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주와 한식의 세계를 추구하는 콤비 "백웅재대표 와 차민욱셰프" 인터뷰 2편 세발자전거 시즌2 조용하고 꾸준한 한식의 재발견, 그리고 ‘감정’ 편 입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시즌이 바뀐다면 뭔가 많이 변화가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시즌2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저희가 이 일을 하는 동안은요. 음, 이게 설명을 좀 많이 필요로 하겠네요. 사실 이건 이미 작업을 시작한 문젠데요, 일단 여기서 또 다른 질문, 의문이 등장합니다.

Q 매사에 의문이 많으신 것 같아요(웃음), 어떤 질문인가요?

 일단 요리사들이 식재료를 너무 잘 몰라요. 저 자신도 그렇고. 호텔에 있을 때는 식자재 발주도 다 업체 통해서 했지 장보러 가고 그런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보면 돼요. 편하긴 한데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었어요.

▲ 지방 전통시장 <사진=세발자전거 제공>

Q 장을 보지 않는 요리사라, 음 그래도 식자재 유통업체에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품질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지 않나요? 오히려 개인적으로 장 보는 것보다 장점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은데요?

 네 그 말씀은 맞아요. 특급호텔 정도 되면 업체 통해서 어지간한 것 다 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세발자전거에 와서 보니까 세상엔 제가 모르던 게 참 많은 것 같다고 느꼈어요.

Q 세발자전거에서 새로운 식재료들을 접하시게 된 건가요?

차 그렇습니다. 가게는 작지만 새로운 것 찾아 쓰는 것으로는 저희가 정말 열심이에요.

▲ 전통장마을 <사진=세발자전거 제공>

 술도 그렇지만 분명 좋은 것인데 ‘유통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도태되는 것들이 참 많아요. 예를 들어 토마토 같은 경우, 제가 유학시절에 스파게티 자주 해 먹었거든요. 빨간 토마토 잘 익은 거 사서 십자로 칼집 내서 삶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건져서 꼭지 부분을 쥐고 힘을 좀 주면 알맹이가 쏙 빠져나와요. 그럼 그걸 가지고 소스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 오니까 그런 토마토가 없어요.

Q 음, 품종이 달라서 그런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품종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잘 안 무르고 단단한 것이에요. 우리나라 토마토는 칼집 넣어서 백날 삶아도 껍질과 알맹이 분리가 안 돼요. 맛도 신맛이 충분치 않고 그렇다고 단 것도 아니고요. 저도 그냥 우리나라는 품종이 다른가 했었다가 어떤 외국 책을 보고 알았어요. 유럽도 요즘 대형슈퍼에 가면 그렇데요. 옛날에 먹던 빨갛고 맛있는 토마토가 아니라 푸르뎅뎅하고 단단한, ‘테니스공 같은’ 토마토라고 표현하더군요.

Q 왜 맛난 토마토는 안 팔죠? 당장 소비자 반응들이 이렇게 나오는데?

유통하기 어렵거든요. 물러서 버리고, 그러면 다른 토마토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실 저도 장사하는 입장에서 제품이 그렇다면 난감한 것은 이해할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취급하는 프리미엄 한주들도 유통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그렇긴 한데, 저희 같으면 그렇다고 술을 살균하거나 해서 유통하기 편하게 만드는 방식을 추구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살균주는 세발자전거에서는 절대 취급 안 하는 원칙을 추구하고 있지요. 진짜 좋은 것은 그만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겁니다. 그게 저희가 일하면서 깨달은 거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요.

‘편하고 싸게’는 대형유통업체와 대량소비의 논리죠. 한 마디로 그건 생명의 논리나 사회적 공정성의 논리, 진짜 좋은 것을 만들고 소비하는 논리가 아닙니다. 빨리 많은 돈을 벌려는 사람들과 싼값에 적당한 즐거움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논리지요. 뭐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패스트푸드점 같은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 살균하지 않고 첨가물이 없는 다양한 프리미엄 한주 <사진=세발자전거 제공>

 요즘 마트에서 파는 망고들도 옛날보다 많이 단단하고 단맛은 적어요. 요즘 홍옥 사과 보신 적 있으세요? 없으실 걸요. 후지계열의 새로운 품종들이 나와서 홍옥 사과나무는 이제 다 베어버리고 새로 심었어요. 양식하는 전복은 미역, 다시마만 먹여서 키워서 자연산하고 거의 차이가 없다고들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오징어가루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간 사료 먹여요. 빨리 몸집 불리려고 단백질셰이크 먹이는 것 같은 거죠.

물론 이런 일들이 불법은 아니에요. 어떤 시도는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더 좋은 것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좋다라는 게, 빨리 많은 돈을 벌기에 좋다는 거라면 대부분 맛이나 안전성 같은 것을 희생하게 되더군요.  

 술로 얘기하자면 아스파탐 같은 합성 감미료나 와인에서 메가퍼플 같은 첨가제 등, 이런 예는 끝이 없어요. 그런데 ‘돈의 논리’가 가져오는 결과가 뭔지 아세요? 결국은 돈 있는 사람들만 돈 벌어요. 대형유통업체, 이런 기술 개발한 초국적 기업들이 돈 벌지 생산자나 소비자는 결국 이 과정에서 소외되서 돈벌이만 시켜주고 마는 거에요.

Q 결국 누구의 논리냐, 무엇을 위한 기술이냐가 중요한 것이겠군요.

 사람들이 이제는 인스턴트식품을 소비하거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졌어요. 그래도 어쨌든 요리사들이 중계인으로써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먹거리를 선택하고 어떻게 조리할지,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 이런 건 식당이나 요리사들의 책임이겠죠. 그런데 요리사들 자체도 재료를 모른다, 심지어 장을 보러 직접 가는 요리사도 많지 않다,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요리사들도 결국 이 돈벌이 구조에서 들러리나 서게 되는 결과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리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시장에 가고 현지에 가보는 걸 좋아해요. 문제는 그럴만한 시간적, 금전적 여유들이 없다는 거지요. 세발자전거 시스템은 제가 지방에 출장 가서 이것저것 흥미로운 게 보이면 집어와서 차솊한테 던져줘요. 그럼 그걸로 뭔가 척척 요리를 만들거든요. 구해다 주는 보람이 있지요.

▲ 호랑이콩(위/좌측), 선비잡이콩(위/우측), 가격과 품질이 다른 다양한 김(아래) <사진=세발자전거 제공>

 대표적으로 선비잡이콩이나 호랑이콩 같은 토종콩이나 질 좋은 김, 프리미엄급 전통장류 같은 건 웅재형 없었으면 쓸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가끔씩 2~3일 지방에 가서 놀다오는 줄 알았는데(웃음) 뭐 좋은 것 많이 구해다 줘서 요리사로서 아주 고마워하고 있어요.

백 제가 구해오는 것 중 일부는 진짜 사라져가는 토종이라던가 너무 생산자가 적고 연세 드신 분들이 옛날부터 해오던 일을 돈보다는 정을 못 끊어 이어오시는 거라 곧 없어질 수도 있는 것들이에요. 그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도록, 저희가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 아니 그보다 그냥 이렇게 좋은 것들을 다른 식당이나 요리사들도 많이 알고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블로그며 페이스북이며 여러가지 해오던 것 외에도 ‘프로젝트 미식사전’이라는 것을 시작하려 합니다.

Q 뭔가 근사하게 들리는데요? 프로젝트 미식사전이란 게 뭐지요?

 이렇게 저희가 지방을 다니면서 새롭게 발견한 먹거리들, 아니면 기존 먹거리들에 대해서 공부한 것들을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도 하고, 좀 공개적으로 알리려는 계획이에요.

Q 그럼 이런 식재료를 발굴하고 사용하는 것이 세발자전거의 시즌2가 되겠군요. 거기에 이런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까지.

차 네, 세발자전거의 시즌2는 조용하고도 꾸준하게 한식을 재발견하는 거에요. 법고창신이란 말씀을 드렸지만 일단 우리땅의 식재료에 대해서 더 잘 아는 것, 그리고 그걸 다른 동료 요리사들과 나누는 것, 그것이 저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에요.

이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계속해서 해나갈 일들이고요, 시즌2의 또다른 테마는 ‘감정’이에요.

Q 어떤 감정인가요? 음식을 먹으면 편안해지고 고향이나 어머니 같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감정인가요?

백 그런 감정도 있겠지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것도 있지만 좀 미래지향적이랄까? 그런 감정을 추구하기도 해요. 세상에 몇 가지 맛있는 음식이 있느냐, 어머니의 숫자만큼, 그런 말도 있는데 그런 게 좀 지겹더라구요. 물론 현재 식문화가 과거의 좋은 점을 잃어가고 있다는 거, 새로운 것은 대개 이윤이라는 동기 때문에 생겨나고 있다는 건 압니다만, 곧 뭔가 새로운 거, 발전적인 것을 필요로 하는 때가 올 거라 생각해요. 언제까지 추억만 팔고 살 수는 없잖아요?

차 기본적으로 저희가 누구 따라가는 걸 안 좋아해요.

백 제 나이에 자꾸 추억 얘기하면 바로 꼰대 취급 받아요.(웃음)

Q 새로운 감정,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다 그런 목표인가요?

뭔가 엄청 거창해지는데,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다라기보다는 맛을 느끼는 새로운 방식을 탐구해보고 싶어요. 음식 맛을 얘기할 때 자꾸만 추억팔이가 되는 게, 어떤 특정한 맛과 향이 과거의 경험을 강하게 소환하는 능력이 있는 건 맞거든요. 그런데 그런 맛과 향을 통해서 과거가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을 상상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단순히 요리를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창조, 경험, 한계 이런 범주들에 대해서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고요, 맛과 향이 두뇌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공부가 더 필요하고…, 얘기 하다보니 저희가 뭔가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군요.

 웅형이 자꾸 일을 키우는 스타일이에요. 실제로 구현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사고치는 거죠.(웃음)

 예산을 만들어야 하는 내 입장에서 보면 사고치는 건 항상 너야.(또 웃음)

차 그래도 그런 게 좋아요. 누가 전국을 다니면서 귀한 먹거리도 구해다 주고 이런 자극도 주고 하겠어요. 게다가 예산도 만들어오고(또또 웃음)

Q 두 분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척 하면서 잘 챙겨주시는 느낌이네요.

 어휴, 제가 일방적으로 셰프님 모시는 거죠.

차 원래 예술가한텐 좀 그래도 되는 거야.

 돈 벌어주는 예술가면 열심히 모시지 내가.

Q 자, 많은 시간이 지나서 이제 좀 정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세발자전거와 두 분의 향후 계획을 좀 말씀해 주세요.

 시즌2는 4월에 시작하고요, 4월초에 쇼케이스가 있을텐데 그 때는 기자님도 초대할께요. 저희 새로운 시즌 기대 많이 해주시고, 새로운 술도 저희가 또 준비할께요.

차 시즌2의 쇼케이스는 아마도 홍콩에서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 홍콩에서의 시음회 <사진=세발자전거 제공>

Q 와우!! 홍콩에서요? 홍콩에 분점이라도 내시나요?

백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해보고 싶지만 아직까지 그런 단계는 아니고요, 뭔가 제안이 있어서 오가고 있는 중이라는 정도만 말씀드릴께요. 쇼케이스 부분도 구체적으로 조율할 부분이 많아서 좀 복잡하긴 하지만, 네 홍콩에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쪽에서 원하시는 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Q 홍콩에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식당들도 많은데 거기서 두 분이 꿈을 펼치고 한주와 한식을 널리 알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좋겠네요. 긴 시간 감사드리고 꼭 꿈을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백,차 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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