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사동 까브테라스

22년간 숙성된 와인은 어떤 맛일까? 

밀레니엄 빈티지(2000빈) 시음회가 있었다. 구하기도 어려운 2000 빈티지를 BYOB로 한병씩 가져와 마셔보기로 했다. 장소는 신사동 까브테라스에서 진행되었다. 스티븐 스퍼리어가 주최했던 파리의 심판이 있었던 날과 같은 5월 24일, 밀레니엄 벙이 진행되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서기 2000년, 소위 Y2K로 인한 컴퓨터의 오작동 염려로 가슴 졸이던 그 해에 만들어진 와인들을 음미하면서, 질풍노도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던 우리들의 노고를 스스로 위로하며, 그 해의 와인들을 음미해 볼 수 있었다.

▲ Taittinger Collection by Roberto Matta, 1992 Champagne

떼땅제 컬렉션 1992 by 로베르토 마타, 떼땅제 샴페인 하우스가 드물게 내놓는 C컬렉션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인 1992 빈티지는 1998년에 출시되었다. 와인병과 와인 케이스를 디자인한 사람은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로 알려진 로베르토 마타(Roverto Matta)의 작품으로, 노란색 바탕에 붉은 양귀비 꽃이 그려져 있다.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위안, 몽상이라고 한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시는 멋진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그림이 그려진 Decorative bottle 내부에는 50% 샤도네이와 50% 피노 누아로 만든 Brut Millésimé 1992가 들어 있었다. 색상은 짙은 호박색을 띄었고 30년간의 숙성으로 기포는 약해져 있었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이 뛰어나고 풍미는 오히려 더 복잡미묘하게 살아났다. 말린 꽃잎, 허브, 밀짚, 레몬, 아몬드, 브리오슈, 캐러멜, 벌집 같은 풍미에 혀를 감싸주는 듯한 감미로운 taste가 훌륭했다.

샴페인 하우스 떼땅제는 1734년 자끄 푸르노(Jacques Fourneaux)에 의해 설립되었다. 떼땡제 가문은 1870년 보불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 시민권을 갖기 위해 로레인에서 파리로 이주해왔고, 1932년 피에르 떼땡저가 푸르노 가문으로부터 이 와이너리를 인수함으로써 떼땅제의 역사가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45년부터 1960년까지 피에르의 셋째 아들 프랑수아(François)에 의해 운영되었으나, 사고로 죽은 후 그의 형 클로드가 인수하여 1960년부터 2005년까지 사업을 지휘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현재 연간 500만병 정도를 생산하며, 지하 셀러에는 약 1200만병이 저장되어 있다. 최고의 샴페인 '꽁떼 드 샹파뉴 블랑 드 블랑(Comtes de Champagne Blanc de Blancs)'과 꽁떼스 로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샹파뉴 랭스에 자리잡은 떼땅제는 경영난 악화로 인해 2005년 미국의 호텔그룹인 스타우드로 팔려갔다가 떼땅제의 손자인 피에르 엠마누엘과 프랑스 은행자본이 힘을 합쳐 소유권을 되찾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떼땅제 샴페인은 우아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향,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미감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정상급 샴페인이며, 특히 샤르도네의 비중이 높아 여성들이 선호하는 와인으로 알려져있다.

떼땅제 컬렉션은 지난 40년간 1978 빈티지에서 2008 빈티지까지 단 13개가 나와있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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