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부행사(방송, 라디오)에 나가면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것이 “수돗물이 좋아요? 정수기가 좋아요? 생수가 좋아요?”이다.

답하기 굉장히 민감한 질문이다. 굳이 1, 2, 3등 서열을 나열하라고 시키지 않는 이상, 보통 “셋 다 좋아요”라고 답하기도 한다. 이 말은 때때로 “셋 다 나쁘지 않아요”나 “셋 다 좋지 않을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렵게 얘기했지만, “수돗물이라고 해서 항상 나쁘거나, 생수라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물들의 조건에 따라 다르다. 각 속성의 물마다도 어떤 상태냐에 따라 부등호의 방향이 달라진다.

가끔 수돗물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생수들을 따돌리고 물맛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절대적인 건 없다.

물론 세계적인 물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좋은 물의 기준은 몇 가지 있다.
 

▲ 물은 똑같은 용천수라고 해도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나왔느냐에 따라 다른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Hans>

첫째, 오염물질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없어야 한다. 이 조건은 무조건이다.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둘째, 유익한 미네랄이 충분히 들어있고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이 문장에서는 ‘충분히’라는 말은 상대적이라 어느 정도가 충분한 건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 말은 물이 ‘순수하다’는 특징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선다. 미네랄이 얼마나 충분히 들어있는지 간에 미네랄이 충분히 들어있으려면 ‘순수하다’라는 얘기를 하기 어렵다.

또 국내 몇몇 생수 제품과 정수기 제품이 순수하다는 특징으로 어필하는 데, 우리 인류 역사상 순수한 물을 마신 지는 얼마 안 됐다.

그리고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미네랄은 서로 상호보완적이다. 한 미네랄의 특징은 다른 미네랄의 특징과 대치를 이루기도 한다. 하나가 튀어 버리면, 그 미네랄의 특징 때문에, 다른 미네랄의 역할이 작아질 수 있다.

셋째, 산소가 많이 용해되어야 한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산소는 호흡을 통해 폐에서 흡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체내에 산소가 흡수되는 곳이 폐 말고도 더 있다. 바로 소화기관이다. 산소는 물에 용해된 채로 구강세포나 소장, 대장 등에서 흡수가 된다. 이때 물에 용해된 산소의 흡수율이 공기 중 산소상태로 폐에 흡수될 때보다 더 높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 세계적으로 산소수는 유독 비싸다.

넷째, 약알칼리성이어야 한다. 본디 우리의 신체의 pH는 태어났을 때부터 약알칼리성으로 되어 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 몸의 pH가 산성 쪽으로 간다고 한다. 우리의 pH는 평소에 먹는 것과 크게 관련 있다. 고기류를 먹으면 몸이 산성화가 되고, 야채를 먹으면 알칼리화가 된다. 암 등 각종 질병은 몸이 산성상태일 때 훨씬 더 잘 자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을 약알칼리화 하도록 야채를 골고루 먹거나, 고기위주 식습관이라면 알칼리수 등으로 밸런스를 맞춰주어야 좋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에서 나오는 물들은 좋은 물의 조건에 대부분 해당된다. <사진=Pitisawa>

다섯 번째, 분자군집이 작고, 흡수율이 높아야 한다. 가끔 어떤 기능성 생수에서 물 분자 군집이 작은 53Hz 클러스터라고 하기도 한다. 물의 분자의 군집이 작을수록 세포에서 물의 흡수가 더 잘 일어난다. 물의 분자군집은 같은 속성이라도 물마다 크게 다른데, 같은 지하수라고 해도 어디 지하수였는지, 어느 암반층이었는지, 물의 빈티지가 어땠는지에 따라 분자군집이 크게 다르다.

여섯 번째, 음식과 잘 어울려야 한다. 이 특징은 국내에서 크게 공감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물에도 와인에서 말하는 마리아주(Marriage : 프랑스어로 ‘결혼’, 음식과 물의 궁합을 말함)가 있다. 아무래도 음식과 함께할 때 더 맛이 있다면,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해산물은 해양심층수와, 고기나 튀김은 탄산수와, 야채는 그냥 스틸 물과 어울린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좋은 물의 기준’은 더 많지만 살짝 6가지 특징만 얘기해도 생수, 수돗물, 정수기에 해당하는 장단점이 각각 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특징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물 마시면서도 선택해야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잘 아는 전문가가 여러분의 선택을 도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시대엔 워터소믈리에가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 다음주는 설 연휴로 인해 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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