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와인이야기] 하모니카와 담배

승인2022.03.02 16:42:24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담배를 피웠는데 누구나 경험하듯이 어지럽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고통을 어이없는 인내력을 발휘하여 참았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당시 즐겨 불던 하모니카를 분 직후에 담배를 피우면, 혀끝에 사카린 가루가 닿은 것처럼 강한 단맛이 느껴졌다. 이러한 경험을 꽤 여러 번 했기 때문에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고 믿었다. 이제는 하모니카를 입에 물면 인체에는 해가 없을 정도로 아주 적은 양의 구리 이온이 입안으로 용출되었다가 담배 연기 속의 성분과 결합하여 단맛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술, 알고 마십시다(사토 신 지음, 천만석 옮김. 아카데미서적)

코냑의 증류기는 구리나 청동을 사용하여 만드는데, 구리 성분이 코냑을 제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증류장치의 부품 중 밸브나 냉각탱크 등에는 실용적인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하지만, 구리는 증류장치에서 아직도 가장 효율적인 금속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구리는 가공이 쉽고, 열전도율이 높고, 내열성이 양호하고, 쉽게 부식되지 않는다는 물리적인 측면의 장점도 있지만, 방향 성분을 생성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브랜디에 자극적인 향을 내놓는 와인의 성분 중 하나인 황 화합물과 반응하여, 다른 물질로 변화시키고, 브랜디 향미에 중요한 지방산 에스터 반응이나 가수분해 반응, 카로티노이드 화합물의 산화적 열분해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함으로써 브랜디의 향미를 개선한다. - 와인양조학(김준철 외, 백산출판사)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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