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는 가을철 별미인 곰장어가 껍질만 벗겨낸 채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팔리는 다국적 곰장어의 실태에 대해 파헤쳤다.

방송에서 제작진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곰장어를 소비한다는 부산의 한 대형 어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수십 년 전통의 곰장어 식당들로 골목이 형성돼 있었다. 식당마다 보이는 수조에는 국내산 곰장어를 취급한다고 커다랗게 표시 돼 있었다.

제작진은 국산 곰장어를 사용한다는 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갔다. 곰장어 요리를 맛본 제작진은 곰장어 특유의 짠맛과 고소함이 맛있다고 말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 찰나, 이 가게의 주인은 제작진에게 골목의 다른 곰장어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국산을 취급하는 식당이 이 식당을 기준으로 몇 집밖에 되지 않는 다며 대다수의 곰장어 전문점이 수입산 이라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곧 다른 식당에서 수입산 곰장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 식당 주인은 국내산 곰장어가 단가가 비싸다며 마진이 없기 때문에 갖다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곰장어의 원산지 현황은 어떻게 될까? 최근 7년 사이 국내 곰장어의 어획량은 소폭 증가에 그쳤고 뉴질랜드산 곰장어가 오히려 국산보다 많은 양을 차지했다고 한다. 또, 미국산 곰장어의 경우 국내산 곰장어 어획량에 최대 52배의 어획량을 보이고 있었다.
 

▲ 6개의 아가미구멍이 오밀조밀하게 배열된 베트남산 곰장어 <사진=채널A '먹거리 X파일' 방송 캡쳐>

서울의 한 곰장어 전문점, 민물장어를 함께 취급하는 이곳의 수조는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제작진은 먼저 아래층 수조에 보관된 곰장어를 확인해 봤다. 12개의 아가미 구멍이 선명하게 보이는 미국산 곰장어였다. 그렇다면 위층 수조에 있는 곰장어는 어떨까? 미국산 곰장어의 비해 상당히 큰 위층 곰장어는 하얀색 빛깔과 6개의 아가미구멍이 오밀조밀하게 배열된 베트남산이었다.

그렇다면 이 식당에서는 양심을 지키고 있었을까? 가게의 내부로 들어가 메뉴판을 살펴보자 미국산 곰장어와 국내산 곰장어를 팔고 있었다. 제작진이 수조의 어떤 곰장어가 국산이냐 묻자 이 식당의 주인은 아래 것은 미국산, 위에 것은 통영에서 잡은 국내산 곰장어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국내산 곰장어를 주문하자 아까 본 수조에서 베트남산 곰장어를 꺼내 초벌한 식당 주인은 곰장어를 불판에 올리며 국내산은 워낙 기름기가 없고 담백하기 때문에 많이 익히면 질겨지고 뻣뻣해진다고 말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 국내산 곰장어로 둔갑된 채 팔리고 있는 베트남산 곰장어 <사진=채널A '먹거리 X파일' 방송 캡쳐>

제작진은 다음으로 경기도의 한 곰장어 전문점을 찾았다. 수조에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국산 곰장어라고 크게 적힌 푯말을 걸고 있었다. 과연 국내산이 맞을까? 수조 안에 들어 있는 곰장어를 살펴보자 역시나 베트남산 곰장어였다. 그런데 메뉴판에는 국내산과 미국산만 적혀 있을 뿐 베트남산에 대한 표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곳 식당 주인은 돈을 좀 더 주고 다른 식당보다 더 좋은 곰장어를 가져온다며 베트남산 곰장어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고 있었다. 이렇게 베트남산은 값비싼 국산으로 둔갑돼 손님의 식탁위에 오르고 있던 것이다.

제작진이 취재한 17개의 식당 중 6곳에서 수입산 곰장어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자의 수입 수산물 허위 표시는 단순히 양심을 버리는 행위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이혜영 본부장은 마진율이 높아서 일부 판매업자들이 양심을 버리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에게 원산지 둔갑 판매를 하게 되면 전체 수산물 시장에 피해를 끼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면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생산 농가에도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지은기자  ireporter@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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