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자의 한주이야기] 양조장 기행 "예천 용궁양조장"

1박2일에 소개, 건물을 덮은 담쟁이가 인상적인 오래된 양조장
승인2015.10.21 13:39:20

[칼럼니스트 허수자] 예천의 용궁양조장 가는 길은 항상 기대와 즐거움이 가득이다. 맛난 것이 기다리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용궁면 일대가1박 2일에 나온 이래로 점점 발전이 되어서 한적한 시골읍이지만 이제는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차 댈 곳이 없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용궁양조장과 몇 군데의 순대집들. 1박2일에 처음 나온 그 때는 그랬는데 이제는 재래시장도 완전히 새단장했고 순대집들도 엄청 늘었으며 그 외에도 여러가지 먹거리 놀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갈 때마다 변하는 모습도 즐겁고 어차피 가던 사람이야 원조집 몇 군데만 가지만 순대나 석쇠 불고기 먹는 맛이 쏠쏠하다.

방송이 한 동네를 바꾸었다. 발전시켰다.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방송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용궁양조장 간판부

용궁양조장은 건물을 덮은 담쟁이가 인상적인 오래된 양조장이다. 무질서한 것 같아도 양조장 이름이 있는 부분은 손질을 해서 노출시켜 두었다. 무심한 척만 하는 느낌이다.

사장님은 1박2일 나오기 전이나 후나 별 다름이 없는 분인 듯, 문을 밀고 들어가면 특별히 반가운 기색도 없이 어서오세요 한다. 무뚝뚝한 경상도 상남자 스타일이다. 그래도 들어서는 사람에게는 술 팔 생각보다 우선 한 잔 마시라고, 마시고 또 마시라고 왕소금 안주까지 곁들여 시원시원하게 권하는 마음이다.

▲ 거르기전의 술, 원주

원래 술을 담그면 원주는 10~15도 정도로 나온다. 지금은 규제가 풀렸지만 한때 막걸리는 법적으로 6도 이하로 돗수를 맞춰야 했다. 그래서 아직도 막걸리는 6도가 절대 다수다. 그런 면도 있고, 가격을 낮추고 양을 늘리고 마시기도 편하게 하려는 여러 목적 때문에 원주에다가 물을 더하게 된다.

이날은 연대가 맞아서 마침 술 거르는 현장에서 원주를 한 잔 얻어먹었다. 막걸리 거르기 전의 술은 모로미, 모리미, 진땡이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일본어 영향이거나 비속어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냥 원주라고 부르는 편이다.

도수는 14~15도 정도 되는 것 같다. 거르기 전이라 건더기도 약간 있고 걸쭉하고 달기가 확실히 막걸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쪽이 한 두 잔 먹기엔 훨씬 맛있는데, 이거 한 잔 비우고는 차 운전할 상태가 다시 되기 까지는 30분 넘게 걸렸으니 혹 양조장 방문하시는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 용궁 쌀막걸리(좌측) 와 용궁 밀막걸리(우측)

용궁막걸리는 1박2일에 소개되던 시점과 지금 파는 것이 다르다. 원래 밀가루막걸리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쌀로 만든다. 맛도 다르고 병과 디자인도 달라졌다. 밀가루막걸리 때보다 좀 가볍지만 술로서의 힘은 조금 더 생긴 듯 한데, 같은 양조장의 개성은 여전히 느껴진다. 경상북도 막걸리 치고는 감미가 있는 편이다.

양조장 역사를 물으니 정확히는 몰라도 원래 이 터에서 양조장 역사가 백년이 넘었고 이 건물도 사장님이 처음 일하시던 50여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시골양조장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보호해야할 자원이다. 건물도 건물이고, 양조장은 예로부터 지역사회의 중심, 애증이 교차하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얽힌 곳이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 되어서 막걸리 수요가 갈수록 떨어진다고 하시는 사장님. 사람들이 대도시로 갔으니 술도 대도시로 팔아야할 터인데, 도시에 전문점들이 생겨나서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이지 않았을까 싶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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