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에서 술과 관련되어 품질 또는 브랜드의 보호 등을 위해 인증제도들을 운용하고 있다. 그중 자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제조 생산하는 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통 인증제들을 사용한다. 프랑스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이탈리아의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스페인의 D.O.(denominación de origen)에 대해 알고 있다면 와인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제도들은 프랑스 등 유럽에 있는 와인 등급제도이다.

프랑스의 경우 1935년 A.O.C 제도를 법령으로 제정하였다. 오랫동안 법 제도의 발전 등을 통해 와인의 품질 관리를 한 결과 지금의 프랑스 와인을 만들었으며 국가기간산업으로도 성장시켰다. 특히, 이 제도는 다른 주류들의 품질 등급 표준모델로 자리 잡았다. 일본 역시 일본주 서비스연구회, 주조장인연구연합회에서 원산지호칭 일본주(sake’s origin control)와 전통원산지호칭 일본주(traditional sake’s origin control)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프랑스의 A.O.C 제도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술과 관련된 등급제도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와 유사한 술품질인증제를 실시 중이다. 우리나라 술 품질인증은 먼저 국세청에서 시작하였다. 2009년 5월 25일 국세청에서 「주류품질인증에 관한 고시」 (국세청고시 제2009-16호, ‘09.5.25) 제정 시행으로 2개 주종(과실주, 약주)을 대상으로 품질인증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84개 제품(과실주 43, 약주 41)에 대해 품질인증서를 교부(‘09.10.28.)하였다. 이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우리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09.8.26.)하며 술품질인증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우리 술의 품질 고급화를 위해 품질인증제를 활성화하고, 우리 술 산업진흥을 위해 기획재정부(국세청)와 농림수산식품부의 역할을 고유기능에 맞게 재정립하기로 하면서 당시 국세청에서 시행 중이었던 ‘주류품평회’ 및 ‘주류품질인증제’를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 한 것이다.

▲ 2009년 국세청에서 준비한 ‘주류품질인증제’ @국세청

‘술품질인증제도’란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2조(품질인증)에 근거하여 술의 품질 향상과 고품질 술의 생산 장려 및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생산업체가 신청한 술에 대하여 품질인증을 시행한다. 2011년 탁주(막걸리), 약주, 청주, 과실주에 대하여 처음 시행되었고, 이후 증류식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 기타주류가 추가되어 현재 8개 주종을 인증 대상 품목으로 하고 있다.

▲ 술품질인증제도 마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술품질인증제도’는 신청한 술들을 국산원료를 사용하는 경우(나 형)와 국산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술로(가 형) 구분해서 품질 및 관능 심사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술 품질인증은 그 술의 품질과 원료에 초점을 둔 제도로 다른 나라의 지역이나 제조법 등에 중점을 둔 품질등급제와 조금 다른 형태이다.

반면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제도로는 「지리적 표시제」도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주류가 아닌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다. 상품의 품질과 특성 등이 본질적으로 그 상품의 원산지로 인해 생겼을 경우, 그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지금 주류에서는 고창 복분자주, 진도홍주, 서천 한산소곡주, 무주 머루와인 등이 지리적 표시제를 사용하고 있다.

▲ 프랑스, 일본, 한국의 술 품질인증 범위 (류인수, 한국 술품질인증제에 관한 연구 -프랑스, 일본,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

아직 술품질인증제가 많은 소비자나 생산자들에게 인식되고 있지 못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지역에 맞는 와인의 ‘품질등급제’와 유사한 지역별 ‘품질등급제도’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지역적으로 비슷한 술들을 생산하는 한산 소곡주, 영동·영천의 와인들이 시행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라 보인다. 지역 품질등급제를 만들면 지금의 「지리적 표시제」와는 다른 형태로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앞에 언급한 지역들은 과거부터 이러한 논의를 해왔고 일부는 현재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논의가 관에 의해서 주도되는 면이 많았다. 이러한 협의 자체를 지역의 생산자(양조장) 협의체가 주도해야 한다. 유럽의 A.O.C 제도의 시작도 지역의 포도 생산자들이 모여서 시작을 하게 되었고 많은 토론을 통해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규약을 만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과학적인 관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큰 틀의 합의는 술을 생산하는 생산자 협의체가 진행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제도를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최소한의 ‘품질등급제’ 정도라고 지역 협의체를 통해 시작하고 지자체나 정부에서 협의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등급제를 보완 발전해 간다면 향우 지역에 맞는 영동와인, 영천와인 ‘품질등급제도’가 만들어 질 것이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지역별 등급제를 위해 지금부터 많은 소통이 내부에서부터 일어나야 할 것이다.

▲ ‘영동와인 품질등급제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영동와인터널 홈페이지
▲ 이 대 형 박사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이대형 koreasool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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