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제조 교육 중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술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좋은 술 만들기는 어렵다"이다. 일반적인 전통주를 만드는 재료는 쌀, 누룩, 물로 간단하다. 이 세가지 재료를 이용해서 쌀의 전처리(고두밥, 범벅, 죽 등)와 혼합비율, 온도를 다르게 하며 다양한 술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술은 발효 과정 중 여러 외부 요인(온도, 교반 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이렇듯 술 만들기는 재료의 단순함으로 쉽지만 여러 조건을 최적화하기가 어렵기에 좋은 술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일제강점기 이전에 술은 집에서 만들어 먹던 김치, 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이었다. 조상께 올리는 제주(祭酒)나 절기마다 빚던 계절주 등 다양한 술들이 가정에서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가양주(家釀酒) 문화다. 근현대 통계(조선주조사)를 보면 1909년 ‘주세(酒稅)’가 생기기 이전엔 가양주 제조장은 무려 15만 5832개였다. 주류 제조자는 전국 총가구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많은 집이 직접 술을 빚어 마신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세금 징수가 목적인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우리의 전통은 무너져 갔다. 집에서 가양주를 빚어 마시는 일이 금지된 것이다. 대형 양조장만 남는 상황이 초래됐다. 집집마다 달랐던 술맛, 그 찬란한 개성도 사라져 갔다.

해방 후에도 가양주 제조는 세금 징수와 쌀 낭비 등의 이유로 금지됐다. 결국 암암리에 밀주(密酒)가 퍼졌다. 맥주병 등에 밀주를 넣어 파는 술집도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이 서울 시내에 펼쳐지기도 했다. 쫓는 자는 세무서 직원. 그들이 밀주 단속 나오면 온 동네가 술을 숨기느냐 술렁거렸다. 정성스럽게 만든 술을 빼앗기는 것도 억울하지만, 벌금 무려 10만원이었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150원 정도였으니 벌금은 서민이 부담하기에 매우 컸다. 그만큼 밀주를 엄하게 단속을 한 것이다. 하지만 쌀 생산량이 늘고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6년께 가양주(자가 양조) 제조가 허용됐다. 가양주를 만드는 이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술 제조에 대한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하고 술 잘 빚는 이나 집안 어른께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대부분이었다.

▲ 1954년 대전사세청장(세무소장) 밀주단속 경고문 @국세청

술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려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술 제조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양조기술교실을 운영하고는 있으나 교육기간이 짧고 인원이 제한적이라 많은 사람이 교육을 받지 못했다. 양조장에서 술 만드는 기술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도제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론보다 기술과 제조방법 위주로 전달 되어 왔다. 이러한 전통주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전통주 교육과 관련된 사업이 시작되었다.

하나는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지원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훈련기관 지정·지원 사업'이다. 두 가지 모두 전통주를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양조장 창업예정자나 주류업체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제조를 위한 이론 및 실습을 병행한 장기교육(6개월 150시간 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훈련기관’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우리술에 담긴 유래와 역사, 제조방법 보급 및 전수, 술에 대한 기초지식 등을 교육하고 있다.

▲ 교육기관에서 만든 전통주들 @이대형

첫해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2곳, 교육훈련기관은 6곳이 지정되어 운영되었고 현재는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6곳, 교육훈련기관은 19곳이 지정(2022년 3월 기준)되어 운영되고 있다(표 참조). 이러한 교육기관은 전통주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주 문화를 확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실제 교육기관을 수료한 후 양조장 운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전통주를 더 깊게 알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주를 홍보하는 서포터즈의 역할을 한다.

과거 양조장은 대를 잇는 가업이거나 지역 유지들이 운영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규모 양조장이나 지역특산주 전문 양조장 등 다양한 형태의 양조장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전통주 교육을 받고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직접 키운 쌀을 이용해 지역특산주를 만들기 위해 교육을 받기도 하고, 귀농 시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부부가 교육을 받기도 한다. 퇴직 후 노후 대비를 위한 생계 수단이나 취미 차원에서 교육받는 이도 있다.

최근 특징은 교육생의 나이가 젊어졌다는 것이다. 양조장을 물려받는 2세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전통주에 관심 있는 20~30대 청년들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뜻이 맞는 이들끼리 의기투합해 ‘청년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통주 마케팅 회사, 유통회사, 전통주 전문 주점 등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 전통주에 스며들고 있다. 지속적으로 교육생들이 배출되면서 긴 관점으로는 전통주 산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젊어지고 있다.

물론 늘어나는 전통주 교육기관이 술 소비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주 문화는 폭음을 경계한다. 한 모금 술에 세상을 논하면 시를 지었던 우리 조상처럼 풍류를 즐기는 문화다.

이제 우리술 교육기관들을 지정한 지 10년 정도 되어간다. 교육기관들끼리 차별성 있는 교육 내용을 통해 새로운 전통주 교육내용들이 만들어지면서 전통주 발전에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전통주 기초를 다지는 초석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교육(敎育)과 관련지어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 초석이고 그 영향이 심원하기 때문에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전통주 교육은 우리술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주의 먼 미래를 보고 튼튼한 기초를 다지기위해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더 커져야 할 것이다.

▲ 전통주 교육기관 지도 @더술닷컴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현황(6개소)

▲ 전문 인력 양성기관 지정현황(6개소) *지정서 반납(1개소): 제3호 (재)베리앤바이오식품연구소(‘16.10.13.)

교육훈련기관 지정현황(19개소)

▲ 이 대 형 박사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이대형 koreasool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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