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전양조장

[칼럼니스트 허수자] 천전양조장의 역사는 오래다. 춘천, 춘성군 지역의 4개 양조장이 통합해서 천전양조장이 된 것이 1974년의 일이고, 통합한 네 양조장 대표 중의 일인이자 현 한상일대표의 부친인 한익수 대표는 그 중의 하나인 금산양조장의 대표였다. 금산양조장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온다고 한다.

역사가 오랜 양조장은 많다. 일제시대 초기에 생긴 양조장이 지금까지 대를 이어 내려오는 경우도 여럿 된다. 천전양조장에서 느낀 것은 역사가 오랜 것에 대한 것보다는 술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에 대한 놀라움이다.
 

▲ 보리쌀과 춘천쌀

한상일대표는 중국에서 '국립공원과 세계문화유산'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강원발전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이력이 있다. 양조장을 이어받은 것은 부친의 건강이 나빠져서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막걸리의 문화상품으로서 가능성에 주목한 결단이었다.

'다양성', '문화'라는 얘기는 필자도 계속 두고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중국에서 오래 생활했다니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한대표의 철학은 '가장 큰' 양조장이 아니라 '가장 좋은 양조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며 지역의 좋은 재료로 좋은 술을 빚어내서 고유의 독특한 색깔을 갖는 것이 사업을 확장하고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우선하는 이 회사만의 '가치'라고 이해 되었다. 주재료인 쌀도 춘천에서 생산된 것을 쓰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모든 양조장들이 생각해봐야할 화두가 아닐까 싶고, 막걸리 한류라며 대기업 위주로 실적에만 급급한 지원책을 만드는 정책당국자들도 생각해봐야할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짧은 열기가 식고 나니 막걸리 수출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는 미국 현지에서 막걸리 양조장을 세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한류가 아니라고 외면할 것인지 묻고 싶다.
 

▲ 소양강막걸리, 찹쌀생동동주, 옥수수막걸리

가업이라고는 하지만 한대표는 양조기술자는 아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이다. 어차피 회사는 여러 역량이 합쳐져야 한다. 이 회사의 술을 책임지는 것은 이재익 부사장이다. 이부사장은 여러 양조장에서 기술고문을 맡았었던 업계의 실력자. 공정에 대한 설명을 청하니 막걸리 공정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면서도 디테일한 면에서의 노하우는 남다른 부분이 있다. 핵심만 말하면 계절과 기후에 따라 재료의 배합을 조절하는 것. 온도나 숙성기간을 조절하는 곳은 많지만 재료의 배합 자체를 조절하는 곳은 여기서 처음 보았다.

그런 역량의 덕인지 소양강막걸리는 산미와 탄산이 이끄는 보기 드믄 개성을 가진 술이다. 산미와 탄산이 강하면 일단 대중적이지 않고 유지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 상품인 소양강막걸리는 춘천 일대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조만간 수도권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산미와 탄산이 이끄니 청량감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단 맛이 이끄는 막걸리에서 느끼기 힘든 강건한 체구도 느껴진다. 단 맛 위주의 막걸리에 싫증이 나신 주당들께 권할 수 있는 막걸리이다.

작은 양조장이지만 생산품목이 많다. 보리탁주는 겨울에는 수요가 적어 생산하지 않는다고 하나 3월 정도면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봄에는 약주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 한상일사장과 이재익부사장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강원도도 관광과 농식품업의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여러가지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인데, 도 문화과광과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해서 천전양조장에 견학도 다녀갔다고 한다. 지역사회, 관광, 먹거리, 문화라는 주제들은 구슬같이 꿰어지지 않으면 한 분야가 독자적으로는 발전이 힘들다. 천전양조장이 이런 주제들을 잘 아울러서 전국의 다른 양조장들에 하나의 모범을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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