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한국에도 말차가 있는지 몰랐다. 부끄럽지만 말차하면 생각나는 건, 일본과 초코X이 말차라떼맛 뿐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말차를 마셔왔고, 지금도 한국 말차의 전통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었다. 이번에 만난 서민수 명인이 바로 그 중 한 분이다.

이번 체험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식품명인 체험홍보관의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서민수 명인을 만나보았다. 프로그램은 명인의 한국 차 강의와 말차 체험으로 진행되었으며, 프로그램 종료 후 별도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말차와 가루 녹차와는 다르다. 수확 전 10일에서 15일 간 햇빛을 가려 녹색과 부드러운 맛을 더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 마실 때도 거품을 내어 마심으로서 부드러움을 한번 더 더한다. 이렇게 마시는 말차는 녹차의 깔끔한 맛에 부드러움이 더해져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녹차를 우려 마실 때 섭취하지 못하는 차 잎의 비타민E, 미네랄까지 섭취하게 된다.
 

▲ 말차 <사진 = 한국제다>

지금은 말차가 일본 차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말차는 차의 종류를 일컫는 말일 뿐 어느 특정 국가의 차가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송나라의 유행을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말차가 ‘대세’였고, 우리나라를 통해 말차가 일본에 전달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기후와 토양, 사람들의 입맛 차이 때문에 국가마다 말차의 맛은 다르다. 서민수 명인에 따르면 일본은 좀 더 감칠맛이 난다면, 한국은 좀 더 쌉쌀한 맛이 있다고 한다.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1년 전 교토의 모 다원에서 처음 말차를 접해보았을 때는 (나로서는 정말 드물게도) 다 마시지 못했고, 이번 강연 끝에 마련된 시음시간에는 3잔을 연거푸 마신 걸 보면 확실히 맛이 다르긴 한 모양이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 절대 비교는 못하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한국 말차가 내 입맛에 맞았다는 것이다.

체험 시간에는 명인의 말차를 이용해 자신이 직접 말차를 내고, 마셔볼 수 있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다도를 떠올리고 막연히 굉장히 복잡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완(차사발)을 데우고 말차와 뜨거운 물을 넣어, 차선(대나무로 된 거품기)으로 위에서 아래로 저어, 다완 그대로 마시면 되었다. 과정이 복잡하지 않을 뿐 아니라, 따로 찻주전자를 쓸 일이 없어 간편했다. 유화(거품내기)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외려 ‘손맛’의 재미를 주어서, 직접 커피 핸드드립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말차도 또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다.  스스로 두 번, 서민수 명인이 한 번 말차를 내어 마셨는데, 같은 말차와 물과 도구를 썼는데도 서민수 명인의 것이 훨씬 부드러워 맛까지 달라지는 듯 했다.
 

▲ 말차 내기 시범을 보이는 서민수 명인

한국 차는 인지도가 낮고 시장이 크지 않아 유통, 생산성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일교차 높은 기후는 고급 차 재배에 적합하고, 대부분의 업체가 친환경 재배를 하는 등 경쟁력은 충분하다. 나는 고급차나 친환경차를 걸러낼 만큼 차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 경험한 한국의 말차는 쉽고 재미있고 맛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 말차를 계속해서 마셔볼 생각이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매주 식품명인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매주 식품명인 혹은 그 전수자를 초청해 2시간 가량 전통식품에 대한 소개 및 간단한 체험을 제공한다. 토요일 프로그램도 자주 있어, 솜대리 같은 직장인이 전통식품을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프로그램 확인 및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칼럼니스트 소개] 솜대리는?
먹기위해 사는 30대 직장인이다. 틈만 나면 먹고 요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음식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 그 중에서도 전통식품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해볼 예정이다. 이 칼럼은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전통식품에 대한 일반인 저자의 탐험기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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