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매경이코노미에서는 작년부터 세계 물의 날에 맞춰 먹는샘물 품평회를 개최했다. 아직 2회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고재윤(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협회장님, 국내 1호 워터소믈리에인 워커힐 호텔 이제훈 워터소믈리에 등 국내 최고의 물 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나는 작년 1회부터 올해 2회까지 위와 같은 대단한 분들과 함께 2년 연속 품평회 심사위원으로 초청되는 영광을 얻었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먹는샘물 품평회 심사위원을 초청해 국내에서 유통되고있는 80여 가지의 생수를 평가했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작년에도 80여 가지, 올해도 80여 가지 생수들이 출품되었으며, 올해는 국내 스틸 생수, 국내 탄산수, 해외 스틸 생수, 해외 탄산수로 나뉘어 진행됐다.

올해 국내스틸 생수는 총 18종으로 우리가 잘 아는 삼다수나 강원 평창수부터, 해양심층수와 각 유통회사의 PB제품들까지 다양한 생수를 테이스팅하였다.

평가항목은 시각(투명도, 거품정도), 후각(냄새), 미각(청량감, 풍미, 신맛, 무게감, 구조감, 부드러움, 균형감, 지속감), 라벨 정보, 총체적인 품질 등 13가지였다.

평가 기준은 투명도가 높을수록(탁하지 않을수록) 점수가 높고, 탄산수는 거품이 많을수록 거품정도의 점수가 높다. 후각(냄새)은 아무 향이 나지 않으면 점수가 높고, 비릿한 향이나 플라스틱 향, 모래나 먼지향, 이끼향 등이 나면 점수가 낮아진다.

청량감은 상쾌한 청량감이 들수록 점수가 높아지고, 밋밋하거나 깔끔하지 않으면 청량감이 낮아진다. 풍미는 짠맛이나 짠향이 없을수록 점수가 높고, 신맛도 신맛이 나지 않을수록 점수가 높다. 그러면서 무게감과 구조감은 높을수록 점수가 높고, 물이 입안에서 부드러울수록 점수가 높다. 균형감이란 풍미, 신맛, 무게감, 구조감 등이 균형을 이룰 때 점수가 높다. 지속감은 물의 특징적인 요소가 지속적으로 입에 남아있을 때 점수가 높다. (자세한 건 소물이에 24화부터 26화까지 참고)

라벨 점수는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정보들이 누락됐거나, 너무 작아서 안 보인다거나, 병뚜껑이 따지게 불편하게 돼있거나 하면 점수가 낮아지고, 라벨 글씨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크기에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들이 충분히 라벨에 담겼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총체적인 품질은 이 모든 항목을 봤을 때 좋은 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해서 훌륭한 물, 좋은 물, 괜찮은 물 등으로 점수를 준다.
 

▲ 제2회 먹는샘물 품평회 심사위원들이 품평했던 물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이제훈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강지원 워터소믈리에,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고재윤 협회장,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영경 부회장, 지춘구 워터소믈리에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올해는 전체적으로 점수 폭이 크지 않았다. 1등을 차지한 딥스 해양심층수(글로벌심층수)가 평균점수 86점을 받았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생수(동해바다 해양심층수, 아이시스 8.0, 풀무원 샘물)는 78점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1등을 차지한 딥스 해양심층수를 제외한 모든 생수가 비슷한 점수대에 위치했다. (2등을 차지한 홈플러스 맑은 샘물(83점)과는 3점이나 차이 났다.)

국내 스틸 생수는 미네랄함량이 적어 생수마다 물맛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차이가 난다면청량감이라던지, 라벨 정보, 약간의 경도 차이 등에 의해 점수가 갈렸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내 점수만 표기했고, 결과만 알기 때문에 다른 심사위원의 평가점수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먹는샘물 품평회 결과의 특징을 살펴보면 유통업체 PB 브랜드의 선전이다. 우리나라 생수 제조업체에선 하나의 생수만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브랜드 생수를 각각 플라스틱 용기와 라벨만 바꾸어서 제조한다.

브랜드를 보지 않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비슷한 수원지에서 나오는 브랜드 생수와 PB 생수의 점수 차는 거의 나지 않았으며, 조금 더 디자인에 신경 쓴 브랜드 생수는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들이 작게 표시됐을 가능성이 있고, PB제품은 보다 가성비나 실용성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들이 라벨에 크게 표기돼어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물을 유통하는 유통사의 신뢰도도 중요하지만, 물을 생산하는 제조원과 수원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물맛과 물의 퀄리티는 브랜드 보다는 수원지와 제조원에 따라 다르다.
 

▲ 지난 3월 진행된 2017 제2회 먹는샘물 품평회에서 심사위원들이 테이스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지원 워터소믈리에, 이제훈 워터소믈리에,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협회장,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지춘구 워터소믈리에<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물의 경도의 특징 또한 이번 평가의 희비를 갈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물이라고 하면 순수한 물을 떠올렸지만, 더 이상 ‘물은 순수하다’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어떤 물에 관한 명언이 읽었는데, ‘인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순수한 물을 마셨던 역사가 없다’라는 문구다. 우리는 항상 땅에서 나온 담수를 마셨기 때문에, 충분한 미네랄이 들어있는 물을 마셔왔다.

우리는 어느 정도 경도가 있는 물에 익숙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물은 외국의 유명 수원지와 비교하여 미네랄 함량이 많이 적은 편이지만, 물의 경도에 대해선 유전적으로 익숙하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우리나라 물 시장에 정수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깨끗한 물, 순수한 물이 자리 잡았지만, 2010년 이후 생수의 성장이 도드라지면서 사람들이 깨끗한 정수기의 물맛보다 뭔가 약간의 맛이 있는 생수의 맛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좋은 평가를 받은 딥스 해양심층수의 경우 경도가 150정도였고, 홈플러스 맑은 샘물은 경도가 92정도였다.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의 오차범위가 있어서 중간점을 토대로 계산했다. 예를 들어, 라벨에 표기된 홈플러스 맑은샘물의 칼슘함량은 26.0 ~ 28.2mg/L, 마그네슘함량은 6.1 ~ 6.2mg/L로 각 함량의 중간점인 27.1mg/L와 6.15를 경도 수식에 대입하면 92.35가 나온다. 경도를 구하는 식은 칼슘X2.5+마그네슘X4=경도이다)

하지만 이번에 아쉬운 평가를 받은 삼다수의 경우 경도가 18정도이며, 풀무원샘물은 41, 아이시스 8.0은 51정도다.

미네랄함량이 높은 물로 알려진 해양심층수 중에서 광동 동해바다 해양심층수는 경도가 90으로 홈플러스 맑은 샘물보다 낮으며, 짠향, 바다향이 약간 있어 후각 부분에서 점수를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 이야기는 국내 탄산수 부문이다. 국내 스틸 생수보다 출품한 물의 개수가 작아 짧을 예정입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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