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 대마주조장

[칼럼니스트 허수자] 영광의 대마주조장은 지역에서는 '할머니막걸리'로 유명한 곳이다. 가난한 집으로 시집 온 이숙여 할머니는 술을 빚어 팔았다. 당시에는 술 빚을 쌀이 없어서 비교적 흔한 보리로 빚어 팔던 것인데 요즘은 오히려 보리값이 쌀값보다 몇 배나 비싸다고 정덕진(46) 사장은 쓴웃음을 짓는다.

처음 양조장이 개업한 것은 1961년으로 이 때는 정덕진 사장의 형이 창업을 했다고 한다. 한동안은 대마주조도 쌀과 밀가루로 술을 만들었으나 옛날 어머니가 하시던 그 술을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사장이 부인과 함께 어머니께 전수를 받아서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할머니는 은퇴하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직도 양조장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
 

▲ 찰보리 가루

영광은 보리산업 특구라고 한다. 우리나라 찰쌀보리의 6~70% 정도가 영광에서 생산되고 보리 전문 제분소도 있다. 찰쌀보리는 이름 그대로 끈기와 당분이 일반 보리보다 많아서 술을 빚거나 빵, 떡 등을 만들 때 일반 보리쌀보다 좋다고 한다. 경주의 보리빵도 보리가루를 대부분 영광에서 가져간다는 귀띔이다. 좋은 원료를 경쟁력있는 가격에 조달하기에 영광이 가장 좋은 곳이라는 설명이다. 쌀은 나라미를 쓰는 양조장들이 많지만 보리는 수요가 많고 생산량은 적어서 쌀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고 묵은 곡식도 없다고 한다.

가정집, 사무실, 양조장 등의 공간이 좀 어지러운 느낌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되어 처음의 작은 양조장에다가 여기저기 덧붙이고 배치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직원도 10명이나 된다고 하니 작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과연 협소한 공간이겠다 싶다. 대마산업단지 내에 새로운 공장이 완공된다고 하고 새로운 제품 라인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 어머니와 아들

막걸리가 붐이라지만 가는 곳마다 온도차는 있다. 서울에 진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양조장들이라면 대개는 이 몇 년 사이에 확실히 나아졌다고 하지만 일부는 오히려 서울의 장수나 국순당막걸리 등이 지방에 들어오면서 힘들어졌다는 곳도 있다, 대도시에서 먼 농촌의 양조장들은 대개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거기라는 반응이었는데 대마양조장은 직원도 늘고 새로운 공장도 지을 정도의 성장세다.

영광에는 어차피 양조장이 하나 뿐이었고, 이제는 인근의 고창, 함평, 장성 등에도 술을 공급하고 있다. 품질이 좋으면 농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정말 '대박'이 나는 지역양조장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공장에는 옛날 이숙여 할머니가 술 빚던 그런 초가집을 하나 복원해서 체험 시설등도 만들고 싶다고 하니 그것도 기대가 된다.
 

▲ 한동주(좌), 보리향탁주(중), 보리동동탁주(우)

한동주

한동주가 대마주조의 기본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쌀막걸리이다. 지역에서 많이 사랑 받는 술이다.

보리향 탁주

서울에서 많이 알려진 술로는 일반적인 막걸리인 대마 한동주 외에도 보리향탁주가 있다. 이 보리향 탁주는 말했듯이 재료도 비싸지만 보리가루를 만들기 위해서 습식분쇄를 해야 하고 숙성기간도 일반 쌀막걸리의 2배 가량 (10~14일) 걸린다. 산패도 빠른 편이라 되도록 2주, 늦어도 3주 안에는 다 마시기를 권한다.

보리동동탁주

이런 보리향탁주를 저온 발효를 거쳐서 한 번 더 걸러서 보리동동탁주가 나온다. 보리탁주 위에 맑은 술이 살얼음이 얼어있는 그런 상태와 맛을 생각하며 만드는 술이라고 한다. 탁주라지만 청주에 버금가게 맑은데다가 처음 새콤하게 달다가 뒤에 고소하게 감겨오는 보리맛은 언제 마셔도 재미있다.

신공장 증설과 더불어 보리소주도 준비중이라니 이것도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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