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웅재 세발자전거 대표(좌측)와 차민욱 셰프(우측)

우리 고유의 술과 음식에 대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 백웅재대표와 요리연구가 차민욱셰프. 둘을 만나 한주와 한식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두 분이 힘을 합쳐 새로운 한주와 한식을 추구하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네, 저희가 이름을 붙여봤어요. ‘한식의 뿌리’라고. 저와 차셰프가 한식과 한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새로운 스타일로 구현해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Q ’한식의 뿌리’라, 뭔가 근원적이고 클래식한 걸 추구하는 느낌인데요?

음, 사실 저희가 클래식한 스타일을 추구하진 않아요. 오히려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요. 그런데 새로운 것이라지만 뭔가 근본과 원칙은 가지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수천 년 한식의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법고창신(法古創新) 한다는 그런 자세입니다.

네. 저희가 좀 근본적인 질문들을 가지고 시작을 했어요. 한식과 한주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Q 그 질문들은 어떤 것인가요?

“여기는 한국인데 왜 한식을 하려는 요리사가 이렇게 없을까?”

"한국에서는 삼겹살에도 와인을 마시면서 왜 한주를 파는 곳은 이렇게 없을까?”

“외국 평론가들이 상 주는 한식 레스토랑이 한식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진짜 한주와 한식은 서서히 멸종해가는 것 아닐까?”

Q 음, 사실 듣고 보니 저도 의문이 가네요. 왜 한식과 한주는 왜 한국에서도, 뭐랄까, 이렇게 기를 못 펴는 걸까요?

그게 한식이 뭔가 쿨하고 우아하게 만드는 그런 게 없어요. 한식 요리사 한다고 하면 프렌치나 이탈리안이나 하다 못해 중식 보다도 매력이 없게 느껴지는 게, 그만큼 주목도 못 받고… 쉽게 말해 ‘셰프’라고 할 때 뭔가 멋있어 보이고 존경스럽고 그런 게 없는 거에요. 요즘 잘 나가는 쿡방 프로그램이 공중파고 케이블이고 엄청 많잖아요. 이런 데 나오는 셰프들 봐도 여기 차셰프 말고는 정통 한식요리사라고 할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학교 강의도 나가고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한식 하고싶다는 애들 열에 하나도 안 되요. 그것도 몇 년 전 보단 많이 좋아졌는데 그래요. 몇 년 전엔 아예 없다시피 했죠.

상징적인 예로 한주 업계에서도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가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 우승자들 중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없어요. 다들 연구나 교육 같은 쪽으로 가지요. 그만큼 현장이 어렵기도 하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지요. 사실 외식업계 어디 가나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에요. 그래도 롤 모델이란 게 있으면 그걸 보고 갈 수 있는데 한주, 한식은 그런 게 없어요. 궁중음식 하시는 ‘한복 입은 할머님들’을 보고 할 수도 없고요.

Q 네. 업계의 열악한 현실은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대안이 있으신 거죠?

차 우리 자신이 우선 잘 되어야지요. 우리가 잘 되려면 뭔가 새로운 스타일, 문화적 충격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새로움이 근본, 뿌리는 있어야 하고요.

외국 평론가들이 아시아에서 잘 하는 레스토랑 뽑아서 상 주고 하는 게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몇 개가 랭킹 50위니 100위니 하는 데 들었는데 진심으로 축하하고 제가 좋아하는 집들도 여럿 있지만 걱정되는 면도 있어요. 외국사람들이 저걸 한식으로 알면 어쩌나 하고요.

Q 그런 곳에서 하는 것은 한식이 아니다?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너무 심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발상이나 기법이 다들 양식 아닌가요? 한식은 식재료나 이런 걸로 모티브만 따고 작명만 한식으로 해서 한식이라고 하는 경우도 드믈지 않아요. 요리 자체로는 재미있고 수준 높고 이런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런 시도 많이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게 반영하는 것은 사실 요즘 트렌드와 서양의 요리사조나 역사 부분이 훨씬 크다고 봐요. 진짜 한식의 맥락은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거죠. 혹은 그런 고민을 해볼 준비가 안 되었다고나 할지…, 어쨌든 고민이란 것도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이 되어야 깊어지는 거니까요.

Q 실은 저도 그런 의문이 있었긴 합니다.

이런 의문이 저희 요리에 대해서 손님들께 설명드리다 보면 정말 큰 공감을 받는 부분이에요. ‘한식의 위기’랄까? 그런 것에 대해서 다들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불안감들도 있고 대안을 찾는 마음이 있다는 걸 확인해서 더 사명감이 생깁니다.

Q 그렇다면 세발자전거에서 선보이는 한식과 한주는 뭐가 다른 걸까요? 정말 기대가 되긴 하는데, 사실 플레이팅만 보면 양식 같은 느낌이긴 합니다만…
 

▲ 인수분해 닭도리탕

 이번 시즌에 저희가 하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한식의 재구성’입니다. 예를 들어볼께요. 저희 시그니쳐가 되어가고 있는 ‘인수분해 닭도리탕’같은 경우 닭 한마리를 살을 발라내서 김과 닭껍질로 감싸서 3시간 동안 수비드를 해요. 그리고 감자 매쉬와 고추장 밸루떼 소스가 들어가는데 매쉬에는 막걸리가 들어가고 고추장소스에는 오히려 와인이 들어가요. 어쨌든 이게 닭도리탕의 닭, 감자, 국물의 3가지 기본요소를 재해석하고 재배치한 거에요. 처음 닭도리탕 시켰던 분들이 막상 음식을 받아놓고 보면 어리둥절해 하시는데 막상 드셔보시면 닭도리탕이 맞다고 수긍을 하세요.
 

▲ 삼반

삼겹살 반상의 재구성인 ‘삼반’을 볼까요? 밥을 얇은 삼겹살, 버섯볶음과 같이 김과 묵은지로 말아서 한 입 크기로 썰고 겨자 드레싱의 샐러드와 같이 나가요. 우리 삼겹살집 가면 고기도 굽지만 버섯이며 묵은지도 불판에 같이 구워 먹잖아요. 그리고 쌈채소가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을 한 접시에 담아서 드리는 콘셉트에요.

반면 갈비찜이나 설야맥적 같은 메뉴는 굉장히 클래식해요. 갈비찜은 그냥 갈비찜같이 딱 생겼어요. 집에서 하는 것 보다 좀 맛있다는 거 빼고는 (웃음) 전혀 이질감이 없을 거에요. 설야맥적도 직화구이라 집에선 잘 못 해드시는 요리지만 불고기의 원형 같은 음식이거든요. 다들 편안하게 드시는 요리에요.

두 가지 스타일에 공통된 요소는 바로 ‘맛’이에요. 이제까지 사람들이 즐겨왔던 그 맛을 중심으로 놓고 가는 거지요. 플레이팅뿐 아니라 저희는 요리 기법이나 식재료, 허브 사용에서도 외국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런데 저희는 그걸 한식의 ‘맛’을 지키고 풍성하기 위해 사용해요. 법고창신의 정신이랄까, 그게 저희의 시즌 1이에요.

한주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리자면, 한주의 프리미엄화가 빠르게 되가고 있어요. 제가 처음 가게를 시작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가지수로만 봐도 10배 정도는 성장한 것 같아요. 5년 동안 말이죠. 게다가 정말, 대책 없이 새로운 양조장도 생겨나고 제품들도 나오고 합니다. 올해는 하우스막걸리법도 시행되서 또 새로운 시도가 쏟아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판매쪽은 그렇게 늘어나지 않는데 생산쪽은 정말 빨리 발전하고 있어요. 이러다가 망하지들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 세발자건거의 다양한 한주

그럼 판매는 왜 안 늘까요? 저의 진단은 ‘스타일’의 부재입니다. 지금 프리미엄이라는 술들이 보통 2~5만원 사이에들 있는데 이 정도면 식당에서 마시기엔 참 싼 와인 가격대쟎아요. 같은 가격대라면 한주가 와인하곤 술 퀄리티가 비교가 안 되게 좋아요. 세금이나 유통마진 같은 게 와인같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없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무슨 기념일이나 이럴 때 3만원짜리 와인 마시면서 폼을 재는데 한주를 그렇게 마시는 사람은 없다는 거에요. 그런 이미지, 그런 아우라가 바로 업계의 인프라라는 거죠. 그런 인프라를 위해서는 훨씬 더 고급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사실 고급 양식당에서 한주를 파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런 집들이 오히려 프리미엄 한주 판매를 견인하는 한 해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한주 업계는 왜 그렇게 안 하는가? 혹은 못하는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저희가 그런 역할을 한 번 해보려고 해요.

Q 기대되는데요? 그럼 그런 역할이란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저희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씀 드렸지요. 저희도 아직 답은 없어요. 사실 차셰프와 저도 처음 호흡을 맞추는 단계이기도 하고, 그래도 같이 일 한 지 3개월이 넘어가니 이제 뭘 해야할 지는 좀 알 것 같습니다. 아직 답을 찾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뭘 해야 그 답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 알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건 시즌2에 저희가 선보일 스타일에서 표현을 하려고 하는 건데요…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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