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안시내 풍경

차(茶)의 세계는 덕행과 인내를 가진 자만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차의 종주국은 중국이다. 지난 1월 서울을 떠나 중국 장춘(長春), 북경(北京)을 거쳐 천진(天津)에서 1박을 하고 천진공항에서 광동성 샨터우(汕头:산두)공항까지 비행기로 2시간 30분정도를 날아간 다음 조안(潮安)시에 호텔을 정하고 봉황단총(鳳凰單樅) 우롱차 매력에 푹 빠지기로 하였다. 2016년 5월에 복건성 무이암산을 3박 4일 동안 차산투어를 하면서 청자 즉, 우롱차 맛과 향에 푹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2016년 여름에 중국 광동성 광저우에서 세계 프리미엄 생수 품평회에 심사를 갔다가 중국 먹는 샘물 심사위원 주(Mr. Jiang Liang Zhu)을 만나면서 복건성의 무이암차와 광동성의 봉황단총을 새롭게 공부하게 되었다. 보이차에 심취한 나에게 새로운 우롱차의 세계를 열어 주었다.

▲ 봉황단총 차산을 안내한 Mr,주(Mr. Jiang Liang Zhu)와 여자친구

우룽차(烏龍茶·오룡차)는 일명 궁푸차(工夫茶·공부차)라고 하며, 우릉차의 고향은 광동성(廣東省)과 복건성(福建省) 그리고 대만(臺灣)이다. 최근에는 다른 성에서도 일부 생산이 되고 있지만 생산량도 적고 품질도 떨어진다.

특히 광동성의 우릉차는 복건성의 우이옌차(武夷巖茶·무이암차)에서 유래했으나, 차나무의 개량변종과 차의 독자적인 제조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차를 대표하는 차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중 대표가 펑황단충(鳳凰單樅·봉황단총)으로 품질이 우수해 국내외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봉황단총은 광동성 조안현(潮安縣)의 봉황산(鳳皇山)지명에서 유래된 것으로 단총은 하나의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라는 뜻이다. 즉 한 그루씩 따로 채엽하고 제다한다는 것이 원래 뜻이었으나, 오늘날에는 한 품종의 차나무에서 채엽하고 제다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 봉황진에 만난 봉황단총의 인간문화재 황백제 선생

다음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9시에 호텔을 나와 조주시(潮州市)를 경유하여 약 2시간을 달려 봉황진(凤凰镇)에 11시에 도착하였는데 봉황산(凤凰山)과 오동산(乌岽山)을 눈앞에 두고 봉황진에서 유명한 식당을 찾았다. 산에 올라가면 점심을 먹을 수가 없다면서 이른 점심을 먹고 막 나오는데 봉황진에 거주하면서 봉황단총 제다분야의 인간문화재이면서 차산별로 고수차를 재정리한‘중국 봉황차’를 저술하여 유명세를 타고 있는 70대 중반의 황백재(黃伯梓)선생을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고 봉황차 책도 선물 받은 후에 봉황차산으로 향하였다. 황선생님은 휴대폰이 없어 약속하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운 분을 운 좋게도 만났다고 중국 일행들이 난리였다.

중국 남송시대 조주지방에서는 소량의 차나무를 재배하였고, 주로 민북지방의 차를 구입하여 약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차를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이 비싸서 조주지방 사람들은 차나무를 심고 차를 만들어서 마시기 시작하면서 차산지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남송시대의 마지막 황제인 조병(趙昺;1278-1279)이 원병에게 쫓겨 남쪽의 조주지방을 지나갈 때 목이 말라 현지인에게 차한잔을 얻어 마셨는데 황제가‘너무 맛있는 차’라고 극찬한 이후부터 송차(宋茶)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후 청나라 강희 원년(1662)에 요평총병관인 오육기(吳六寄)가 오동산 중턱에 차밭을 개간하여 단총 차나무를 심어 오늘에 역사를 만들었다.

▲ 봉계저수지와 봉황산과 오동산

봉황산의 해발은 약 1300m 정도이지만 산세가 험하지 않아 차산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으며, 고수차가 생산되는 해발 850m에 위치한 석고평(石古坪)마을까지 온통 차밭으로 장관을 이루고, 아름다운 봉계저수지를 지나 험한 산길은 포장되었지만 곳곳에 좁고 급경사, 급 커버 도로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가장 높은 해발980m에 위치한 차산 아래 일월명차창을 잠시 들러 차한잔을 마시니 여독이 모두 풀리는 것 같았다.

▲ 봉황산 석고평의 일월명차 차창
▲ 봉황산 석고평의 일월차창에서의 차한잔

해발이 낮은 지역에는 대지차가 장관을 만들었지만 석고평에는 수령 100년, 200년, 300년, 400년, 500년이 된 고수차에는 화향(花香: 꽃처럼 차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을 나무 명으로 지칭하고 있었으며, 1시간 정도를 둘러봐도 끝없는 고차수 차산으로 기억에 남으며, 차산의 품격을 느낄 수가 있었다.

▲ 봉황산 석고평의 고수차산 풍경

봉황단총의 차나무는 오룡(烏龍)과 홍인(紅茵)의 두 종류였으나 현재는 수선(水仙), 황차(黃茶), 색종(色種)으로 구분되고, 봉황단총은 독특한 화향(花香)이 있어 각각 향기(香氣)에 따라 이름이 정해지는데 황치향(黃梔香), 지란향(芝蘭香), 도인향(桃仁香), 계화향(桂花香), 밀란향(密蘭香), 야래향(夜來香), 통천향(通天香) 등 현재 100여종이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며 새로운 종류의 화향차가 나온다고 한다.

▲ 봉황산 석고평의 수령 400년이 된 고수차 형제차나무
▲ 봉황산 석고평의 수령 500년이 된 두인향 고수차

봉황단총의 차나무는 4-5m 곧게 뻗어 있어 운남성의 보이차나무처럼 나무에 올라가서 채엽하는 것이 아니라 긴사다리를 이용해야 채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수차 차산에도 여기저기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 흔적을 보고 실망을 하였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하니 다행스러웠다.

▲ 오동촌 마을

봉황산을 뒤로 두고 다른 길로 들어서니 오동산(吳崠山)으로 가는 길이 나타났다. 정상 가까이 올라가니 오동촌(吳崠村) 마을이 나타나고 좀 더 올라가니 큰 바위의 웅장함 속에 수령 700년이 되었다는 송차(宋茶) 차왕수가 나를 반겼는데 사람들의 손을 탔는지 고사 직전에 있었고, 발아래는 봉계 저수지를 둘러쌓고 온통 차밭이 안무 속에서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 오동촌의 송차왕 차창에서 차한잔

다시 올라 가는 길에 국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송차왕(宋茶王) 차산을 보유한 차장에서 차한잔을 마시면서 우롱차에 대한 끝없는 자랑을 들으면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차장을 나와 20분정도를 가니 송차왕 차산이 모습을 드러냈고, 해발 850m의 계곡 아래에 200년 이상 된 고수차와 500년 이상이 되었다는 차왕수를 보호되고 있었다.

▲ 오동산의 수령 500년이 된 송차왕 차왕수
▲ 오동산의 수령 700년 된 송차 고수차나무가 고사 직전에 있음

조안시로 돌아오면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 이야기를 꺼내자 유기농으로 할 경우 차의 생산량이 1/4로 줄어들면 농부들의 경제적인 이익이 적고, 한 농가에서 유기농을 한다고 해서 다른 농가에서 유기농 농법을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아쉽다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호텔 레스토랑에 가니 오늘 가는 차산은 점심은 먹을 수가 없는 동네이므로 조식을 많이 먹어야 차산을 갈수 있다고 하여 아침밥을 평소 때 보다 많이 먹었다. 아침 9시에 조안시를 출발하면서 특별히 나를 위해 봉황단총 중에 유일하게 유기농을 하는 차산을 안내하겠다고 하면서 산두시(汕头市)의 산두차연구원의 원장이면서 광동차문화연구위원이고 유일하게 국가기능장을 보유하고 있는 정혜봉(鄭惠丰)교수가 동행하였다. 정교수는 봉황단총의 역사, 우롱차의 재배 환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유기농 차에 대해 매우 강한 의지를 보였다.

▲ 오동산에서 내려다 본 봉황단총 차산

자동차는 어제처럼 조안시를 거쳐 봉황진을 지나 봉계 저수지에 11시에 도착하자 하차를 할 것을 요구하였다, 여기서부터는 4륜 구동 자동차로 바꿔 타고 봉황산과 오동산의 반대편 쌍계낭산 방향으로 비포장도로를 1시간 동안 산 정상을 향해 달리고 달렸다. 거의 12시가 되어 해발 1036m의 정상에 위치한 상계낭산(双髻娘山)차산은 주변의 다른 차밭이 없이 16만평 단일 규모에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있었다. 산 정상에는 작은 저수지가 있고 4계절 산에서 물이 흘러내려 관개가 가능하고 차산에서 바라보는 봉황산과 오동산은 장관이었다.

산 아래 오동촌과 석고평 마을을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정자에 앉아 차한잔을 마시면서 무상에 빠져 들기도 하였다.

▲ 쌍계낭산의 정자에서 차한잔

쌍계낭산(双髻娘山)의 유기농 우롱차는 2010년도에 해외 무역을 하던 사업가 증소용(曾小龙)이 전 재산을 투자하자 봉황진 지역 주민들이 해발 1000m가 넘은 조주(潮州)의 역사가 깊은 다원의 명산 쌍계낭산 정상에 차산을 만드는 것을 보고 미친 짓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12만평을 개간하면서 유기농 차산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차나무의 선정과 재배, 생산,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등을 거쳐 엄격한 생산품질 과정 속에서 향기가 좋고 맛있는 차를 생산하면서 지역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자신이 직접 만든 차를 2012년 중국(광주)국제차업박람회에 출품하여 전국명우차품질 홍차부문에서 금상을 수여받고, 우롱차 부문에서도 금상을 받아 짧은 역사 속에서 우롱차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 쌍계낭산의 CEO 증소용
▲ 쌍계낭산의 해발1036m 차산과 차창

그리고 2013년에 천유차업(天有茶业)을 정식으로 설립하였고, 경영철학은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유기농 차를 위해‘생태적 지속가능하고 소비자가 안심하게 마실 수 있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 쌍계낭산의 친환경 유기농 우롱차

천유차업(天有茶业)의 쌍계낭산 차는 3가지 원칙을 고수하였는데, 첫째, 농약을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둘째,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셋째, 성장호르몬의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2014년 중국(광주)국제차업박람회 전국명우차품질 우롱차 부문에서 특등금상을 받았고, 2015년 5월에는 유럽 친환경검정기관 SGS심사를 통과하여 중국내 최초로 조산(潮汕)의 유기농 봉황단총 브랜드를 만든 기업이 되었으며, 쌍계낭산의 봉황단총은 세계적으로 표준품질을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하였기에 세계적인 차 브랜드로 갈수 있는 통행증을 확보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중국의 국가농업부에서 무공해농산물과 QS인증 등을 받아 봉황단총 우롱차에서는 유일 무일한 유기농 차를 생산하고 있다.

▲ 수령 800년의 쌍계낭산의 야생 차왕수 십팔나한

오후 1시경이 되자 상계낭산에 수령 800년 된 진귀한 야생 차왕수‘십팔나한(十八罗汉)’이 있으니 보러 가자고 하여 따라 나섰다. 열대 우림 정글을 헤치고 힘겹게 30분정도를 올라가니 야생 차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 왔다. 한그루의 원주에 18개의 차나무 줄기가 올라와 불교에서의 부처님의 18명 제자처럼 차나무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이 옛날 차산이었으나 너무 험하고 첩첩산중이라 해발이 낮은 지역으로 농민들이 내려가고 난 뒤에 폐허가 된 곳이었다고 한다.

▲ 봉황단총이 생산되는 봉황산, 오동산, 쌍계낭산과 마을

그리고 수십년 전에 한 농부가 영험이 있는 이 차나무를 몰래 베어가서 자신의 집에 심었는데 병들어 죽었고, 상계낭산에 차나무는 고사할 줄 알았는데 신비롭게도 18개의 가지가 나와 살아 있는 것을 보고 보호하기 시작하였고‘십팔나한’이라고 부르면서 해마다 제를 지낸다고 한다.

배고픔을 이겨가며 하산하니 약 2시경이 되었고 차창에 도착하자마자 주방으로 들어가니 처음 보는 전통음식이 준비되었는데 일행들은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먹었다.

▲ 봉황단총을 학문적 쳬계를 구축한 인간문화재 진향백 원로교수

조안시로 오는 도중에 정교수가 자신의 스승이면서 문화혁명이후에 고문헌을 통해 봉환단총의 학문적 체계를 구축한 한산사범학교에서 정년퇴임한 진향백(陳香白) 원로교수를 소개해 주겠다고 조주시에 살고 있는 진교수집으로 향하였다. 봉황단총의 제1인자라고 하며, 중국인민정부의 공무원들도 만나기가 어렵다는 분이라고 소개를 해주었다. 진교수님이 멀리 한국에서 온 나를 위해 손수 차를 우려 주시는 마음이 아주 소박하고 진실 되고, 인품이 선비 같아 존경의 마음이 절로 나왔다.

조안시로 돌아와 봉황단총 차인으로 유명한 왕유의(王維毅) 전문가와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차전문점에서 차를 함께 마시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는 세무공무원으로 일할 때 차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여 봉황차에 대한 책도 저술하였고, 광동성 차문화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롱차를 마실 때 후운이 중요하고, 한가지의 특장적인 향을 갖고 있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하면서 50년 된 우롱차를 우려주면서 우롱차도 보이차 처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차라는 것을 설명해주어 감동을 받았다.

▲ 중국 유일의 차 국가기능장 정혜봉교수, 필자, 왕유의 봉황단총 전문가

봉황단총은 일창이기(一槍二旗)를 표준으로 오후에 찻잎을 따서 저녁에 가공을 시작하며, 제다방법은 경쇄청(经晒青), 량청(晾青), 팽청(碰青), 살청(杀青), 유념(揉捻), 홍배(烘焙)순서로 한다. 그리고 녹차와 홍차의 중간인 반발효차로 녹차의 맑은 청향과 홍차의 농후한 단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특히 우롱차는 향기가 매우 중요하므로 꽃향기, 벌꿀향기, 과일향기 등의 독특한 향기를 음미하는데 있다. 차의 형태는 단단히 말려 있고, 색은 흑갈색 또는 회황갈색이며, 탕색은 순수하고 시원한 등황색이다. 마시면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 오래도록 지속되며, 회감(回甘·차를 마신 뒤 입안에 감지되는 단맛)이 강하고, 여운도 길어 차를 마시는 기분이 나며, 여러 번 우려져 나오는 특징이 있다. 

3박 4일간의 짧은 봉황단총 우롱차의 차산투어는 필자에게 새로운 우롱차 문화를 연구하게 하는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
 

▲ 고재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사)한국외식경영학회 회장, 한국호텔리조트학회 회장,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회장,(사)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사)한국관광호텔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컨벤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1997년 국내 최초로 와인 소믈리에교육을 도입하였고 와인을 학문으로 승화하였으며, 국내 최초로 불모지였던 워터 소믈리에, 티소믈리에 교육을 개설하고 학문적 영역으로 개척한 학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고재윤교수 jayoun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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