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장조사 및 컨설팅 전문기업 InsightAce Analytic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약 22조 원에 달하는 세계 주류 전자상거래 시장 가치가 2030년에는 약 37조 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온라인 주류 매출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시장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내다봤다. 

'대면 판매'가 원칙이던 국내 주류시장에서 2017년 전통주 산업육성을 명분으로 전통주의 통신판매 규제를 완화했다. 지지부진해 보이던 전통주 판매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장의 성장과 함께 최근 3년간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전통주의 품질 개선과 동시에 온라인 판매, 홈술∙혼술 트렌드의 시너지로 늘어난 소비와 더불어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전통주 구독서비스까지 등장하는 등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수입 주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와인시장의 분위기도 좋다. 2020년 상반기 수입주류에 대한 통신판매가 일부 완화되며 '스마트오더'가 시작되고, 당시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코로나 장기화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구매가 익숙해 진 소비자들은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와인을 주문하고, 편의점이나 오프라인 소매점을 방문해 수령하길 즐기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주류업계는 발 빠르게 대처 중이다. 전국에 유통 채널이 잘 갖추어진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이 자체 APP을 통한 스마트오더를 시작으로 주류소매점, 중대형 와인샵, 지역마트,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까지 유통채널을 최대한 활용하여 각자의 스마트오더를 통해 와인을 포함한 수입주류를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배달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주류배달에 뛰어들기 시작했으며,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소매점에서도 프랜차이즈 카페와 협업하여 스마트오더 와인 판매를 시범운영 하기까지 이르렀다.

결과론적이지만, 코로나로 전 세계 와인 소비가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때 조차도 한국의 와인 시장만큼은 와인 수입 물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혼술, 홈술 트렌드, 스마트오더를 내세우며 '와인'은 주류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에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한국의 규제환경에 대한 유럽계 기업들의 건의사항을 담고 있는 '2021년도 ECCK 백서' 발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주류를 구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건의를 내놓기도 했다. 

주류 온라인 통신판매에 대해 주류업계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선이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이가 확연해 당장 '전면완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음주문제, 자영업자 탈세 문제 등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존 주류 유통채널의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스마트오더의 경우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유지관리가 가능하고 유통이 제대로 갖추어진 대기업과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성장했지 자영업자나 중소형업체는 스마트오더로 성장한 주류 시장을 크게 체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주류 통신판매가 완화되면 빠르게 대기업 중심으로 주류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온라인 통신 판매 전면완화에 대한 문제를 염려했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와인구매가 늘어나며 지역 슈퍼마켓의 소비가 줄어들어 자영업자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월 국세청에서는 이례적으로 주류 도소매 유통, 수제맥주, 수입주류 등 협회장과 주류플랫폼 스타트업 대표 등 7명을 불러 모아 '주류 온라인 통신판매 허용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 온라인 통신 판매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당장 허용할 수도 없다"라며 "찬성 측에서 또 다른 대안을 고안해내면 추가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정권교체와 더불어 '주류 온라인 통시판매' 전면완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산업 규제 혁파 의지를 드러낸 신정권이 주류 통신판매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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