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대리의 한식탐험] 한국의 대표 전통 간식, 엿강정

승인2017.02.13 10:18:38

엄마는 명절이면 강정을 수북하게 담은 소쿠리를 집안 곳곳에 두었다. 멈추지 못하고 강정을 집어먹는 바람에 명절 내내 입안이 달달하곤 했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다른 전통식품들에 비해서, 강정은 명절이면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시리얼바와 형태도 유사해서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은 달랐다. 체험을 통해 접한 강정은 익숙한 듯 새로웠다. 이름부터 그랬다. 우리가 흔히 ‘강정’이라고 지칭하는 (튀밥을 조청으로 뭉쳐 굳힌) 한과의 정식 명칭은 ‘엿강정’이다. 흔히 강정이라고 통용되지만, 서울지역에서는 유과도 강정이라 일컫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을 위해 엿강정이라고 지칭한다. 그것도 모르던 나는, 체험장 입구의 ‘박순애 명인과 함께하는 엿강정 만들기’라는 팻말을 보며 ‘강정 체험 인줄 알았더니 엿 체험인건가?’라며 잠시 당황했다.

시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엿강정은 쌀엿강정과 깨엿강정, 두 가지이다. 하지만 사실 엿강정의 종류는 그 수를 세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주재료를 쌀, 콩, 깨 등 다양한 곡물로 바꿔볼 수도 있고, 거기에 견과류, 건과일 등을 섞어 맛을 더할 수도, 치자가루, 백련초가루 등 각종 가루를 섞어 색깔을 낼 수도 있다. 시리얼바의 종류를 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체험의 주재료는 쌀튀밥 이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이지만, 이 또한 가공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쌀엿강정은 생쌀을 뻥 튀겨 만든 것이다. 예전에는 뻥튀기 기계가 없었던 관계로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일주일 정도 쌀을 물에 담가 삭혀 두었다가 고슬고슬하게 밥을 찐다. 소금물에 밥을 살짝 넣었다 빼고 바짝 말린다. 밥을 찌고 말리는 과정을 세 번까지 반복한 후 뜨거운 모래에 튀겨내거나 기름에 튀겼다. 박순애 명인은 고두밥을 찌고 말리는 과정을 한 번만 거치고 뻥튀기 기계를 통해 튀밥을 튀긴다. 이렇게 하면 생쌀로 만든 튀밥보다 훨씬 덜 눅눅해진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보니 밥알들이 평소 보던 것들에 비해 더 작고 울퉁불퉁하다. 하나를 얼른 집어 먹어보니 생 쌀튀밥에 비해 확실히 더 씹는 맛이 있었다. 

▲ 왼쪽은 쌀을 삭히고 찌고 말려 튀겨 만든 쌀엿강정, 오른쪽은 생쌀을 튀겨 만든 쌀엿강정

엿강정의 핵심 재료인 조청 또한 준비가 만만치 않다. 엿기름(싹 난 보리의 가루) 물을 내고 고슬거리는 밥과 섞어 따뜻한 상태로 두어 삭힌다. (여기서 물과 설탕 등을 섞으면 식혜가 된다.) 이를 오래 고아 끈적하게 만든 것이 조청이다.

이처럼 쌀튀밥과 조청 준비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이후 과정은 순식간이다. 조청과 식용유, 설탕, 그리고 색깔 낼 가루가 있다면 한데 넣어 센 불에 끓이다가 불을 낮추어 쌀튀밥을 넣고 섞는다. 뭉쳐지는 듯하면 틀에 넣고 모양을 낸 후 굳기 전에 썬다. 순식간에 굳기 때문에 불 조절과 재빠른 손놀림이 중요하다. 잘 안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잘 준비된 재료와 조청을 섞었다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모양이 잘 안 잡히더라도 그 것 또한 재미다. 

▲ 엿강정 재료를 준비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엿강정 자체는 순식간에 만들어야 한다.

튀밥과 조청이 어우러지는 속도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니, 색색깔의 엿강정들이 완성되었다. 여러 가지 색깔을 섞어 포장을 하고 보니 꽤 고급스러워 보였다. 사실 요즘 들어서야 접하기 쉬워졌지, 엿강정은 애초부터 고급 식품이었다. 조청과 쌀튀밥 등 재료의 복잡하고 긴 준비 과정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예로부터 담양이 한과로 유명한데, 조청을 만드는 법이 낙향한 양녕대군의 궁녀들에게서 전수되었을 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평야지대여서 간식을 즐길 만큼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체험장에서 만든 쌀엿강정

엿강정을 과자같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엿강정은 정성이 담긴 건강한 식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곡물을 튀기지 않고 설탕 대신 조청으로 단맛을 내어 먹는 엿강정은, 종류와 양만 잘 조절하면 시리얼바, 요거트에 뒤쳐지지 않는 좋은 건강 간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맛있어서 항상 잔뜩 먹게 된다는 건 함정이지만.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매주 식품명인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매주 식품명인 혹은 그 전수자를 초청해 2시간 가량 전통식품에 대한 소개 및 간단한 체험을 제공한다. 토요일 프로그램도 자주 있어, 솜대리 같은 직장인이 전통식품을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프로그램 확인 및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솜대리는?
먹기위해 사는 30대 직장인이다. 틈만 나면 먹고 요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음식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 그 중에서도 전통식품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해볼 예정이다. 이 칼럼은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전통식품에 대한 일반인 저자의 탐험기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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