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샘물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번 주는 자분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자분정. 생소한 단어이다. 샘물, 해양심층수, 빙하수 등은 단어만 들어도 어떤 물인지 바로 떠오르는데, 자분정은 어딘가 모르게 전문가의 냄새가 난다.

영어로는 아테시안(Artesian Water)이라고 하는데, 1126년 프랑스 아르투아(Artois) 지역의 한 수도사가 자분정을 발견하면서, 그 지역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한자로는 스스로 자(自). 뿜을 분(噴), 우물 정(井). 한자 풀이대로는 스스로 물을 뿜는 우물이다. 보통 우물은 땅을 파놓으면 어느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두레박을 이용하여 물을 길어야 한다.

하지만 자분정은 약간 과장해서 만화같은 곳에서 가끔 나오는 데, 우물을 파다가 역으로 땅에서 물을 뿜어 사람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 자분정은 대수층 속 지하수의 수압이 강해 지표면보다 수위가 높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분수형태를 가진다. <사진=위키피디아(왼쪽), commons.wikimedia.org(오른쪽)>

스스로 뿜는 우물이라고 하는 것은 약간 분수 모양을 떠올려도 괜찮은데, 인공의 힘으로 분출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압력으로 분출되는 분수라고 생각하면 쉽다.

대수층 속의 물이 주변 암석 등으로 피압되면서 수압이 올라간다. 수압이 높아진 대수층의 물은 빠져나갈 공간을 찾는다. 보통 용천수와 거의 비슷한데, 자분정이 수압이 더 강하기 때문에 분수처럼 올라온다.

또 용천수는 최초의 구멍이 뚫렸을 때 순간적인 압력으로 잠깐 분수 형태를 만들 수 있지만, 자분정은 그 분수가 어느 정도 일정한 높이를 유지한다. 간혹 구멍이 많이 뚫리거나 대수층에 흡수되는 물의 양보다 물이 많이 빠져나오면 압력이 줄어드는데, 그땐 용천수의 형태를 가지기도 한다. 외국에선 간혹 생수 라벨에 ‘Artesian Spring Water’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도 있는데, 이는 압력이 약해져 물이 분출하기보다는 흐르는 모습의 형태를 가진 수원지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주변 지질의 압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분정은 미네랄의 함량이 높은 편이다. 지질층이 다양할수록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하게 되는데, 간혹 이산화탄소를 담게 되면 그 자분정은 천연탄산수가 된다.

또 물의 압력이 강해서 대수층->표면의 방향으로 압력이 전달되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밖으로 밀어내어 대수층의 오염을 막아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분정은 주로 뉴질랜드, 미국 하와이, 피지에서 Artesian 수원지가 많이 있으며, 이 외에도 유럽 이탈리아, 독일, 노르웨이, 마케도니아 등에도 자분정이 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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