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와 관련되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기사가 있다. 일반인들이 볼 때 전통주로 떠올리기 쉬운 업체의 막걸리나 약주들이 전통주 범주에 들지 않고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마시던 형태의 술 종류가 아닌 외국의 '진'과 '애플사이더' 등의 주류 형태가 전통주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산농산물을 사용한 지역특산주(전통주)와 일반주류의 주종간 논란 이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이야기되던 문제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가 가능한 술은 전통주뿐이다. 많은 업체가 주세감면 및 온라인 판매 혜택을 얻기 위해 전통주라는 주류 분류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현재 전통주가 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이다. 주세법과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에 따르면 첫째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무형문화재 술), 둘째 식품 명인이 만든 술(식품명인 술), 셋째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지역특산주)들 이다.

▲ 전통주 요건 정리 @농림축산식품부

이 중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신규 지정이 없거나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기에 일반 양조장들이 받기 어렵다. 결국 세 번째의 지역특산주를 신규 양조장들은 신청을 하게 된다. 지역특산주의 전신은 농민주이다. 농민주(지역특산주)는 1993년부터 농업인 등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소비 확대를 위해 추진된 법이다. 주류제조면허에 필요한 시설요건을 완화하여 손쉽게 주류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영세한 농가들이 만들다 보니 생산한 술은 전통주에 포함시켜 통신판매 등의 특혜와 자금 지원 혜택을 주었다.

당시, 농민주는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전통 제조방법으로 만든 우리 술이란 점과 국산 원료농산물의 소비촉진, 농가의 소득증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입주류의 대체와 수출 증대를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시행되었다.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의 범위에 편입시킴으로서 시설요건을 완화시켰고 온라인 판매 등의 특혜 등 전통주와 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것으로만 보면 좋은 제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도 생겨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 한 ‘진’과 ‘애플사이다’는 주세법상 일반증류주와 과실주이다. 지역특산주의 면허 안에 있는 주종이기도 하다. 각각의 술들은 농민이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지역특산주로 분류되어 전통주 범주 안에 속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쉽게 대형 마트나 술집에서 볼 수 있는 양조장의 막걸리나 약주는 전통주가 아니다. 농민이나 농업회사업인에서 만들지 않거나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 주종은 외국술 형태지만 국산농산물 사용하는 지역특산주 진(Jin)(왼쪽), 사이다(오른쪽)

과거 이 법이 시행될 때는 이렇게 많은 양조장이 다양한 주종으로 지역특산주를 만들 거라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의 기호도가 다양해지기에 과거와 같은 술만으로는 소비자의 다양성을 따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지역특산주 양조장은 제조방법의 차별성을 위해 외국 제조법이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외국 재료들을 사용하다 보니 위와 같이 외국의 제조 형태가 전통주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20년 국세통계연보(조기공개) 자료를 보면 전통주 면허 1,273중 지역특산주 면허는 1,219개로 전체 전통주 면허 중 95.8%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특산주 1,219개 면허만 보면 발급된 면허 중 약주 272개(22.3%) 다음으로 과실주로 254개(20.8%)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포도주, 복분자주, 머루주, 사과주 등 지역특산주로 만든 과실주를 전통주라 부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과실주를 전통주라 설명하면 소비자들이 의아해 한다. 또, 지역특산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그 역사가 짧은 곳들이 많다. 단지 지역특산주라는 이유로 오랜 역사성을 가진 ‘전통주 업체’로 부르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특산주가 전통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17년 6월 13일에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를 ‘전통주 및 지역특산주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기 위한 입법예고를 했다. 또한 2018년 제2차 전통주산업 발전 5개년 기본계획에도 전통주의 범위를 전통주(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구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통주와 지역특산주 분리는 크게 진척된 것이 없어 보인다.

▲ 제2차 전통주 산업 발전 5개년 기본계획 @농림축산식품부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는 법이 만들어진 목적이 다르다. 목적이 다르기에 발전하고 지원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민속주는 그 자체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역사와 스토리텔링과 같은 부분에 집중을 해야 한다. 지역특산주는 지역성을 강조하며 농산물 소비와 지역 특성에 맞춘 다양한 제품에 초점이 맞춰 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지역특산주가 전통주에 속해 있다면 50년 후 과실주나 서양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술들이 전통주 상당 부분을 차지할지 모른다.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를 분리해서 각각의 목적에 맞는 지원과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는 맥주, 위스키, 브랜디 등의 주종은 지역특산주 안에 들어 있지 않다. 지역특산주가 전통주 안에 있다 보니 이러한 술들이 전통주가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분리해서 맥주, 위스키, 브랜디 등도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다면 지역특산주 범위에 넣어서 혜택을 주는 것이 지역특산주법의 취지와도 맞을 것이다. 물론 지역특산주 대부분이 영세하기에 주세감면과 온라인 판매 등 기존 지원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더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민속주와 지역특산주의 분리는 각각의 산업이 발전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지역특산주 범위에 들어가야 하는 맥주 @픽사베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주류의 소비감소, 혼술과 홈술로 이야기되는 음주 문화의 변화 등 술을 마시는 빈도와 양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제품 차별성을 지닌 좋은 품질의 지역특산주가 많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지역특산주산업의 육성은 원료농산물의 소비증대와 수입주류의 대체, 전통문화의 복원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법의 취지를 최대한 살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걸로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지 이제는 고민해야 할 시기라 본다. 

▲ 이 대 형 박사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이대형 koreasool2@gmail.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