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요즘 쌀값 폭락에 한숨 쉬는 농민과 뭔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관계자들에 대한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매년 이맘때 나타나는 똑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쌀 재고량은 점점 늘고 있는데 반면 소비량은 급속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 것을 예상할 수 있고 앞으로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밥 소믈리에로서 어떻게든 쌀 소비량 감소를 막아보고 싶지만 불가항력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1984년 130.1kg에서 2015년 62.9kg으로 3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매년 2%씩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 한국 1인당 쌀 소비량 추이 <사진=국가통계포털>

여기서 우리와 같은 식문화권이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일본의 1인당 쌀 소비량 추이는 어떤지 살펴보자.

일본은 1962년이 1인당 쌀 소비량이 최고점을 찍었던 해로 118.3kg였으나 50년 만인 2013년에 56.9kg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 일본 1인당 쌀 소비량 추이 <사진=일본 농림수산성>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우리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미국 농무부자료에 의하면 2014/2015년 미국의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3%나 증가한 1.28억CWT를 기록했다고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2014/2015년 전 세계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4.82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는 쌀 소비량이 준다고 아우성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쌀 소비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 시선을 돌리면 얼마든지 쌀을 소비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밀가루로 만든 면 요리를 찬양하며 누들 로드까지 그리고 있고, 관련 자료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게다 전 세계에서 라면을 제일 많이 먹는다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다.

쌀은 체중 증가의 주범이며 영양가 없는 탄수화물 덩어리로 멸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글루텐 프리, 알러지 프리인 쌀을 최고의 건강식으로 뽑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쌀 소비 감소 추이로 볼 때 10년 후에는 1인당 약 50kg 정도로 쌀을 소비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식품 시장은 HMR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모든 전문가들이 10년 후 HMR 시장이 클 것이라고 예측을 했다. 거기에 잘 대응한 회사는 계속 성장한데 비해 잘 대응하지 못한 회사는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다.

집밥, 쿡방, 혼밥의 열풍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과 같은 RTE(Ready to Eat), 전자레인지나 데우기만 바로 먹을 수 있는 RTH(Ready to Heat), 그리고 전 처리된 식재들을 가지고 조리의 전 과정이 필요한 RTC(Ready to Cook) 같은 상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아무도 편의점 도시락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편의점 매출을 책임지는 가장 큰 상품 중 하나다.

10년 레토르트 김치찌개는 도저히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고품질의 김치찌개 레토르트 상품을 먹을 수 있으며 그런 레토르트 국, 탕, 찌개 상품을 구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 좌측부터 HMR 판매 사이트 'Home Chfe' 와 '제이미올리버의 HelloFresh' 캡처

쿡방의 열풍으로 유명 셰프들과 유명 레스토랑이 계속 방송에 나오고 있다. 점점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은 더 비싸질 것이고, 고객의 눈높이 역시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간편한 HMR로는 고객의 입맛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레스토랑은 비싸서 못 가지만, 입맛을 까다로워져서 과도한 살균 처리 식품보다는 최대한 레스토랑에 가까운 후레쉬한 제품이 먹고 싶을 것이다. 내가 조금 노동을 하더라도 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은 세상이 온다.

그럼 그때는 HMR이 RMR 세상으로 변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쌀 소비 방안은 가루로 만들어 떡이나 면으로 만들겠다는 수준이며, HMR 상품들도 거의 인스턴트 식품에 가까운 상품들이 많다.

현재와 미래의 시장 예측으로 밥이 주요 구성품인 HMR, RMR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거기에 최적화된 쌀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CWT는 무게의 단위로 1CWT는 미국의 100파운드로 약 50.8kg이며, HMR(Home Meal Replacement)은 가정용 대체식품이라는 뜻으로 간편하게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말하며,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은 전문 레스토랑의 맛을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식품이라는 뜻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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