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스페인에서 그 권위와 명성이 커지고 있는 와인 경진대회인 CINVE(Concurso Internacional de Vinos y Espirituosos)와 이를 이끌고 있는 숨은 주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CINVE는 스페인 식음료 분야의 무역 및 전시 등을 전문으로 하는 InsocFerial (Inversiones Sobrecases, S.L.)이 주관하여 2007년부터 시작된 국제적인 와인 및 주류 경진대회로 올해 10주년을 기념하였다. 단, 10년 동안 행사가 두 번 개최된 경우도 있어 와인 및 주류 경진대회는 12회를 맞았고, 함께 진행되는 올리브 오일 경진대회인 CINVE(Cata Internacional de Aceites de Oliva Virgen Extra)는 7회에 이르렀는데, 스페인의 세비야(Sevilla), 마르베야(Marbella), 바야돌리드(Valladolid), 우엘바(Huelva)는 물론 미국의 마이애미(Miami) 등 개최지에 변화를 주며 진행되고 있다.
 

▲ 2017년 CINVE 개최를 안내하는 포스터 <사진 = www.cinvegroup.com>

CINVE는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호주 등 4대륙에서 생산되는 650개 이상의 샘플(올리브 오일 포함)이 한 자리에 모여 경합을 벌이는 행사로 비록 샘플의 규모가 크지 않고 이력도 길지 않은 편이지만 심사위원들의 권위와 출품되는 샘플의 품격이 높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예를 들어 올해에는 스페인 기준 병당 가격이 80유로 수준에 달하는 올리브 오일이 출품되는가 하면, 프랑스의 3대 샴페인 생산자로 손꼽히는 뽀므리(Pommery)가 2004년산 뀌베 루이즈 2400(Cuvee Louise 2400)으로 스파클링 분야의 최고상인 그란 씬베(Gran Cinve 2016)를 수상하면서 대회의 격을 과시하였다. 또한 2016년 출품한 생산자의 국가는, 아르헨티나, 호주, 볼리비아, 칠레, 스페인, 미국, 프랑스, 이태리, 멕시코, 페루, 포르투갈, 튀니지 등 총 12개에 이르렀는데, 스페인에서 시작된 이 작은 대회에 이렇게 다양한 와인 및 주류, 올리브 오일 생산국들이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신력은 월등한 심사위원진 구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수상한 와이너리 담당자들과 함께, 좌측 첫번째 이사벨 미하레스, 우측 두번째 빠스꾸알 에레라 <사진 = www.cinvegroup.com>

심사위원진을 살펴보면, 프랑스 양조가 협회(Union Des Oenologues de France)의 총괄 디렉터인 베아트리스(Beatrice Da Ros), 튀니지의 저명한 양조전문가인 벨가셈(Belgacem Dkhili), 스페인의 손꼽히는 양조 전문가이자 심사위원인 빠스꾸알 에레라(Pascual Herrera García),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페인 와인의 대모, 이사벨 미하레스(María Isabel Mijares y García-Pelayo) 등 유럽 와인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포진하여 심사위원단을 이끌고 있다. 그 외의 심사위원들은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인도네시아, 영국, 우루과이, 스위스 등의 국적인데, 생산국과 소비국 비중을 동일하게 하고, 20여명 심사위원의 남녀 성비를 맞추는 등 공정한 심사를 위해 다양성을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을 대표하는 심사위원으로 유럽 와인 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미연씨가 참여하여 CINVE의 국제적인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 한국 대표로 참가한 홍미연 심사위원이 직접 촬영한 CINVE 2016 현장 스케치. 좌측 사진에 홍 심사위원의 이름이 보인다. <사진 = 홍미연 심사위원>

이렇게 CINVE를 지금의 권위와 명성을 갖도록 체계를 세우고 이끌어 온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이사벨 미하레스인데, 올해로 74세에 이르는 그녀는 70년대에 남성 중심이던 와인 업계에서 양조전문가 활동을 시작해 오늘날의 관록을 얻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자연과학대학 (Facultad de Ciencias de la Universidad de Madrid)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녀는 프랑스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보르도 대학의 양조전문 과정 (Instituto de Enología de la Universidad de Bordeaux)을 이수하면서 근대 양조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양조학의 대가 에밀 뻬노(Émile Peynaud)에게 사사하였다. 이후 그녀는 각종 와인 관련 협회 회장, 부회장을 역임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 각지에서 와인 및 양조 관련 강의를 진행하였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슈발리에(Chevalier) 훈장을 받는 등 지금까지 이룩한 업적과 경력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현재 활동만 보더라도 CINVE의 부회장이자, 스페인 소믈리에 협회(la Unión Española de Sumilleres) 부회장, 국제 와인 기자 및 저널리스트 협회 FIJEV (Federación Internacional de Periodistas y Escritores del Vino) 부회장, 프랑스에서 개최되는비날리(Vinalies Internationales –Concurso Internacional de Vinos)의 심사위원 등으로 쉼 없이 활동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자신이 설립한 에끼뽀 팀(Equipo TEAM – Tecnología Enológica y Alimentaría Mijares)의 대표를 맡고 있다.
 

▲ 스페인 와인 업계의 대모로 일컬어 지는 이사벨 미하레스 <사진 = www.losavancesdelaquimica.com>

2014년 스페인 신문 오늘(Hoy)과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객관적인 시음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서 자신이 연재하는 칼럼의 이름을 ‘형언할 수 없는 테이스팅’ (La cata indescriptible)이라 지었다고 답하기도 하였다. 그녀에게 테이스팅이란 와인의 영혼을 접하며 포도가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떻게, 수확되고 와이너리에서 어떤 여정을 지나 탄생에 이르렀는지를 모든 감각으로 느끼는 굉장히 감동스러운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와인을 마음으로 보지 못하고 테이스팅을 기술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만 접근하려는 방법은 옳지 않으며, 감동이 없이는 테이스팅도 없다라고 하였다.

이사벨 미하레스가 이끄는 CINVE가 여타 유럽의 역사 깊은 와인 경진대회와 그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신재연 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대학 졸업 후 8년여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IE Business School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Escuela Española de Cata 에서 Sommelier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스페인의 와인과 먹거리를 공부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일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신재연소믈리에  jane.jy.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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