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지난 주말 전국의 고속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나들이 다녀오신 분들이 많았었죠. 저도 여주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여주는 철원, 이천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쌀 품질인증을 받은 곳으로 좋은 쌀이 나오는 곳입니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다녀오신 분들은 아마 이천, 여주 지역을 지나가게 될 텐데요. 여기저기 쌀을 한참 수확하고 있거나, 벼가 완전히 여물어 있는 황금빛 논을 보셨나요?

10월인데 아직도 수확을 안 한 곳이 있다는 것이 궁금하시진 않으셨나요?

▲ 여주지역 황금 빛 논 <사진=소믈리에타임즈>

지금 이천, 여주 지역에서 보신 벼가 있다면 중만생종인 추청벼 입니다. 중만생종이다 보니 지금이 수확하는 시기죠. 특히 지난주 10월 9일에 유난히 벼를 수확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왜나햐면 그 다음날 비가 온다는 예고 때문이었죠. 벼 베기를 하기 2주 전부터 논에 물 빼기 작업을 해서 논을 말립니다. 그래야 콤바인이 들어가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이 다 빠지고 땅이 마르지 않으면 콤바인 작업을 할 수 없고, 땅이 너무 마르면 벼 품질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한참 논을 다 말리고 있는데 비가 온다고 하니 농민 분들은 애가 타는 거죠.  콤바인이라는 기계는 고가의 장비여서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마을에 1대 있을까 말까 하죠. 그래서 수확할 때가 되면 서로서로 스케줄을 맞춰 콤바인을 빌려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올해는 대 풍년이라고 하더군요. 비가 많이 오지 않았지만, 큰 태풍이 오지 않아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더욱 더 난리가 난 거죠. 농협 분들도 주말 쉬는 건 꿈도 못 꾸고 일하게 됩니다.  농협 건조기 용량은 정해져 있는데, 풍년이다 보니 쌀이 많이나와서 건조기 용량을 초과해 버리는 거죠. 농민 분들은 오늘 콤바인 빌려 쓰는 날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농협에 넘겨야 하는데, 농협의 건조기는 이미 가득 차서 더 이상 벼를 받을 수가 없으니 난리가 나는 거죠. 여기저기 실랑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여주지역 논 추수 후 모습 <사진=소믈리에타임즈>

건조설비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개인이 직접 건조해서 농협에 넘기지만, 이것도 또 난리입니다. 벼 수분율 때문이죠, 수확 했을 때 당시 벼의 수분율은 약 25% 전후가 보통입니다.  수확 시기를 좀 놓쳐 좀더 건조가 되면 수분율은 더 떨어집니다.

이 벼를 건조기에 넣고 15%가 될 때까지 건조합니다만, 농민 분들이 건조해서 가져오는 벼들이 제각각 이니 농협과 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15%보다 낮으면 쌀 품질이 나빠집니다.  15%가 넘으면 농협이 다시 건조기에 넣고 건조를 해야 하고, 수분율이 높을수록 중량이 더 나가니 농협과 농민들의 서로의 수입과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 여주지역 논 수확기 벼 모습 <사진=소믈리에타임즈>

특히 추석이 늦을수록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쌀이 점점 더 여물어 양이 많아지니 가격은 떨어지고, 조생종, 중생종 이 모든 것들이 추석날에 맞춰 수매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농협에서는 정한 기간 동안 정한 품종의 쌀만 받습니다.  정한 날짜에 심어 정한 날짜에 수확해서 농협에 건네야만 합니다. 그날이 아니면 농협이 받아 주지 않으니까요. 중만생종인 추청도 빨리 모내기를 하면 추석 전에 수확이 가능합니다만,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아무도 그러지 않죠.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획일화된 교육만 하면서 왜 노벨상이 안 나오냐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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