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WSA와인아카데미는 그동안 수많은 와인 전문가와 소믈리에를 배출했다. WSET(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교육과정, 프랑스와인 전문가과정, 호주와인 전문가과정 등 정규과정뿐만 아니라 매주 금요일마다 브랜드데이를 통해 와인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와인&피플]에선 WSA와인아카데미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박수진 원장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WSA와인아카데미의 박수진 원장입니다. 반갑습니다. 

▲ WSA와인아카데미 박수진 원장 <사진=WSA와인아카데미>

WSA와인아카데미의 원장으로 취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국내에서 많은 와인전문가를 배출한 WSA와인아카데미의 원장이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원장님은 와인은 어떻게 선택하시게 되셨나요?

제가 와인을 처음 처음 접했던 건 영국으로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입니다. 유학생활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때 기숙사 학생들이 거의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 친구들은 항상 저녁에 기숙사 공동 키친에서 와인을 마셨습니다. 그때 몇 번 같이 마셨는데, 너무 재밌었습니다.

제 대학생활에서 술이라고 하면 거의 죽을 때까지 마시는 폭탄주에다 소주뿐이었는데, 그런 생활을 경험했다가 와인을 마시는데 그 문화가 너무 좋았어요. 취하려고 마시는 게 아니라 대화를 좀 더 편하게 하고, 분위기도 더 좋아졌습니다. 그때 와인이 되게 재밌는 술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에 돌아와 와인 수입사 쪽에 발을 딛게 됐고요. 이렇게 쭉 오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몇 분밖에 없는 WSET Level 4를 취득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디플로마를 취득하기 위해서 굉장히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수입사 마케팅팀에서 5년 정도 일하던 중, 디플로마에 관심이 생겨서 과감하게 영국 런던으로 와인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사표를 냈더니, 회사에서 1년 유예기간을 줄 테니 돌아오라고 하셔서 1년 만에 초고속으로 디플로마 과정을 끝내고 다시 복귀했습니다. 1년 런던에 머무는 동안 고3 못지않게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와인 테이스팅이 부족한 것 같아 함께 수업 듣는 친구들과 테이스팅 모임을 만들어 블라인드 시험 준비도 하고 굉장히 바쁘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WSET 디플로마를 취득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와인 업계 후배들이 늘고 있는데요. 혹시 전수해줄 만한 팁이 있나요?

저는 와인 유학 초창기에 가서 기존에 유학 경험을 하셨던 분들이 많지 않아서 준비를 혼자 했습니다. 이제는 다녀오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주변에 많이 물어보시면 크게 당황하시는 일 없이 철저하게 준비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유학은 많은 고민을 하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영국 비자를 받는 것부터 쉽지 않더라고요. 영국 대사관 면접도 진행했습니다. 보통은 면접 없이 비자가 발급되는데, 나이가 좀 많고 기존 다른 나라 유학 경험도 있어서 대사관 면접 때 왜 유학을 또 가는지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그 외에도 실질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 마련도 중요합니다. 런던의 물가가 살인적이거든요. 어디든 유학을 결심할 때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도착해서 당황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또한 이루려는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하고 가시는 게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부하다가 난관에 부딪히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거나 놀다 오는 경우가 많은데, 목표를 세웠다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 박수진 원장이 와인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WSA와인아카데미>

수 드 프랑스(Sud de France; 프랑스 남부 와인) 강좌를 개설하셨습니다. 프랑스 남부와인은 보르도나 부르고뉴에 비해 많이 생소한데요. 프랑스 남부 와인지역을 소개해주세요. 

프랑스 남부는 와인전문가들도 아직은 생소합니다. 랑그독 루씨용 지역은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 와인에 대적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지역으로 프랑스 안에서도 랑그독 루씨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에 저렴한 와인 이미지를 극복하고 지금은 고급와인 산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마스 드 도마스 가삭(Mas de Daumas Gassac) 와인을 마시고 랑그독에 대한 제 편견을 날려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르도와는 다른 동물적이고 육감적인 레드와인으로 아주 특별한 와인이었습니다.

저도 랑그독이나 루씨옹 와인들을 마셔보면, 말씀하셨던 변화무쌍함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특히 등급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늘고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좋은 와인들이 많습니다. 우선 랑그독 루씨옹 지역이 프랑스 내에서 저렴한 와인이란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협회에서 최근 들어 이 지역 AOC를 조금 더 하였고, 고급와인들은 크루(Cru)라고 하는 등급을 따로 설정하고 있어요. 부르고뉴처럼 고급와인들은 별도로 등급으로 관리하고 있고요. 그와 별개로 기존에 뱅드페이(Vin de Pays) 등급 와인들도 보르도 블렌딩을 쓴다거나 등급은 낮지만 고급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와인들은 하나의 등급으로 묶기는 어렵고요. 고급와인부터 등급은 낮지만 슈퍼투스칸 느낌이 날 수 있게 이 지역에서 만드는 보르도 스타일의 남다른 스타일까지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이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네요. WSA와인아카데미에서 개설하는 수 드 프랑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우선 국내에서 처음이고요.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서 제가 최초로 이 인증과정 마스터 과정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은 수 드 프랑스 협회, 랑그독 협회가 인증하는 유일한 남프랑스 마스터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지역을 가장 완벽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랑그독 와인 협회가 올해부터 소펙사(Sopexa) 대회에서 공식 후원사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소펙사 대회에는 랑그독 지역 와인들이 많이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뜨고 있는 랑그독 루씨용 와인들을 접할 수 있는 이 코스가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WSA와인아카데미 박수진 원장이 아카데미 대표강사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WSA와인아카데미>

저도 꼭 들어보고 싶군요. 수많은 세월 동안 많은 와인을 테이스팅하셨을텐데, 그 중 최애(최고로 만족한) 와인은 무엇입니까?

제가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지가 이제 15년을 넘어 20년 가까이 되고 있는데요. 그 세월 동안 감동받은 와인이 너무 많아서 최애를 뽑기는 힘든데요. 랑그독 와인 중에 앞에 말씀드린 마스 드 도마스 가삭(Mas de Daumas Gassac)을 가장 좋아합니다. 보르도 블렌딩이지만 보르도에서 느낄 수 없는 파워와 굉장히 동물적이고 야성적인 느낌이 엄청났어요. 이번에 랑그독 지역 방문했을 때도 사 왔습니다. 국내에 수입이 안 돼서 너무 아쉽습니다.

그 외에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이탈리아 바롤로 와인을 좋아합니다. 피노 누아 같은 섬세한 아로마에 입 안에서는 강렬한 파워가 느껴지는 반전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와이너리도 많이 방문하셨을텐데, 기억에 남는 와이너리가 어디인가요?

개인적으로 추천을 하자면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역은 꼭 한번 방문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르도도 좋고, 부르고뉴도 좋고 가보시면 다 좋습니다.

하지만 토스카나에 가을쯤 가시면 '토스카나의 구릉지대'라고 하는 둥글둥글한 언덕이 쫙 펼쳐져 있는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가을빛이 충분히 물들고, 황금색 포도가 물들었을 때, 토스카나 와이너리 언덕 위에 위치한 성에서 햇살 좋은날 야외 테라스에 앉아, 와인 한잔 마시면서 포도 익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어요. 

7월, 8월은 너무 덥기 때문에, 9월, 10월 수확기 바로 직전에 가시는 게 좋습니다. 수확기에는 너무 바빠서 와이너리에서 잘 안 반겨줍니다. 가능하시면 9월 중순부터 9월 말에 가시는 게 좋습니다.

박수진 원장에게 와인이란?

'Joy of My Life', 제 인생을 즐거움 입니다. 지금까지 와인은 제게 많은 즐거움을 줬고요. 앞으로도 제게 많은 즐거움을 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Life is too short to drink bad wine' 이라는 말도 좋아합니다. 인생은 매우 짧기 때문에 좋은 와인 마시면서 즐겁게 사는 인생! 여러분 모두 그렇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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