어요. '낯설고 새로운 맛'이라 해야하나? 하지만 첫인상이 다가 아니라는 말처럼 한 모금, 두 모금, 조금씩 다가가보니 볼수록 매력적인 '볼매'같은 와인이었죠.

유명한 와인도서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1001 가지 와인(1001 WINES YOU MUST TRY BEFORE YOU DIE)' 394P에도 소개됐던 주인공(아, 빈티지는 다릅니다). 지금 소개할게요. 

비네티 마싸((Vigneti Massa)

▲ 2020년 1월 이탈리아 내추럴와인 메이커 디너. 정식당

비네티 마싸(Vigneti Massa)는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지역에 1879년 설립, 4대째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입니다. 2020년 1월엔 1세대 독립 생산자(FIVI 협회)이자 현 와이메이커 발테르 마싸(Walter Massa)가 한국에 방한을 하기도 했었지요. 

저는 그 때 미슐랭 레스토랑 '정식당'에서 열린 와인메이커스 디너에서 발테르씨를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괴짜'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그는 그의 '와인'에 대한 질문에 와인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아주 아주 '시적'인 답을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아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 발테르 마싸(Walter Massa)

발테르(Walter)는 1980년 대 멸종 위기에 있던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고대 토착 품종 티모라쏘(Timorasso) 를 부활시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피에몬테 지역의 고급 포도 품종 네비올로(Nebbiolo) 와인 만들기에 열을 올릴 때, 티모라쏘뿐만 아니라 바르베라, 크로아티아 등의 포도들로 와인을 생산했지요. 사실 바르베라 와인을 아주 잘 만들기로도 소문난 분이랍니다.

어쨌든 저의 '티모라쏘'에 대한 첫경험은 '이탈리아 와인 메이커들도 존경하는 인물 발테르' 그러니까 '티모라쏘의 아버지'가 만든 와인으로 시작됐습니다.

Vigneti Massa, Costa del Vento 2013

2013년 빈티지를 처음 만났을 때 '코스타 델 벤토'는 황금빛 컬러를 띄고 있었습니다. 노란 꽃 향기와 잘 익은 복숭아, 열대 과일 아로마가 달콤하게 느껴졌고(실제로는 드라이한 와인이죠), 허브 캐릭터, 견과류 향과 풍미도 큰 특징이었어요.

마치 쉐리와인(주정강화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산화 풍미도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에 걸맞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바디감과 '와인의 맛을 잡아주는 산미'와 미네랄리티도 좋았어요. '고급스럽고 깊이가 있는 맛'이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딱 느낌이 왔어요. '아! 굉장히 다양한 요리에 어울릴 수 있는 친구구나.'라고요. 생선과 해산물 요리, 라구, 크림 파스타, 닭고기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에는 더 금상첨화일 것 같은. 크으...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이는군요!

▲ 티모라쏘는 피에몬테 남동부의 콜리 토르토네시 지역이 원산지이다. 티모라쏘가 85% 이상 포함되어야 와인 라벨에 원산지 표시가 가능하다. 'Colli Tortonesi'는 현지 방언인 Colli Tortonesi 와인은 종종 Tortona 마을의 전통적인 이름(현지 방언으로)인 "Derthona"로 표시된다.

이후 저는 몇 번 더 코스타 델 벤토를 만났습니다. 작년 가을즈음 용산의 한 와인바에서 만났던 이 친구는 오렌지에서 좀 더 금빛, 호박빛 색깔로 변해가고 있었지요. 이 때는 더 다양한 음식들과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 가리비 관자를 볶아 메쉬트 포테이토와 블렌딩. 그 위에 감태와 성게를 올린 요리. <용산 와인바 마음집>

삼치찜이나 라구 파스타에도 맛있게 먹었지만,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페어링은 '가리비 성게 요리'였어요. 담백하고 은은한 단맛의 가리비와 감태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녹진한 성게의 만남은 와인을 더 맛있게 빛내주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의 어느 날.
'코스타 델 벤토'는 화려하고 풍부한 매력보다는, 세월 속에 기품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득 최근 빈티지의 와인과 함께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발테르씨가 예전에 들려줬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티모라쏘는 부르고뉴의 샤도네이나 보르도의 화이트 와인처럼 숙성 잠재력과 그 뒤에 오는 복합미를 보여줄 수 있는 포도입니다." 그리고 "좋은 와인은 잘 숙성된 좋은 포도, 만드는 이의 손길(센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는 그 말이요. 

좋은 와인은 어느 순간,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비네티마싸 #코스타델벤토 #티모라쏘 

 

도윤 기자는 와인과 술에 관한 문화를 탐구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현재 블로그 '도윤의 특별한 맛'과 유튜브 채널 '레코드와인', 인스타그램 @record.wine을 운영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도윤 기자 winetoktok@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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