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알리깐떼(Alicante)의 역사를 간직한 고유의 스윗 와인 폰디욘(Fondillón)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알리깐떼에서 생산하는 독특하고 신선한 스파클링 와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알리깐떼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은 모나스트렐(Monastrell), 모스까뗄 데 알레한드리아(Moscatel de Alejandría), 가르나차(Garnacha) 등이다. 이 중에서 모스까뗄은 상콤달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알려진 모스까또 다스띠(Moscato d’Asti)의 포도 품종과 사촌뻘 정도가 된다.  그러니 스페인에서 해당 포도 품종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다고 해도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러나 보꼬빠(BOCOPA) 와이너리의 모스까뗄 와인은 마리나 에스뿌만떼(Marina Espumante) 스파클링 와인 시리즈의 시초가 되었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 스파클링 시리즈 마리나 에스뿌만떼의 영감이 된 마리나 알따 <사진 = BOCOPA)

보꼬빠에서 생산하는 마리나 에스뿌만떼 시리즈의 첫 타자인 화이트는 알리깐떼 북부 해안 지역에서 재배한 모스까뗄로 생산하고 지역 이름을 그대로 딴 화이트 와인인 마리나 알따(Marina Alta)를 베이스로 한다. 마리나 알따를 생산하는 양조 장인 가스빠르 토마스(Gaspar Tomás) 씨가 신선하고 풍부한 과실향을 머금은 마리나 알따를 스파클링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바래오던 오랜 꿈을 마침내 실현한 것이다.

마리나 알따는 쟈스민, 오렌지 꽃 등의 향긋한 꽃내음은 물론 살구, 복숭아, 리찌와 같은 달콤한 과일향에 감귤향이 섞여 올라오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굳이 분류를 하면 당분이 10g/l 밖에 되지 않아 드라이 와인으로 볼 수 있지만, 입안에 머금으면 모스까뗄 특유의 감미가 피로회복제인양 답답하고 지쳐있던 기운을 일으켜주고 적절하게 균형 잡힌 산도는 입맛을 돋운다. 알코올 함량은 11.5%로 편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이 와인은 여름에 해변에서 일광욕이나 발리볼을 하다가 더위에 지칠 때쯤 차갑게 마시기에 딱 좋다. 이렇게 지중해의 라이프 스타일과 궁합이 잘 맞는 이유 때문인지 알리깐떼의 거의 모든 식당에서 마리나 알따를 주문할 수 있을 정도다.

마리나 알따를 베이스로 한 마리나 에스뿌만떼 화이트는 마리나 알따의 풍미를 유지하면서 알코올 함량은 7% 수준으로 내린 대신 탄산을 더해 청량감을 높였다. 어떻게 보면 모스까또 다스띠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보꼬빠의 마리나 에스뿌만떼 화이트는 5°C 내외의 저온에서 탄산 함량이 거의 3기압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이탈리아의 모스까또 다스띠보다 탄산을 훨씬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반면, 단 맛이 덜하여 좀 더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 BOCOPA 와이너리의 스파클링 와인 시리즈, 마리나 에스뿌만떼. 좌측부터 브룻(Brut), 레드, 화이트, 로사도(Rosado) <사진 = BOCOPA>

마리나 에스뿌만떼 시리즈는 모두 차르맛(Charmat) 또는 그란바스(Granvas)라 불리는 방식으로 거대한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이차 발효를 하는데, 이는 과실의 신선함과 풍미는 물론 탄산의 청량감을 유지하면서 발효 과정에서 기압을 제어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용이하고 탄산의 농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정해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꼬빠는 스파클링 생산 라인을 확장하며 실험적인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모나스트렐로 만든 로제 스파클링은 물론 레드 스파클링 와인까지 선보이게 되었다.

특히, 강하고 견고하지만 감미로운 레드 와인을 만들어내는 품종으로 알려져있는 모나스트렐로 만든 독특한 레드 스파클링은, 레드 스파클링 종류로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의 람부르스코(Lambrusco), 브라끼또 다뀌(Brachetto d’Acqui)와도 다르고, 호주의 스파클링 쉬라즈(Shiraz)와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진다. 마리나 에스뿌만떼 레드는, 빛깔은 갓 빚어낸 모나스트렐 와인처럼 짙고 선명한 루비 색을 띠고 와인 잔에서는 앵두, 오디, 체리 등의 붉은 계열의 과실 향이 올라온다. 입안에 한 모금 머금으면 톡톡 튀는 탄산 뒤에 느껴지는 모나스트렐의 감미가 느껴지고 그 단맛과 탄산의 조화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달고나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레드 스파클링은 마리나 에스뿌만떼 씨리즈 중에 당도가 60 g/l 이상으로 가장 달콤한 와인이면서 알코올 함량은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 신선하고 독특한 웰컴 드링크로도, 식사 후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모나스트렐 품종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 마리나 에스뿌만떼 레드 <사진 = BOCOPA>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붉은 색이 주목 받을 수 있는 계절, 겨울이다. 전체가 붉은색으로 포장된 마리나 에스뿌만떼 레드는 이런 연말 연시 파티 분위기를 살리기에도 제격인 듯싶다. 이제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좋은 사람들과 모이는 자리에서 레드 스파클링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신재연 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대학 졸업 후 8년여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IE Business School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Escuela Española de Cata 에서 Sommelier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스페인의 와인과 먹거리를 공부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일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신재연소믈리에  jane.jy.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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