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동탁주 양조장

[칼럼니스트 허수자] 김해 상동탁주 취재는 뜻하지 않게 고행길이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으니 역시 인생은 투여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랄까...

고행길이 된 사연은 이렇다. 취재 요청차 전화를 했더니 아침 6시면 작업 시작한다고 아침에 오란다. 아산, 김해, 칠곡을 2박 3일 일정으로 취재하려니 발길이 어지간히 바쁜데 원래는 칠곡을 먼저 들러서 1박을 하고 그 다음날 오후에나 가서 취재를 한 다음에 슬슬 저녁먹고 서울로 올라올까... 정도의 마인드였지만 '작업'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원래 양조장 작업을 낯모르는 외지인이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부랴부랴 아산에서 김해까지 달렸다. 김해에 도착하니 어언 11시에 가깝다.

인근에 딱히 묵을만한 곳이 마땅히 안 보여서 위치만 확인하고 신어산을 넘어서 인제대쪽으로 향했다. 방을 잡고 짐을 풀고 낮의 취재며 올려야할 블로그며 메일 확인이며 두 시가 넘는다. 이래서 밤을 새고 아침에 가서 한 한시간 취재하고 돌아와서 두어 시간 눈을 붙인 후에 점심먹고... 라는 생각이 화근이 되었다.
 

▲ 박대흠 사장

상동탁주, 간판도 없는 공장이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편이다. 김해 인근에서는 탄탄한 수요를 갖추고 있기도 하고 역사도 오래 되었다. 도착하니 작업은 벌써 시작. 숙성해둔 술이 출하될 수 있도록 병입하는 작업이 하루의 시작이다. 

병입 작업이 끝나면 고두밥을 짓고 뜸이 들기를 기다려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술 빚는 작업에 돌입한다. 그래서 인터뷰 시간은 아마도 밥 짓고 뜸 들이는 한시간 남짓한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그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로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취재에는 흔쾌히 응하셨어도 그다지 많은 얘기를 해주려고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도 다른 언론매체들의 취재 과정에서 실망을 좀 하신 모양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시간 남짓 보내다보니 스르르 경계심이 풀어진 모양. 상동탁주의 전성기였던 80년대에는 서울에다 대리점을 내고 돈 싸들고 줄을 서던 사람도 여럿이었던 모양. 서울서 찾아온 손님, 작으나마 술장사 하는 사람이라니 옛날 그 생각도 나시는 모양, 박대흠 사장은 아예 국을 띄우는 것까지 보고 가라며 옷소매를 잡는다. 덕분에 술빚는 작업의 전 과정(에 가까운 것)을 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비례해서 피곤은 심각해지고…

▲ 상동탁주

상동탁주는 담백하고 신맛과 단맛이 둘다 은은하니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바닷가 막걸리답게 탁도가 낮고 가벼운 편.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냐고 물으니 김해엔 뭐 딱히 특별난 게 없다고 하다가 회와 같이 마시면 최고라고 한다.

회와 잘 어울리는 막걸리는 '붉은 청어'와 비슷한 느낌도 있는데 바닷가의 막걸리 장인이 하는 말이니 다음번엔 상동탁주와 회 한 접시 곁들여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조과정을 취재한 것은 따로 한 편의 기사로 엮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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