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훈의 와인 스토리텔링] Wien, Wein , 그리고 나의 人生行路

'삶의 막다른 시기에 만난 와인', 누구나 첫경험의 기억은 강렬하듯 와인과의 첫만남도 그러하다.
승인2017.06.13 09:12:58

Wien은 비엔나의 독일어 표기이고, Wein은 와인의 독일어 표기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을 어떻게 한마디로 전할수가 있을까?

구태여 십수년간의 유럽생활을 한구절로 요약 한다면 "다양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이다" 정도일 것이다. 문물의 교류가 손쉬운때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일이 허다하지만 아직도 유럽 정신문화의 일부는 짱짱하게 지켜지는것이 있다.

사람답게 사는것이다.
다른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전부를 편견없이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며, 타인과 자신에 대한 존중이며 관용이며 포용이다.

다양한 가치를 서로 인정해주는 사회적분위기는
내가 훗날 와인을 선택하는데 큰 명분이 되어주었다.

▲ 빈대학 노벨상수상자 메모리홀 <사진=Alex Barrow >

청년기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인 빈은, 지금까지도 내의식의 내밀한 부분을 적시고있다. 개인의 정체성이 개인속에 體化된 시대의 量이라고 한다면 그곳에서의 추억은 끝임없이 호출되어 내 삶에 영향을 미칠것이다.

그곳에서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누구나가 첫경험의 기억은 강렬하듯이 와인과의 첫만남도 그러하다.

삶의 막다른 시기에 만난것이 와인이다.

미래는 보이지않았고,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었고, 공부는힘들었다. 동굴에 갇힌 생쥐같이 눈을 반짝거리며 찾아낸 출구가 와인의 세계였다.

기가막히게도 내가 가지고있던 좁쌀 만큼의 인문학적 소양도 나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데 큰 무기가 되어주었다.

교장선생님의 맏이로 태어나 한국사회에서 짊어져야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선택한 독일유학, 의사라는 직업은 애당초 나에게 맞지않은 옷이였다.

독일 하이델베르그대학 에서 빈대학 의학부로 건너간것이 운명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빈은 와인이름과 거의 비슷했으니까~

▲ 빈대학 본관 <사진=Alexander Johmann>

빈의과대학 해부학교실앞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유명한 와인가게가 있었다.

시체를 앞에 두고 몇시간을 씨름하다가 도망치듯 뛰쳐나와 찾은곳이 Wein&Co 라는 와인샵이다. 속이 울렁거려 거의 토하기 직전이였다.

어찌 잊을수가 있을까,
"Sauvignon Blanc, Weingut Tement"

뇌를 박하수로 씻어낸것처럼 시원해졌고,
알프스산자락의 어느 풀내음인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움켜쥐고있다가

터뜨린 산딸기인지 모를 향때문에
울렁거리던 속은 말끔해졌다.
운명인지, 장난인지
그날 와이너리 주인인 Manfred Tement 가 그곳에 있었고
몇잔을 더 마셨고, 그날 해부학실습은 자체 휴강이였다.

세상일이 그런것 같다.
교통사고처럼 예측할수없이 상황은 생기고,
사람은 만나고
또 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것이 달라지기도 한다.

Manfred Tement는 몇년 후, 디플롬 소믈리에과정에서 거짓말처럼 재회하게되고, 지금까지도 든든한 조력자로, 친구로, 의사를 포기하게한 원흉으로 남아있다.

▲ 크림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Belvedere 궁 <사진=Werckmeister >

Wien은 비엔나의 독일어 표기이고, Wein은 와인의 독일어 표기이다.
 

▲ 권 기훈 교수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 권기훈 a90049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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