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지난번에는 맛있게 밥을 먹고도 살이 빠지는 일본의 TANITA식당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은 건강한 밥 그 두 번째 이야기다.

백미가 몸에 나쁘다고 잡곡이나 현미를 먹으라 한다. 백미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구박을 하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11분도 도정을 한 흰 쌀밥만 먹는 것보다 콩이나 다른 잡곡을 섞어 밥을 지으면 영양적으로는 조금 더 우수한 것은 맞다.

2014년 식품소비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잡곡밥이란 것의 평균을 산출한 결과 우리가 먹는 잡곡밥은 흰쌀 80%에 잡곡 20%를 혼합한 것이다. 80%가 흰밥인데 이걸 잡곡밥이라 한다. 필자의 10번째 칼럼에 더욱 자세한 내용이 있다.

물론 100% 현미밥을 먹는 사람도 있다.

11분도 도정을 한 흰쌀보다 100% 현미밥이 영양학적으로 좀 더 우수하다. 그러나 작년 3월 한 케이블TV 방송에서 현미를 마치 독극물인 양 자극적인 기사와 내용으로 방송한 덕분에 현미에 대한 반감이 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꼭 그런 식의 자극적인 방송을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미에서 이슈가 된 성분이 하나 있다.

바로 ‘피틴산(Phytic Acid)’이라는 물질이다.

피틴산은 쌀 껍질에 있는 항산화물질로 곡물류, 콩류, 나무 열매, 곡류의 껍질 부분에 많이 존재한다.

항암효과, 항산화 효과, 중금속 배출이라는 긍정적인 기능과 무기질과 결합하여 무기질을 배출시킨다는 부정적인 기능이 있다.

햇반과 같은 즉석밥의 표기사항을 보면 ‘쌀미강추출물’이라는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피틴산’을 주원료로 만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기능이 훨씬 더 많다고 여기지만, 여기서는 피틴산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슈(ISSUE)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제안하려 한다.

첫 번째가 발아 미(발아현미)다.

우리가 먹는 쌀은 도정상태에 따라 현미와 백미로 나뉜다. 백미와 비교할 때 현미는 과피, 호분층, 배아들을 가지고 있어 백미보다 식이섬유, 비타민, 지질, 인, 철 등이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런 현미를 25~30℃ 정도의 미온수에 24시간 정도 담그어 두면 싹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발아(현)미라 한다. 싹은 1mm 전후의 것이 좋으나 용도에 따라 5mm 까지도 키운다. 싹이 나면서 현미의 피틴산이 사라지고, 다른 생리활성물질들이 증가하는데 특히 GABA의 경우 일반 백미 보다 10배나 많아진다.

발아 현미는 발아 과정에 의해 현미의 조직이 연화되고, 당화 정도에 따라 기호성이 향상된다.

집에서 발아시켜 먹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발아 과정 중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흐르는 물에서 발아를 시켜 이 특유의 냄새를 나지 않게 하는 등의 새로운 기술들이 접목되어 훨씬 먹기 편한 발아 현미 제품이 많이 있다.

▲ 발아현미 영양값 <자료=박성환소믈리에>

다음은 쌀눈 쌀(배아미)가 있다.

현미에서 미강(쌀겨)만 벗겨 낸 쌀이다. 백미에 노란색 쌀눈(배아)이 붙어있어 황금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백미의 밥맛에 현미의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이 작은 쌀눈에 쌀의 영양소의 2/3가 들어있다.

쌀눈을 남기고 나머지는 백미처럼 도정해야 하는 도정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그냥 7~9분 도미인데 쌀눈쌀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제대로 도정이 되지 않으면 좀 까끌까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80kg 쌀 한 가마니에서 얻을 수 있는 쌀눈은 고작 80g 정도다.

현미도 그렇지만 쌀눈에는 가바, 옥타코사놀, 감마오리자놀, 식이섬유, 리놀렌산, 비타민B가 풍부하다. 이 중에서 옥타코사놀은 기러기가 수천Km 날아가는 힘의 원동력이 되는 물질이다.

백미의 밥맛과 현미의 영양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쌀눈 쌀인데 이마저도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쌀눈만 따로 구매해 백미와 섞어 밥을 지어 먹는 것이 입에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백미에 비해 산패가 더 빠르다. 냉장보관을 권장한다.

그리고, 배아를 더 키워 영양물질이 더 많이 함유된 ‘거대 배아미’도 있다.

▲ 백미와 쌀눈쌀 영양비교 <자료=박성환소믈리에>

이렇게 몸에 좋다고 이야기해도 백미보다 판매량이 매우 저조하다. 왜 그럴까?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한다고 다들 말하지만, 밥맛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는 먹지 않는다. 첫 번째가 밥맛이다. 맛있으면서 건강한 밥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발을 했으면 다음은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GABA (Gamma-Amino Butyric Acid) – 감마 아미노낙산 또는 감마 아미노부틱산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