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rple Angel 2018 Vina Montes, Chile 롯데월드몰 고든램지버거에서

칠레의 비냐 몬테스가 만든 퍼플 엔젤 2018빈은 까르메네르 (Carmenere) 92%에 쁘띠 베르도 (Petit Verdot)가 8% 블랜딩된 와인이다. 포도는 아팔타와 마르치구에 지역에서 공급되며 18개월간의 오크 숙성을 거친다.

까르메네르 (Carmenere)는 원산지가 보르도인데 필록세라의 피해를 보기 전인 1850년경에 칠레로 건너가 많이 재배된 품종으로 이후 보르도에서는 필록세라와 냉해로 인해 다 없어졌고, 지금은 칠레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어 칠레 대표 품종이 되었다.

메를로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탓에 칠레에서는 메를로인 줄 알고 메를로와 함께 식재했다가 1990년 중반 유전자검사를 통해 비로소 다른 품종임을 알게 되었다. 차이점은 까르메네르가 단풍들 때 메를로와는 달리 잎의 색이 진홍빛으로 물들게 된다. 불어로 진홍색을 Carmin 까르민(영어로는 크림슨 Crimson)이라고 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까르미네르라 이름 붙인 유래가 된 것이다.

비냐 몬테스는 칠레를 대표할 최고의 까르메네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의 노력 끝에 2003년부터 퍼플 엔젤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 2018년에는 2015빈이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9점을 받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퍼플 엔젤 2018빈은 이름만큼이나 짙은 퍼플 색상을 보였고, 말린 자두, 블랙 베리, 가죽, 오크, 바닐라, 연유, 아몬드와 견과류, 허브와 구운 과일의 풍미에 스파이시한 향신료향과 까르메네르 특유의 피망 향이 어우리져 복합적인 풍미를 보여주었다. 팔렛을 꽉 채워주는 촘촘한 텍스처는 탄탄한 산도와 훌륭한 벨런스를 이루었고 목넘김 이후에도 오랫동안 잔향이 이어지는 피니쉬가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몬테스 와인 라벨의 천사 그림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어있다. 창립자 중 한 사람인 더글라스 머레이 Douglas Murray 는 젊은 시절 자동차 경주를 즐겼는데, 그는 두 번의 대형사고를 당했음에도 크게 다치지 않고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를 지켜준 수호천사를 믿었던 그는 와인 라벨에 이 천사를 그려 넣었는데, 천사 이미지는 호기심과 구매 욕구를 일으켰고, 와인 품질에 대한 진정성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대박이 났다.

1997년 첫 수입 후 22년만에 국내 최초로 단일 브랜드명으로 1천만병 누적판매의 기록을 세웠다. 1997년에 나라셀라의 이희상 前회장은 몬테스와 계약을 맺고 첫 수입을 했는데, IMF가 터지는 바람에 환율이 두배로 치솟아 대형 손실을 입게 되었다. 그는 신용을 지키기 위해 계약을 지켜 손실을 감수했는데, 이를 알게 된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이 감동했고 두사람은 절친이 되었다.

2002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FIFA 월드컵 조추첨 행사가 있었는데, 이 행사의 Main Wine으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선정되면서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고, 이어서 2005년 부산에서의 APEC 정상회담 만찬주로 ‘몬테스 알파 엠 Montes Alpha M’ 이 선정되어 그 인기가 더욱 상승하게 되었다.

여기서 ‘M’은 창업자중 한 사람인 더글러스 머레이 Murray의 이름 이니셜을 딴 것으로,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머레이를 기리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번의 대형사고에서 그를 지켜준 천사도 그를 암으로부터 지켜주기는 어려웠던가 보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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