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천주가

[칼럼니스트 허수자] 이변이었다. 창업 1년도 안 된 신생 양조장이 우리술품평회에서 쟁쟁한 다른 막걸리들을 제치고 생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막걸리의 얘기다. 때마침 산천어 축제 기간에 맞춰서 화천주가를 방문했다. 안 그래도 추운 1월에 눈 쌓인 강원도행이다.

양조장은 신생이지만 장인은 그렇지 않다. 거기에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이창규사장(50)은 양조 경력이 20여년, 여러 곳의 양조장에서 수출용 살균막걸리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술을 만들었다. 게다가 일본의 양조장에까지 찾아가 일을 해주며 노하우를 배웠다니 산천어막걸리의 수상이 이상할 것은 없다.
 

▲ 물빛누리 막걸리

독립해서 양조장 터를 잡은 곳이 이곳 화천. 화천에 연고가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면 왜 화천까지 찾아오게 되었냐니 대답은 간단하다.

다른 것은 돈 주고 살 수 있지만 자연은 그럴 수 없기에, 물맑고 공기 좋은 화천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것이 술맛의 또 하나의 비밀이다.

화천은 자체로 '오지' 수준인데 화천 읍내에서도 제법 차를 몰고 들어가야 하는 산비탈에 양조장이 있다. 이곳의 물과 공기는 모두 ‘달다’는 느낌을 절로 준다.

화천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니 지방에서 사업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냐고 하니 택배가 잘 되서 그런 것 없다고 한다.

그래도 지역인구도 적고 후발주자라서 어려운 점 없냐고 하니 다른 곳과는 달리 소량 구매하는 개인이나 작은 업소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상관 없다고 한다. 팔릴 만큼 만들어서 팔고 유통마진이 거의 없이 하는 방식이라고, 괜히 도매상이나 유통라인을 끼고 하면 딴 생각 하게 된다는 말이다.
 

▲ 우유탱크를 개조한 제성조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괜히 시설자금 받아서 규모 늘리고, 마트나 다른 유통라인 탔다고 좋아하다가 잘 안팔려서 퇴출되어 낭패 보는 경우를 보아왔다. 그런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할 때는 이래저래 이윤이 큰 것도 아니고, 그래도 확장한 시설을 세워둘 수는 없어서 생산은 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 결국 채산도 안 맞고 퀄리티 컨트롤도 안 되기 십상이다.

견실하게 한 걸음씩 전진하는 방침이니 만큼 양조장 시설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깨끗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되어있다. 제성조는 사실 우유탱크를 응용해서 이용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이 다 노하우. 사장이 장인을 겸하면서 살림집은 공장 2층에 있다. 기온이나 날이 변함에 따라, 술이 익어가는 상태에 따라 항상 지켜보며 미세조정을 해주는 양조장의 술이 나쁠 수 없다.
 

▲ 산천어 막걸리

화천주가에서는 두 가지 막걸리를 생산한다. 하나는 대상받은 산천어막걸리. 팽화미와 입국으로 만들고 일반형 버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술은 한 일주일 이상 숙성을 시켜 마시면 적당한 산미가 올라와 밸런스가 아주 좋고 중후한 느낌이 된다.

또 한종은 화천산 오대쌀로 만드는 물빛누리. 개성은 비슷하지만 확실히 재료도 좋고 좀 더 고급한 느낌이 있다.

이번 양조장방문은 블로그 이웃이신 홍대고양이님과 엄태진 셰프와 함께 해서 보람과 배움이 더 있었다. 시험용으로 만드는 화악산 토마토술을 한잔씩 주셨는데 다들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나오는 와인류 중에서 최고로 좋은 향이라고 생각하는 술이었고, 괜찮은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의 풍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 한 번 제품화 시켜보시라고 이구동성이었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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