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글귀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유명한 글이다.

하지만, 왕후의 밥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왕후의 찬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최근 서울 시내 산속에 있는 호텔에서 조식을 먹은 적이 있었다. 훌륭한 반찬에 비해 나오는 밥 상태를 보고 너무나 실망스러워 ‘왕후의 밥’이 아닌 ‘왕후의 찬, 걸인의 밥’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올랐다.

그러던 중 tvN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어쩌다 어른’이라는 방송을 보았다. 최근 필자가 즐겨보는 방송 중 하나다. 방송에서는 허태균 교수가 나와 심리학 강의를 했다. 여러 내용 중 ‘복합 유연성이 만든 한국과 일본의 차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할 때다. 필자의 생각과 똑같은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잠시 방송에서의 내용은 인용하겠다.

▲ 일본은 밑반찬이 별로 없다. 그 대신 밥에 집중을 한다. <사진='tvN 어쩌다 어른' 캡처>

우리나라는 밥보다 반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집에 가서 반찬을 따진다. 그런데 우리는 반찬집이 아닌 밥집을 간 것이다. 일본은 밑반찬이 별로 없다. 그 대신 밥에 집중을 한다. 우리나라는 밑반찬이 많아야 한다. 밑반찬이 모두 결정을 한다.

똑같은 값을 받고 밑반찬이 좋다는 것은 메인이 후지다는 이야기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닌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안 되는 것이고, 그건 한국인의 복합 유연성 때문이라고 했다.
 

▲ 밥상의 주인공은 밥이다. 반찬이 아니다. <사진='tvN 어쩌다 어른' 캡처>

그러니 어딜 가나 왕후의 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밥상의 주인공은 밥이다. 반찬이 아니다. 밥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밥인데 우리는 잊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라는 만화는 대한민국 전 국민이 알 것이다. 그러면 제1권의 마지막 화에서 주인공 ‘성찬’은 ‘밥상의 주인은 바로 밥’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수필에서 ‘왕후의 밥’은 공깃밥에 간장이 전부인 밥이다. 진정 정말로 맛있는 밥이라면 달걀, 김치,간장이나 김 등 소박한 반찬 뿐이어도 왕후의 밥이 될 것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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