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행 중에 직접 사온 수입되지 않은 외국 생수나, 외국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이 사다 준 생수들을 보면 불친절하게도 라벨이 필기체인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영어나 프랑스어, 이탈리아 정도는 최근 구글 번역기가 잘 되어있어, 비교적 쉽게 내용 파악을 할 수 있다.

반면, 중국어, 일본어, 캄보디아어, 러시아어 등은 키보드 자판으로 입력하는 게 한계가 있다. 마우스로 끄적끄적 알아보지 못하는 글자를 한 자 한 자 겨우 입력해야만 한다.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한 만큼, 중요한 내용이길 바라지만 내용은 “햇빛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시오”였다. 참으로 맥이 빠졌다.

지난주에 생수의 보관 용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페트병과 유리병에 대해 비교했는데, 어느 보관 용기에 담기나 유지되어야 할 중요한 조건이 있다. 생수의 보관법이다. 내가 아니고서도 누구든지 생수 보관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어느 먹는샘물에나 표기되어있기 때문이다.

대충 내용은 “직사광선이 없는 건조하고 서늘하며 냄새가 나지 않는 청결한 곳에 보관하십시오. 뚜껑을 열었을 때에는 미생물이 증식할 우려가 있으므로 가급적 빠른 기간내에 소비하시기 바랍니다. 물을 얼리거나 끓일 경우 흰색 침전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천연 미네랄 성분으로 본 샘물의 품질에는 문제가 없습니다”이다. 이런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 맥빠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 블루 생수의 라벨.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의 글씨가 다른 부분보다 큰 글자로 표기되어있다. 그 부분은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시고 개봉 후에는 미생물이 증식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냉장보관하여 빨리 드시기 바랍니다"이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세계생수협회(IBWA; International Bottled Water Association)가 추천하는 생수 보관법에 따르면, ‘물을 냉장 컨테이너 안에 밀봉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고, 서늘하고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냄새를 유발하는 가솔린, 페인트, 화학물질 등으로부터 분리시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생수는 취수 전 대수층이나 각각의 수원지에 그저 물로써 존재했을 때는 수명이 따로 없다. 와인처럼 물에도 빈티지(Vintage)가 존재하는데, 물의 빈티지는 생수의 수원지가 처음 생성된 시기를 말한다. 오세아니아 피지 섬의 피지워터(Fiji)는 450년, 슬로베니아의 로이(Roi)는 80,000년의 빈티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피지워터는 ‘450년 전 내린 빗물’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 살아있던 물들이라도 용기에 담겨 유통되기 시작하면 유통기한이 생긴다. 유통기한이란 유통업체 입장에서 식품 등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해도 되는 최종시한을 말한다. 몇백 년을 살던 물이 1년짜리 시한부 인생이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보관 용기에 담기면서, 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으면서, 물 내에선 미생물과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증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천연 생수의 경우 정말 섬세하기 때문에, 직사광선뿐 아니라, 모든 빛에 약하다. 한 수입 생수의 경우, 한 유통업체의 진열대에 진열만 했는데도 색이 변색되어서 어쩔 수 없이 오존처리를 하고 수입된다. 오존처리를 하게 되면 브론산염이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이끼같이 초록색 미생물이 물병 안에서 번식하기도 한다.

그래서 편의점이나 슈퍼 밖에 진열된 물들은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태이다. 개봉 후에는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으니 재사용은 절대 금해야 한다. 물병 라벨에 보관 및 취급방법을 꼭 읽고 행동해야 가족들에게 위험한 물이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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