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자동차에 ‘벤츠’가 있다면 쌀에는 ‘고시히카리’가 있다. 60년간 왕좌를 지킨 절대적 강자 ‘고시히카리’, 일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도 다 아는 품종이다. 어떻게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가  우리 국민에게 다 알려졌을까? 그만큼 맛있는 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시히카리’의 재배지를 보면 경기지역 이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지역에서 재배되는 ‘고시키하리’를 본 적이 있는가? 경기 이 외 지역에서는 ‘고시히카리’를 재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고시히카리 <사진=일본전국쌀총판>

‘고시히카리’는 경기미 품질향상을 위해 경기도에서 도입하여 국립종자원에 품종등록을 한 일본 품종이다.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이 되어 있기에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재배는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보급종은 국립종자원의 각도 지원 별로 도민의 희망품종을 신청받아 종자를 생산하여 자기 도에 먼저 공급한다.

‘고시히카리’는 국립종자원 경기도지원에서만 생산하기에 경기도 지역에 우선으로 공급한다. 그렇다 보니 다른 도에서는 고시히카리 보급종 종자를 신청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고시히카리’는 경기도만 재배할 수 있는 품종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밥맛도 좋고 인기도 많은 ‘고시히카리’지만 이렇게 보급 종자를 받을 수 없으니 재배면적이 전국 20번째 정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잘 쓰러지는 재배하기 편한 품종이 아니다. 일본 역시 ‘고시히카리’가 재배하기 편한 품종은 아니고 힘들지만, 전국의 약 1/3 지역이 ‘고시히카리’를 재배한다.

‘고시히카리’는 1944년 일본 니가타 현의 농사시험장에서 개발을 시작하여 1953년 후쿠이 현의 농사시험장에서 개발이 완료되었다. 그 후 1956년 ‘고시히카리’란 이름이 붙여져 니가타 현과 치바 현의 장려품종이 되었고, 농림성에는 ‘농림 100호’로 등록되었다.

일본은 품종명을 지을 때 다음의 규칙을 따른다.

국가 기관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은 ‘[가타카나], [5자 이내], [일본어] 여야 한다. 국가 기관이 아닌 현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은 [히라가나]로, 민간 기업이 개발한 것은 위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혹시 다른 일본 품종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희한하게도 5자로 된 품종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품종명이 ‘00히카리’면 이건 다 ‘고시히카리’의 후손이라고 보면 된다.

무려 60년 전에 개발된 품종이지만 품종명을 그냥 붙인 것이 아니다. 60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품종명에 스토리를 담았다.

‘고시히카리’를 한자로 쓰면 ‘越(고시) 光(히카리)’라 쓴다.

여기서 ‘越’는 옛날 ‘호쿠리쿠 지역의 ‘고시’라는 강대국가를 말하는 것으로 이곳이 고시히카리의 고향인 니가타 현이다.

'고시라는 나라가 빛나다'는 의미를 담아 니가타 현 농업시험장 연구원이 지었다고 한다. 그만큼 고시히카리 품종은 밥을 지었을 때 희고 광택이 우수하다.
 

▲ 고시히카리의 고향인 니가타 현, 일본 호쿠리쿠 지역 지도 참고로 호쿠리쿠지역 (北陸地方) 은 중일본 지역에서 동해에 접한 네곳의 현. 니가타현, 도야마현, 이시카와현, 후쿠이현을 말한다 <사진=위키피디아>

이제 이 쌀의 주요 특성에 대해 알아보자

* 숙기 – 조생종
* 현미 천립중(g) – 21.0 (쌀알의 모양은 중심부가 약간 평평하고 동그란 모양)
* 아밀로스 함량(%) – 18.6%
* 단백질 함량(%) – 6.0%
* 재배지 – 중부지방 평야지대
* 기타 – 벼 길이가 길어 쓰러짐에 약하고 도열병에도 약하다. 하지만, 도정 특성과 밥맛이 우수하다. 이름처럼 밥을 지었을 때 하얗고 광택이 우수하다.

일본의 경우 니가타 현 우오누마 지역의 ‘고시히카리’를 최고로 꼽는다.

‘고시히카리’에 가장 적합한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고시히카리’라고 해도 일본은 북해도와 오키나와를 제외한 거의 전국에서 재배되기에 북부지역은 부드러우면서 찰기가 강하고 재배지가 남부 지역으로 내려감에 따라 찰기가 조금씩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같은 위도에서 재배되기에 자연적인 환경의 차이가 작다.

최고의 쌀이지만 일본에서는 항상 ‘고시히카리’를 뛰어넘는 쌀을 개발하려 한다. 일본 최고의 쌀을 재배하는 우오누마 지역은 더 좋은 품질로 만들기 위해 보관 시설이나 조건이 더 까다롭다.

같은 지역의 쌀이지만 농가별로 단백질 함량을 세분화하여 다시 등급을 정해 따로 보관한다. 비료의 시비 방법에 따라 단백질 함량은 조금씩 달라지고,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맛있는 쌀이기 때문이다.

‘고시히카리’의 단백질 함량은 6.0% 이지만 재배방법에 의해 단백질 함량을 낮출 수도, 높아질 수도 있다. 단백질 함량에 따른 3등급으로 다시 세분화한다.

4.8~5.3%는 SS등급, 5.4~5.5%는 SA등급, 5.6~6.0%는 S등급으로 나눈다.
 

▲ 우오누마 쌀 저장 시스템 <사진=전일본농업협동조합 우오누마>

그리고 창고의 보관 온도는 5℃, 습도는 70%로 1년 내내 햅쌀 수준을 유지하게 보관한다. 창고는 겨울철 눈을 냉매로 활용한 눈 냉방 시스템으로 CO2 배출량이 70% 이상 줄이면서도 항상 위 조건으로 보관이 가능한 최첨단 쌀 저장 창고를 만들었다.  1등이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품질 향상에 더 매진하고 있다.

‘고시히카리’는 밥맛이 진한 편이라 밥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을 위한 쌀이다. 맛이 진한 반찬 즉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 찰기가 강하기에 돈부리(덮밥), 볶음밥, 스시(초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돈부리와 스시에 사용하고 있는 곳도 많다. 단지 밥 짓는 방법을 조금 달리할 뿐이다. 돈부리에 사용하려면 물 조절을 해서 밥을 지어야 하고, 스시에 사용할 때는 햅쌀이 아닌 1년 묵은쌀을 사용한다. 스시에 왜 1년 묵은쌀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요리마다 다른 밥 짓기 방법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같이 하도록 하겠다.
 

▲ 서울 낙원상가 식당 , 그때그때 마다 밥을 퍼 준다. 그리고 ‘고시히카리’를 사용할 뿐이다 <사진=박성환>

서울 낙원상가 지하 구석에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다.  밥맛이 좋다고 TV에도 여러 번 소개가 된 유명한 식당이다. 엄청나게 대단한 화력로 밥을 짓지도 않는다. 그저 어느 식당에나 다 있는 업소용 전기 밥솥, 하물며 압력밥솥도 아닌 밥솥으로 밥을 짓는다. 그런데 이곳의 밥맛은 정말 최고다. 사장은 손님에게 방금 지은 따듯한 밥을 주기 위해 계속 밥을 할 뿐이고, 밥을 미리 담아 온장고에 저장하지도 않는다.

그때그때 마다 밥을 퍼 준다. 그리고 ‘고시히카리’를 사용할 뿐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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