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판매가 허용되기 전 그리고 판매가 허용된 이후에도 얼마 동안은, 우리에게 생수는 익숙한 식수가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90년대에는 아버지와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뒷산에 올라 약숫물을 떠왔었다. 혹은 수돗물에 보리차나 산에서 캐온 식물이나 어떤 나무껍질 등을 끓여 마셨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가끔 시골에 가면 펌프를 통해 지하수 물을 이용했고, 어렸을 적 나는 꼭지 위 펌프를 눌렀다 뺐다 하면서 물을 틀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 마당에는 물 펌프가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는 그곳을 우물이라고 불렀다. 그곳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돌을 쌓은 원통 형태의 우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펌프를 이용하여 쉽게 물을 이용했다.
 

▲ 전남 순천의 한 드라마세트장에 있는 우물 세트장. 옛날 동네 풍경엔 우물이 빠질 수 없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한자를 모르던 어렸을 적 전화기에서 번호를 누르고 우물 정(井)자를 누르라는 지시에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있다. 우물 정(井)자를 배우진 않았지만,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물 정자를 익혔다. 이런 기억 때문에 더 익숙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을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네마다, 혹은 몇 집마다 하나씩 있었던 게 우물이다. 우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수자원이었다. 

우물이 오염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병에 걸렸고, 우물물이 좋으면 온 마을 사람들이 장수를 하고, 그 우물이 소문이 나 전국에 사람들이 물을 떠갔다. 우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
 

▲ 낙안읍성에서 찍은 우물의 모습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우물은 지하수를 끌어 올린 물이다. 지하수는 지표로 나오는 과정 혹은 형태에 따라 구분되는데, 바위의 틈으로 용출되는 물을 용천수 혹은 샘물이라고 하고, 수압이 강해 분수처럼 오르는 피압 지하수를 자분정이라고 한다. 샘물과 자분정을 제외하고선 자연적으로 지표로 나오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에 있는 물을 이용하기 위해선 인공적으로 밖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 물을 우물이라고 한다.

기계적 펌프의 힘으로 퍼 올리기 위해서 취수공을 수직으로 파놓고, 관을 세로 방향으로 꽂아야 한다. 가끔 주변 산이 높은 골짜기 형태에선 산방향으로 수평으로 꽂아 산 아래의 지하수에 물을 얻기도 한다.

취수공을 파고 나서 물이 자연적으로 용출한다면 샘물로 인정받기도 한다. 우물은 피압이 그 정도는 되지 않기 때문에 인공적인 힘이 아니라면 자연적으로 용출할 수 없다. 그래서 오염 물질이 들어와도 내뿜을 힘이 약하다. 그래서 오염에 굉장히 취약하다.

생각보다 생수 중엔 샘물이 아닌 우물이 많다. 생수 제조회사에서는 오염에 취약한 우물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라벨에 원천을 알리지 않고 있다.

현재는 많은 우물들이 자취를 감췄지만, 전 세계적으로 우물은 인류가 많이 의존했던 형태임엔 틀림없다.

다음 주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워터엑스포에 세션 연사로 초대돼, '대한민국의 프리미엄 워터', '대한민국의 워터소믈리에 자격증'에 대해 발표하러 갑니다. 그래서 칼럼은 중국 광저우 출장 때문에 한 주간 휴재합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