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39> 남아도는 쌀의 소비 대안! (2)

승인2017.04.18 11:21:51
▲ 박성환 밥소믈리에

지난 칼럼의 계속이다.

5) 무균밥, 냉동 볶음밥

대한민국에 무균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햇반. 상품 초기에는 고시히카리 등 다양한 고품종 쌀을 이용한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가격이라는 벽 때문인지, 지금은 보람찬’이라는 일반계 다수성 가공용 품종의 쌀을 사용한다. ‘보람찬’은 10a당 수확량이 733kg으로 매우 가공 적성이 우수한 쌀이다. 보람찬을 재배하는 농가도 전량 CJ로 납품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햇반은 대한민국의 밥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엄청난 히트상품이며 동시에 쌀 소비에도 앞장선 좋은 상품이다.

일부 이런 상품에 대해 비판적인 맛 평론가들도 있지만, 이런 무균밥이라도 있었으니 이만큼이라도 밥을 먹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밥 품질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직접 밥을 지어 먹어 보면 정말 더 맛있는데, 햇반 때문에 소비자들은 밥하기가 더욱더 귀찮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로 인해 밥맛이 하향 평준화된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보람찬'은 맛있는 품종은 아니다. 가공상품이니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판매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냉동 볶음밥은 현재 풀무원, CJ, 오뚜기의 3파전이다. 볶음밥 특성상 '신동진'이라는 품종이 선호된다.

간편하고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어있다. 한때 대기업 볶음밥 상품들이 출시 시장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붐이 일어 시장은 점점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 일본 냉동 주먹밥 <사진=니치레이 식품>

이런 가공상품들은 쌀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는 없지만, 일본의 경우 냉동 주먹밥 상품도 매우 많이 있다. 최근 그 성장률이 냉동 볶음밥을 앞서고 있다. 이유인즉슨 고령화가 진행되다 보니 젊었을 땐 간단히 빵이나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던 소비자가 밥으로 눈을 돌리 시작하면서다. 냉동 주먹밥을 가득 사서 바쁜 아침 우리의 국밥과 같은 오차츠케를 해 먹는 것이다. 빵이나 샌드위치보다 더 빠르고 편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일부 일본 제품들이 수입될 뿐 아직 우리 냉동 주먹밥 상품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6) 사료

남아도는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사료관리법상에는 반려동물, 가축 등의 구분이 없다. 하지만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다 종이 다른 동물이다. 즉 포유류와 반추동물의 먹이가 같을 수 없다.

남아도는 재고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할 때의 긍정적인 효과는 수입산 사료를 대체하여 사료의 자급화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반추동물인 소는 원래 거친 풀을 먹는 동물이다. 단지 산업화를 위해 단시간에 체중을 불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옥수수나 콩, 쌀 등 전분질 원료를 주원료로 한다. 옥수수나 콩은 GMO 문제가 있다.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란 책을 보면 소에게 옥수수를 먹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보리나 감자 등은 쌀보다 가격이 비싸 경제적이지 못하기에 그나마 쌀이 가격 면과 이미지적인 면에서 좋은 원료가 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는 건초를 먹는 초식동물이다. 그래서 우리보다 먼저 쌀 사료화를 진행한 일본에서는 총체 사료 (Whole Crop Slige)용 벼를 따로 재배한다. 총체 사료용 벼는 쌀알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 전체를 사용할 수 있어 기존 볏짚보다 단백질, 가소화양분 총량이 더 우수하다.

이 역시 경제성이라는 원칙을 위해 쌀 재배비용을 줄여야 함과 동시에 수확량은 일반 식량용 쌀보다 월등히 높아야 사료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 사료용 쌀의 품종 특성으로 첫째 수확량은 일반식용보다 30% 이상 많아야 하고, 둘째 길이가 길어 WCS로써 사용할 짚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면서 잘 쓰러지지 않아야 하고 병충해에 강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구라도 저렴한 옥수수를 사용하려 하지 축산농가에서 쌀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게다 옥수수보다 증체율이 좋은 사료가 없다.

일본의 경우 이미 사료용 전용 쌀이 15종이 넘는다. 사료용 쌀의 기준도 명확하고 재배 매뉴얼등도 명확히 나와 있다.

쌀을 사료화해서 재고를 줄임과 동시에 사료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생각은 찬성이다. 하지만 어떻게 운용될지 최종 상품화 계획 없이 국민의 세금만 지원해서 쌀을 사료화하겠다는 생각은 반대다. 쌀은 옥수수보다 싸지도 않고, 증체율도 나쁘다. 그럼 어느 축산농가가 쌀을 사용할까?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서 쌀을 사용한다고 치자, 쌀로 키운 소가 소비자에게 잘 팔려야 한다. 즉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꼭 그럴 수 있을까? 증체율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마블링도 옥수수 보다 안 나올 수 있다. 단순히 쌀만 섞어 먹이는 수준이 아니라 사료도 거기에 맞게 사료 회사가 개발해야 한다.

이미 가격 좋고 마블링 잘 나오는 좋은 사료가 있는데 기업에서 비싼 쌀로 사료를 만들 이유가 없다. 쌀로 키운 소가 등급이 잘 나온다고 치자 그래도 소비자가 구매를 해야 한다. 당연히 옥수수보다는 쌀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마케팅하기에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쌀로 재배한 소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알리고 홍보를 해야 한다. 이건 누가 해야 하는 일일까? 최종 소비자가 구매를 해 주지 않으면 쌀 사료화는 반쪽짜리 정책, 국민의 세금만 퍼붓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아래 화면은 쌀로 키우는 일본의 한 브랜드 돈육이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사료용 쌀 돼지<사진=히라타 목장>

다음은 반려동물용 PET FOOD이다.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집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에게 사료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차제가 매우 싫지만, 설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겠다.

반려동물용 사료도 관련 법규로 구분을 하면 어려 가지가 있다.

분말, 펠릿, 크럼블, 후레이크, 익스트루젼, 액상, 기타 등이 있고, 그 중 익스트루젼 방식의 건식사료는 쌀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축산 동물에게서 쌀의 역할은 에너지를 공급해 체중을 늘리는 것과 WCS로써 식이섬유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사료에서는 단순히 제형, 즉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가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의 건식사료 구성은 조단백 24~28%, 조지방 12~15%, 조섬유 4~8%, 조회분7~8%, 수분8~10%, 이고 나머지 30%~40%가 전분과 식이섬유가 된다. 익스트루젼 방식의 건식 사료는 고급사료가 아니다. 그래서 실제 대기업 제품들은 전분이 약 20% 정도로 단백질 함량이 훨씬 더 높다.

육식하는 고양이는 쌀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고, 개의 경우 익스트루젼 방식의 사료에서 제형을 만들기 위해 쌀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20% 정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반려동물 사료 No. 1 기업인 로얄캐닌이 우리나라 전북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은 생산량의 80%를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호주 등 수출할 예정이며, 원료는 이 지역의 쌀을 사용한다고 하니 아마 어마어마한 양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7년 공장이 완공된다고 하니 매우 기대가 크다.

쌀의 전분으로 단순히 사료에서 제형이 그 목적이지만, 쌀이 가진 다른 강점이 하나 더 있다. 최근 반려동물의 사료 트렌드는 홀리스틱으로 다른 말로 Human Grade 즉 사람이 먹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원료를 사용해서 사료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쌀로 만든 사료는 Human Grade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쌀을 재배하는 농민의 마음이다. 일본의 경우 보조금 때문에 상당수 밥용 쌀에서 사료용 쌀 재배로 전환한 농가가 많다. 그러나 농민들은 지금까지 최고의 쌀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들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료용 쌀을 키우는 것에 많은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어디를 가보든 쌀을 키우는 농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소나 돼지용 사료를 만들라고 한다면 그들 역시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런 것도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익스트루젼 : 압력 및 온도를 가하여 전분을 호화한 후 부피를 팽창시킨 팽화형 사료

* 홀리스틱 사료 : 미국 농무성에서 인증.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등급의 원료를 사용. 인공합성 항산화제나 살충제, 항생제가 검출되지 않아야 함. 가공하지 않은 곡물을 통째로 사용해야 하고 식품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옥수수, 콩, 밀 등의 원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7) 소재

비싸서 와이프에게 선물하기 망설여지는 화장품이 하나 있다. 쌀로 술을 빚는 양조사의 손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했다는 SK2다. 그리고 그 화장품의 비밀은 피테라에센스다.

▲ 피테라에센스 <사진=SK2>

피테라 에센스의 원료는 술을 만들기 위해 쌀을 발효시키는데 이때 생성되는 특수한 효모인 ‘갈락토미세스’(Galactomyces)다.

다른 명품 화장품보다도 비싸지만,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다.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다. 쌀로 떡이나 국수를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작년 일본 식품 소재 전시회를 가보니 米ゲル(코메겔)이라는 쌀로 만들 겔화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 코메겔 <자료=일본 농업 연구소 기구>

기존의 겔화제 원료들은 대부분 잔탄검, 구아검과 같은 검류와 증점제인 카라기난 그리고 단백질의 일종인 젤라틴, 그리고 다당류인 한천, 펙틴이 있다.

그런데 이걸 쌀로 만든 겔화제로 대체한다면 식품 전체적으로 매우 많이 사용될 수 있다.

쌀로 만든 겔은 밀가루, 젤라틴의 대체가 가능해 빵, 파이, 무스, 아이스크림, 크림 등 폭넓게 식품에 사용될 수 있다.

이렇듯 떡이나 국수 외에도 다양한 곳에 쌀을 사용할 수 있다. 이왕이면 적합한 품종으로 적합한 가공상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일 것이고, 다음은 아직 우리나라에도 더욱 더 다양한 쌀 가공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기업의 투자와 제품개발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다른 상품과 견주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해야 소비자가 선택할 것이기에 제대로 된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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