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와인을 사왔습니다.
같은 와인인데 한국이 훨씬 비싸네요. 정상인가요? YES. 정상입니다.

오늘은 좀 민감한 문제를 자세히 건드려 보겠습니다. 국내 소비자들 가운데 외국사이트에 뜨는 가격으로 국내와인 가격을 판단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각기 다른 와인들 간의 상대적인 가격비교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의 와인가격을 판단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한 번 볼까요? 크게 네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일단, 와이너리에서 국내수입사가 구매하는 가격이 다릅니다. 한국, 미국, 일본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와인수입량으로 따지면 미국>>>>>일본>>한국이 됩니다. 물건을 살 때 어떤가요? 많이 사는 사람에게 싸게 주지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은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가격 자체가 많이 쌉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매우 싸게 사기 때문에 때로는 프랑스 와인이 프랑스 현지에서보다 미국에서 사는 가격이 더 싼 경우마저 발생을 합니다. 프랑스인들이 알면 분통 터질 노릇입니다.

둘째, 세금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미국과 일본은 와인에 세금이 거의 없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매우 높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와는 ‘관세’가 빠지지만, ‘주세’와 ‘교육세’는 여전히 높은 세율로 적용이 됩니다. 이 세금의 차이는 단순히 ‘몇 배’의 차이가 아니라, ‘몇 십배에서 몇 천배’까지도 발생을 합니다. 비싼 와인일수록 차이가 심해집니다. 하다못해 ‘부가가치세’ 또한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높습니다.

셋째, 유통과정에서는 우리나라의 ‘홍보비’가 높습니다. 수입사에서 마트 등에 홍보직원들을 파견하여 자사의 와인을 홍보합니다. 여러 마트나 백화점에서 와인을 권하고 구매에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지요? 이 분들은 모두 수입사에서 파견한 분들입니다. 월급도 마트가 아니라 수입사에서 줍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런 분들을 고용하는 대신에 와인가격을 낮추면 되지 않겠냐고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와인은 구매하기가 매우 어려운 음료입니다. 사전지식이 대단히 많더라도 쉽게 고르기가 어렵지요. 심지어 병만 봐서는 단 와인인지 달지 않은 와인인지도 잘 모릅니다. 이렇게 어려운 와인을 제대로 고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매장의 파견직원들이지요. 다만, 각각의 수입사에서 파견이 되었기 때문에, 와인을 고르실 때 두세 명 이상의 직원들에게 조언을 구해서 본인의 느낌이 좋은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구매방법입니다.

넷째,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은 중간상인들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으로 와인을 구매하는 시스템이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중간마진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매우 싼 가격으로 와인을 살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유통단계를 다 거친 뒤에 ‘최종 소매상’으로부터 와인을 구매합니다.

위와 같은 네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국내와인가격은 비쌉니다.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시스템 내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지요. 다만, 일반 소비자들이 마트 등에서 저렴하게 구하는 와인들은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대중적인 와인을 대량으로 들여와서 팔아야지만 조금이라도 싸게 내놓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국내외 와인가격 형성표를 정리하였으니 참고바랍니다. 세율등은 정확히 반영하였고 수입 및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위의 요소들을 반영하면서도 최대한 단순화 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국에서 7만5원, 일본에서 8만원에 살 수 있는 와인이 우리나라에서는 20만원이 넘어갑니다. 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가 와인은 세율이 미치는 영향이 적고, 고가 와인은 절대적인 가격 차이가 훨씬 커집니다.

지난 주에 저는 미국의 아마존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책을 세 권 주문했습니다. 책값은 7만원인데 배송비가 8만원이 들더군요. 그나마 배송기간도 최대 2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나옵니다. 여기에 만약 와인처럼 이런저런 세금이 붙는다면 총비용이 20만원이 훌쩍 넘어가겠지요. 그런 세금이 안 붙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3천원에 마시는 소주도 외국에 나가면 만원 이 만원이 넘는 외국 술이 된답니다. 제가 가봤던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삼겹살 집에서는 15년 전에 진로소주 한 병을 2만5천원에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국내와인가격은 분명히 높습니다. 어차피 마실 거라면 너무 원망만 하지 말고 좀 더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우리나라보다 와인을 훨씬 비싸게 파는 나라도 많다는 사실이 약간이나마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자료출처: 네이버밴드 이럴땐이와인 http://band.naver.com/n/GSwxjHx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