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코로나19로 멈춰있던 외식업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지 3개월 정도가 흘렀다. 많은 외식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에서도 늦은 밤까지 술과 음식 영업을 하는 주점의 타격은 매우 컸다. 물론 그 안에서도 차이가 있어 일부 전통주 전문점은 다른 외식업에 비해서는 피해가 적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아마도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불기 시작한 젊은 층의 전통주에 관한 관심의 효과인 듯하다.

▲ 코로나19로 외식업의 타격이 컸다.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 이전부터 전통주 전문점은 다양한 콘셉트와 새로운 전통주를 기반으로 여러 지역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사실 2010년 막걸리 열풍 때에도 전통주 전문점과 유사한 막걸리 프랜차이즈 들이 많이 생겨났었다. 하지만 현재 막걸리 프랜차이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프랜차이즈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많이 타기는 하지만 그 많던 막걸리 프랜차이즈들은 왜 사라졌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먼저,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관한 관심 감소는 바로 프랜차이즈 감소로 이어졌다. 막걸리를 소비하는 층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일시적이었기에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그 밖에 8도 막걸리를 내세웠지만, 프랜차이즈 간 비슷비슷한 막걸리와 전통주의 판매로 인한 차별화 실패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지금은 막걸리 외에 약주, 소주 등 다양한 주종을 전통주 전문점에서 취급을 한다. 당시에는 거의 막걸리 위주였고 술들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서 어디를 가나 비슷한 술들만 취급되었다. 또한, 안주에 있어 천편일률적인 판매로 차별화를 실패 원인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세부적으로 주점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의 막걸리에 대한 낮은 이해도, 갑작스러운 막걸리 대량 생산에 따른 품질 관리 실패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 전통주 프랜차이즈의 흔한 안주 @픽사베이

최근 전통주 전문점은 과거 막걸리 열풍 때와는 다른 소비 형태를 보인다. 우선은 프랜차이즈가 없고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특히 획일화된 8도 막걸리나 전통주가 아닌 주점 대표들이 직접 마셔보고 자신들의 음식과 어울리는 다양한 전통주(막걸리, 약주, 소주 등)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전통주들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주점만의 특성에 맞는 술들로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주점을 옮겨 다니며 다양한 술들을 비교하며 마실 수 있는 주점 간의 차별성이 생겼다. 또한, 막걸리 하면 파전, 소주하면 찌개라는 상식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전통주에 어울리는 다양한 동서양 음식을 매칭 시키는 곳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전통주 전문점의 호응을 이끄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홈술’과 ‘혼술’로 대표되는 술 소비 형태의 변화이다. 과거 술집은 주로 맥주나 소주를 팔았다. 많이 마시고 빨리 취하는 것이 술을 마시는 이유 중 하나였다면 이제 젊은 층에게 술은 즐기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렇기에 많이 마시기보다는 즐겁게 마시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전통주 전문점의 증가는 젊은 소비층의 전통주에 대한 의식 변화가 한몫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빅데이터 자료에 의하면 20~30대가 자주 찾는 전통주 소비 장소는 강남, 홍대, 이태원 등의 일명 ‘핫 플레이스’이며 와인이나 사케가 아닌 전통주를 즐기고 소비하는 것이다. 이제 전통주는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다양한 맛을 갖춘 독특하고 트렌디한 술로 인식되고 있다. 

▲ 다양한 술을 판매하는 술집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 도시에 둥지를 튼 전통주 전문점도 많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소비되던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지방까지 퍼져 지역 전통주 전문점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주 전문점 증가는 유명 외식업체에도 영향을 줬다. 과거 식당에서 유통기한이나 취급의 문제로 선택하지 않았던 전통주들을 매장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전통주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것과 전통주를 취급해야지만 외식업 시장에서 인정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한식 파인다이닝에서 판매하는 전통주를 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전통주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음식 메뉴에 따라 전통주 페어링을 신경을 쓰면서 일반적인 시중의 술이 아닌 전국의 유명하고 다양한 전통술들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 전통주 전문점의 증가는 매우 가팔랐고 흥미로웠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조금씩 살아나던 전통주 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를 거치면서 전통주 전문점 역시 다시금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전통주 전문점이라는 곳은 이제 과거와 다르게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공간을 넘어섰다. 젊은 층들이 모여서 다양한 막걸리를 포함해서 약주와 소주를 마시고 거기에 맞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안주로 시키는 새로운 젊은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전통주 주점은 전통주와 소비자가 만나는 마지막 접점과도 같은 장소이다. 더 많은 전통주 주점이 생겨나는 것 자체가 전통주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올 하반기 전통주 전문점의 제2 도약을 기대해 본다. 

▲ 전통주 전문점의 대표 주자 백곰막걸리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이대형 koreasool2@gmail.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