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록세라 <사진=Judy Gallagher>

19세기 후반 유럽의 포도밭을 황폐시킨 ‘필록세라 재난’의 해결책으로 미국종 대목에 유럽종 가지를 접붙이는 방법을 사용하여 성공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토마스 볼니 먼슨 (Thomas Volney Munson, 1843-1913)’, 보통 ‘T.V. 먼슨(T.V. Munson)’이라고 한다. 그는 1870년대 후반에 텍사스에 양묘장을 설립하여 약 300여 종의 미국 토종 포도를 수집하고 재배하면서 연구 결과를 기록했다. 신품종 개발에도 노력했지만, 그는 미국종 포도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접붙이기 대목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 포도재배에 큰 업적을 남겼다.

▲ 텍사스에 위치한 '그레이슨 컬리지'에서는 지난 1974년 'TV Munson Memorial Vineyard'를 설립하여 그의 많은 품종을 보존 및 증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Grayson College Foundation>

그러나 그 전부터 프랑스는 미국종 포도를 수입하여 접붙이기를 시도했다. 1840년대 유럽의 포도밭에 흰가루병(Oidium)이 유행하여 80% 이상의 포도밭이 감염되었을 때, 그 대책으로 미국에서 미국종 포도 대목을 수입하면서 미국의 필록세라가 유럽으로 전파되어, 겨우 흰가루병에서 회복되고 있는 포도밭에 다시 필록세라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미국 포도가 프랑스 석회질 토양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미국 포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물색하였는데, 이때 발견한 사람이 ‘T.V. 먼슨(T.V. Munson)’이었다. 그는 이미 미국 포도의 특성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사람에게 석회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미국 포도를 소개시켜 주었고, 이 포도가 프랑스로 가서 유럽종 포도를 접붙여서 필록세라를 해결한 것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1888년 그에게 프랑스 농업 훈장(Chevaliers de l'Ordre du Mérite Agricole)을 수여했다. 미국 사람으로는 에디슨에 이어 두 번 째로 프랑스에서 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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