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굉장히 섬세한 음료이다. 눈으로도, 코로도, 입으로도 구별하기 어렵다. 지난 칼럼(16화 참조)에서도 언급했듯이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또 온도는 보관 용기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이렇게 섬세한 음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꽤 세심하게 환경들을 통일시켜줘야만 한다. 물을 구매해서 보관하고, 같은 모양의 잔에 서비스하고, 워터 소믈리에의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전 과정이 생수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잔에 따른 물은 같은 물이다. 나는 테이스팅에 앞서 하나(왼쪽)는 실온에 보관하였고, 다른 하나(오른쪽)은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같은 물이라도 어떻게 보관하고, 어떻게 관리했는냐에 따라 테이스팅 때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기포는 왼쪽이 더 많이 올라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테이스팅을 하면 오른쪽 물에서 더 많은 기포가 느껴진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워터 테이스팅을 하는 사람은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몸이 살짝 아프다면, 테이스팅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혔거나, 기침하거나, 열이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컨디션 회복을 하지 않은 채 강행했다가는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는 물을 째려보며 무력감만 느낄 것이다.

나는 중요한 테이스팅을 앞두고서는 매운 음식, 짠 음식, 튀긴 음식, 뜨거운 음식은 피한다. 이런 자극적인 음식은 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중요한 테이스팅 1주일 전에 돈가스를 먹었다가 혀와 입천장이 다 까졌는데, 일주일 동안 회복이 안 돼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적어도 혀나 입천장의 상태가 회복되기 위해선 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술과 담배, 향수, 짙은 화장도 테이스팅할 땐 피해야 한다. 이유는 다 알 것이다. 술, 담배, 향수 말 안 해도 워터 테이스팅에 무지막지한 영향을 준다. 하루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워터 테이스팅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테이스팅을 지켜보는 상황이었는데, 그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워터 테이스팅을 하는데, 1m 밖에 있는 한 여성분의 진한 화장품향 때문에 순간적으로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은 적이 있었다.

또 가벼운 립밤도 물을 테이스팅할 때 유질감에 대한 요소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테이스팅 전에는 바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곧 충분한 수분 공급이 일어나기 때문에 입술은 알아서 촉촉해질 것이다.

또 테이스팅은 공복에 하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에는 아직 몸이 덜 깨어있어, 오감을 잘 활용할 수가 없으며, 식후에는 배가 불러, 감각이 둔감해진다. 혀나 코가 가장 예민한 시기는 식전에 살짝 배고파지는 오전 10시 반이나 오후 4시이다.

테이스팅 룸의 경우 냄새가 나지 않고 조용한 곳이 좋으며, 실내의 덥지 않아야 한다.

생수의 온도는 스틸의 경우 11 ~ 12도가 좋으며, 탄산수의 경우엔 13 ~ 15도가 좋다. 물별로 따로 보관하기 어렵다면 와인 셀러에 12 ~ 13도 정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테이스팅은 하루에 많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5 ~ 10종류가 좋으며, 20가지가 넘어가면 혀가 피로해진다. 많을 때는 80가지를 넘게 테이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물이라고 얕보다간 큰일 난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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