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평선 울금막걸리 양조장

[칼럼니스트 허수자] 평소에 개인적으로 별로 신경쓰는 분야는 아니지만 이번에 찾아보는 막걸리는 '색과 향'을 테마로 했다. 전북 김제의 지평선양조장에서 나오는 울금막걸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울금은 동남아가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도 자란다. 고문헌에도 울금을 넣는다는 술이 더러 있는데 아마도 그 시절에도 우리나라에 울금이 재배되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처음에는 남해안자락에서 재배하던 것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 울금 산지가 여럿이니 만큼 울금막걸리도 여러 곳에서 나온다. 이제까지 테이스팅노트를 쓴 것도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지평선 울금막걸리를 선택한 이유는 울금향이 너무 진하지 않고 특유의 쓴맛이 잘 갈무리된 특징 때문이다.

울금의 향은 이국적인지라 호불호가 갈리기 쉽다. 따라서 너무 향이 강해도 대중적으로 선택받기에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은은한 정도의 이 술이 대중적으로는 어필할 것 같았다는 점, 그리고 천연염료로도 쓰이는 울금이 레몬색으로 밝게 빛나는 것이 눈길을 잡는다는 점이 선정의 이유라 하겠다. 전북 김제는 필자가 아는 울금 재배지중에 최북단이라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 생울금

마침 찾아간 시간에 오성수사장(57)은 울금을 세척하고 있었다. 생울금을 실재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생강과에 속하는 울금은 우리가 아는 보통 생강보다 좀 크고 특유의 노란 빛이 아름답다.

울금이 이렇게 북쪽에서도 되냐 물어보니, 남도 해안가에서 많이 재배하긴 하는데 그쪽보다 겨울에 날은 조금 추워도 토질은 오히려 잘 맞아서 잘 되는 편이라고 한다. 울금은 제초제를 사용하면 잡초보다 더 빠르게 죽어서 손으로 풀을 메야한다고 한다. 꽃은 줄기의 끝에서 피는 일반적인 식물들과 달리 중간에서 피고, 울금꽃이 만발한 장면은 그것대로 하나의 장관이라고 한다. 북쪽이라도 별 걱정 없다고는 하지만 어떤 해는 갑자기 눈이 와서 울금을 많이 버렸다고 한다. 고충이 없지는 않을 것이나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극복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 울금막걸리(좌측) 와 보리막걸리(우측)

오성수사장이 울금막걸리 양조장을 세운 것은 2009년의 일이다. 그 전에는 도시에서 직장생활도 했다가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와서 농사를 지었다. 그러던 중 과음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간경화가 왔다고 한다. 간경화라면 주당들에게는 친숙한, 그러나 딱히 치료할 방법이 없는 난치병이다.

그런데 우연히 울금을 접하고 장기 복용한 결과 간이 회복되는 기적적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울금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8년전, 이제는 규모가 제법 커져서 몇몇 농가와 작목반을 만들어 1년에 10톤 정도의 울금을 생산하고 있고, 울금환과 비누 등의 각종 제품도 만들고 있다.

울금주를 처음 만든 것은 2006년, 지역에서 열리는 지평선축제 때 시음용으로 소량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변의 반응이 좋았고, 몇 년간 위탁생산을 해보다가 연구를 더해서 2010년에 직접 공장을 지어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생산 공정은 팽화미와 입국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막걸리 생산방법이지만 좋은 재료를 쓰고 울금의 첨가 과정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고 한다. 지평선 울금주의 울금향이 성숙하고 잘 갈무리된 이유는 특유의 발효방법 때문이라고 한다. 양조장측의 요청에 의해서 자세한 것은 쓰지 않지만 분말을 그냥 첨가하는 일반 양조장과는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

공장은 새 공장답게 최신시설에 위생적인 환경이었는데 규모가 필자가 보기에는 조금 위태롭게 컸다. 이 정도면 지역에서 제법 탄탄한 기반을 가진 중견 양조장들을 능가하는 규모다. 술을 잘 만들기보다 어려운 것이 술을 파는 것인데, 처음 시작하는 양조장의 규모가 이렇게 커도 될까 싶을 정도이다.
 

▲ 깨끗한 최신시설

현재 판로는 김제를 비롯한 전북 일부 지역과 알음알음으로 찾는 외지의 택배수요가 전부라고 한다. 그 정도라면 시설이 좀 과할 것이라는 짐작이 맞는 듯 해서 에둘러 물으니 애초 위탁 생산을 안 하게 된 것 자체가 다른 양조장이 오래된 저가의 재료를 사용하거나 위생상태가 형편없는 것에 실망해서라고 한다. 김제 지역의 재료 (쌀, 보리, 울금- 보리막걸리도 현재 개발 중에 있다)를 사용해서 '양심과 자부심'으로 승부한다고 한다. 울금이라는 재료를 만나게 된 계기 자체가 본인의 건강문제였던 만큼 먹거리의 위생과 품질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준과 자존심이 있다는 느낌이다.
 

▲ 오성수사장(좌측) 과 아들 오희진(우측)

김제 울금주를 접하게 된 계기는 오사장의 아들인 오희진씨가 블로그를 보고 시음용 샘플을 보내준 덕분이다. 울금이라는 재료의 해석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술 자체가 기본기가 좋고 건강한 느낌을 받았기에 세발자전거를 통해 소개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두 부자가 나란히 서서 양조장 앞에서 함께 찍은 모습이 보기가 참 좋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