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기본적으로 기후, 언어, 문화, 음식 등을 고려한다. 특히 더운 지역으로 여행할 땐 음식에 대해 예민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음식을 잘못 먹게 되면 여행 내내 배앓이로 고생한다. 그런데 상한 음식은 눈으로 보나, 냄새로 보나, 맛으로 보나 부패함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서 가려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가려먹어도 배앓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배앓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또 있기 때문이다.

배앓이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 물은 차갑게 마시면 미각적으로 그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더운 지역에서는 차가운 물을 선호한다. 군대에서는 더운 여름에 훈련할 때 끓인 물을 제공하는데, 이는 대단한 지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여행 때는 규율보다는 자유가 먼저다. 너무 덥다. ‘생수는 괜찮겠지’하며 얼린 물을 마신다.

지난여름엔 가족휴가를 해외로 갔다. 베트남 다낭(Da Nang)과 캄보디아 씨엠립(Siem Reap) 패키지여행이었는데, 총 네 식구, 15명이 패키지 동반자였다. 베트남에서 잘 놀고 캄보디아로 넘어갔는데, 한 명씩 아프기 시작했다. 전염되듯이 각 식구마다 막내들부터 위로 탈이 났다. 결국, 생존자 3명을 제외하곤 남은 모두가 여행가서 앓았다. 당시 5명이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병원 신세를 졌다.

막냇동생은 씨엠립에 가서 캄보디아의 랜드마크인 앙코르와트도 못 보고 왔다. 당시 몸이 안 좋다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고 욕조에 물을 받았는데 흙탕물이었다. 샤워할 땐 물이 흘러나가니깐 몰랐는데 황토물이었다.
 

▲ 캄보디아 호텔에서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았다. 황토물이라 갈색 빛이 나며 물 아래엔 모래가 가라앉았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또 지난 6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석동유 워터소믈리에는 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캄보디아에서 배앓이를 하게 돼서라고 한다.

물 수집이 취미인 나는 캄보디아에서 총 16개의 물 샘플을 가져왔다. 그중 국내에서 테이스팅한 11개를 품질별로 나누어봤다. 테이스팅한 캄보디아 워터 사진을 찍어서 지인인 캄보디아인 동생에게 물어봤는데, 그 중에 캄보디아인들도 피하는 물들도 있다고 한다.
 

High Quality - 캄보디아의 프리미엄 워터다.
 

▲ 캄보디아 프리미엄 워터. 오 쿨렌(Eau Kulen, 왼쪽)과 오 리나(O Ri Na, 오른쪽)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오 쿨렌(Eau Kulen) - 쿨렌은 캄보디아 내에서도 프리미엄 워터다. 캄보디아의 부유층과 중산층이 주로 선택하며, 믿고, 아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물이라고 한다. 실제 테이스팅을 해보니, 경도가 어느 정도 있으면서, 에비앙(Evian)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보통 캄보디아에서 500mL 물 4병에 1달러 정도 하는데, 이 워터는 1병에도 1달러 이상했다. 외국인 거리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구매했다.

오리나(O Rina) - 경도가 굉장히 낮다. 부드럽고, 가볍다. 국내 생수와 비슷한 느낌이다.

Standard - 여행시 가장 현실적인 선택. 프리미엄 워터나 해외 워터가 항상 상점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캄보디아 물중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물일 수 있다.
 

▲ Standard Quality. 오랄(Oral, 왼쪽), 바이탈 워터(Vital Water, 오른쪽)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오랄(Oral) - 바이탈 시리즈가 없다면, 오랄을 드시길. 약간의 무게감은 있지만 향이 없어서 좋다. 적십자 마크가 있는 것 보니, 다른 캄보디아 워터들보다 믿을 수 있다.

바이탈(Vital Series) - 바이탈 워터는 캄보디아에서 제일 큰 생수회사이다. 캄보디아에서 캄보디아인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다. 바이탈에서 생산하는 종류는 다양하다. 실제 여러 바이탈 워터를 테이스팅을 해보았더니 약간의 경도가 있었으며 약간의 쇠느낌이 있었지만, 대체로 무난했다. 장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특별한 단점도 찾기 어려웠다.

Low Quality - 어쩔 수 없이 수분 부족으로 고생한다면 마셔야겠지만, 마시면서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500mL 한 병으로 몸에 배앓이를 줄 정도의 파괴감은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길.
 

▲ Low Quality. Big C-1(왼쪽), 라 메이(La mey, 오른쪽)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빅 C1(Big C1) - 미세하게 쇠의 느낌이 나는데 별다른 향이 나진 않는다. 학창시절 수돗가에서 마시던 소독약 맛이 살짝 난다.

라메이(La mey) - 억센 느낌이 나는데, 입에 머금으면 흡수가 덜 되는 느낌이다. 물의 느낌이 강해 섞이지도 않고 소화도 안 되는 기분이 들지만 역겹진 않다.

Never Choose - 향을 맡으면서도 약물의 느낌이 났다. 마시면 아플 것 같았다. 입에 머금었지만 결국 삼키지 못할 만큼의 악취가 있었다. 이 물들을 얼려서 마신다면 그 냄새가 가려지면서 알 수 없다. 무조건 피해야 할 물이다.
 

▲ Never Choose. 왼쪽부터 큐트(Cute), 바이온(Bayon), 벨라(Vela), 앙코르 퓨로(Angkor Puro), 아바카스(Avacas)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큐트(Cute) - 향을 맡을 때부터 입에 넣기 싫었다. 입에 넣자마자 뱉었다. 목초액의 향이 난다.

바이온 프레시(Bayon Fresh) - 풀의 향이 난다. 풀의 느낌은 두 가지다. Grass의 풀 향과 Glue의 풀 향이 난다.

벨라(Vela) - 풀향이 약간 나고, 무겁다. 향이 별론데, 맛은 향보다는 낫다. 라벨에 프리미엄 워터라고 써있는데, 실망감이 컸다. 

앙코르 퓨로(Angkor Puro) - 단 향이 난다. 역겨운 향은 아닌데 프레시하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테이스팅 중 맛을 보니 삼키긴 어렵다.

아바카스(Avacas) - 일본의 기술을 접목했다고 하는데, 쓴맛이 난다. 디자인에 속으면 안 된다.

보통 해외에서 물갈이라고 하면 평소에 마시던 물이 안 맞아서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수질 자체가 좋지 않다. 캄보디아는 지역 특성상 철분과 석회질이 다량 함유되어있어 장시간 음용하기 부적합하다. 그래서 꼭 마시는 물에 대해 살펴봐야한다.

▲ 동남아시아에서 물을 마실 땐 플라스틱 캡슐이 씌어 있지 않으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캄보디아의 멋진 경치를 즐기러 가시는 분들이라면 항상 물 조심하기 바란다. 또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플라스틱 병 뚜껑에 플라스틱 캡슐이 씌어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빈 병에 수돗물을 채우고 망치로 병 뚜껑을 쳐서 다시 파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만약 다 못 믿겠다면, 호텔에 구비된 해외 생수를 선택하길 추천한다. 참고로 다사니(Dasani, 코카콜라)나 아쿠아피나(Aquafina, 펩시코)는 외국 브랜드지만 동남아시아에 있는 이 물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해서 동남아시아로 유통하는 제품이므로 미주에서 마시던 제품과는 다르다. 

여러분의 안전한 여행에 도움되길 바란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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