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난 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 현상은 건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전적인 문제이다. 즉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혈중아세트알데히드농도가 높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동양인의 30-50 %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며, 서양인은 3-12 % 정도이다. 그래서 이를 ‘아시안 플러시(Asian flush)’라고 부른다. 여기서 서양사람 체질은 유럽, 중동, 인도 사람까지 포함되며, 동양사람 체질은 미얀마부터 인도차이나 반도, 중국, 한국, 일본 사람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까지 포함된다. 이렇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가 혈관을 팽창시키기 때문인데, 부수적으로 매스꺼움, 두통, 심장박동 수 증가 등을 동반한다. 그리고 당장은 건강에 해로운 일은 없으나,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이나 암에 취약하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유전 현상이라서 치료법은 없다.

▲ 아시안 플러시(Asian flush) 현상 <사진=Wikimedia>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과 관련하여 일본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는데, 1981년 1월부터 3월까지 1,646명의 남자를 대상으로 얼굴 빨개지는 현상과 음주형태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술 마신 다음 얼굴이 빨개지는 일본 남자는 총 대상자 중 50.9%이었으며,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 섭취량이 적고, 도수 낮은 술을 좋아하며, 취했을 때 졸음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얼굴이 빨개지지 않은 사람은 알코올 섭취량이 많고, 도수 높은 술을 즐겨 마시며, 간질환에 시달리며, 비정상적인 음주형태를 나타내며, 음주문제도 많이 일으킨다. 그리고 이들 부인들은 남편이 술을 끊거나 줄일 것을 호소했다. 그러므로 알코올로 인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술을 잘 못 마신다는 표현이며, 이로 인해 술을 적게 마신다면 알코올 과용과 그 부작용에 대한 방해 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참고로, 알코올중독자의 99% 이상은 얼굴이 빨개지지 않은 사람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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