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의 소물이에] <44> Fine Waters Summit 후기, 수원지와 브랜드

여러분은 물을 선택할 때 무엇을 보고 고르시나요? 선택 기준을 따로 갖고 계신가요?
승인2017.07.12 17:55:22

덴마크의 프리미엄 워터인 이스킬데(Iskilde)의 마케팅 디렉터인 잰 벤더(Jan Bender)가 지난 서밋에서 ‘프리미엄 워터 카테고리(Premium Water Category)’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때 사람들이 프리미엄 워터를 선택하는 기준과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때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생수 시장과 소비자들의 비교를 했다. 대륙별 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의 프리미엄 워터들이 미국 수출 초기 많은 애를 먹었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수원지의 우수성에 대해 어필하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졌는데, 소위 ‘브랜드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수원지에도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가 없으면 힘들다는 것이었다.

유럽의 지하수 환경과 그들의 오랜 생수의 역사(상업화 측면의 역사)에 의해서 유럽사람들은 물을 선택할 땐 수원지를 꼭 확인하고 구매하는 습관이 있는데, 미국과 아시아에서는 그렇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모두가 알다시피 네슬레, 코카콜라, 펩시가 음료 시장을 잡고 있고, 사람들도 당연히 마트에서 그 세 개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그 세 회사의 신뢰도도 높다. 물에 대한 깊은 이해나 고민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네슬레 워터(Nestle Water)나 코카콜라의 다사니(Dasani), 펩시의 아쿠아피나(Aquafina) 등을 선택한다. 이 물들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 외에도 가격이 싼 이점이 있다.
 

▲ 왼쪽부터 펩시의 아쿠아피나, 코카콜라의 다사니, 오른쪽은 패밀리마트의 생수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유럽 물들이 다사니나 아쿠아피나 같은 수돗물(두 병물은 Purified Water로 두 병물의 카테고리는 수돗물로 들어간다)과 경쟁하니, 처음엔 자사의 물이 나오는 수원지의 우수성에 빠져 미국에 진출하지만, 결과는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 시장에선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1호 생수 박사인 이상선 박사의 논문 ‘먹는샘물의 평가지표개발에 관한 연구, 2014’을 보면 먹는샘물 선택속성에선 ‘지역’, ‘성분’, ‘가격’, ‘맛’, ‘건강’, ‘패키지 디자인’ 등 이상 6개 지표가 중요 지표로 도출되었다.

각자 한번 생각해보자. 물을 고를 때 그 물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골라보자.

지역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이 물이 제주도에서 나오는지, 태백산맥에서 나오는지, 철원 DMZ에서 나오는지, 지리산에서 나오는지 혹은 강원도 속초 바다 심해에서 나오는지를 판단해서 구매할 것이다.

성분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불소 등의 성분을 확인하고, 무기질(미네랄)이 많은 물을 선택할 것이다.

가격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중에 제일 저렴한 물을 선택하거나(절대적으로) 고민되는 몇 가지 후보 중에 가격이 착한 물을 선택할 것이다(가성비로).

맛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물맛(실제로 존재하고 느끼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는)이라고 하는 각자의 기준으로 선택할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음용 경험을 토대로 선택할 것이다.

건강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이 물이 알카리수인지, 수소수인지, 즉, 물에서 주목할만한 수치를 갖고 있는 성분이 있는지 혹은 병을 고쳤다는 이력이 있는지에 따라 물을 선택할 것이다.

패키지 디자인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유리병 혹은 PET의 모양, 색, 크기 등 디자인을 보고, 편리성 혹은 안전성을 고려할 수 있으며, 라벨의 글씨 폰트와 크기 등을 볼 것이다.

이렇게 나눌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크게 이 항목들에 대해서 내가 열거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할 것이다.

다시 브랜드와 수원지 이야기를 하자면, 브랜드 안에는 결국 지역, 성분, 가격, 맛, 건강, 패키지 디자인, 신뢰도 등이 포함된 개념일테고, 수원지는 단순하게 지역만을 고려하는 개념이지만, 더 넓게 보면 성분, 맛, 건강 등이 포함된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잰 벤더가 지적했던 문제는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위의 개념을 모두 포함해 완성된 이미지인데,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물 브랜드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수 중의 하나인 프랑스 광천수 에비앙(Evian)은 알프스 산맥의 프랑스 지역 에비앙이란 지역에서 나오는 용천수(Spring Water)이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업화해 병물로 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50년대 넘어 ‘아기와 수유하는 임산부에게 좋다’라는 광고 카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세계적인 식품회사 다농(Danone)이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하늘색의 패키지와 알프스 산맥을 형상화한 로고는 에비앙이란 물을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우리가 수입생수, 프리미엄 워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비앙이란 물은 200년 가까이 유통된 물이면서, 건강, 수원지, 신뢰도 등을 획득한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브랜드 제주 삼다수를 예로 들어 보겠다. 제주 삼다수는 우리의 대표적인 섬인 제주도에서 생산하며, 우리나라 생수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물 브랜드이다. 110회 이상의 한라산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천연 현무암질 천연 화산층을 통과한 자연 그대로의 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삼다수와 육지에서 생산되는 다른 생수랑 비교해 물맛을 알아맞히진 못하지만,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나오는 물을 믿고 기꺼이 구매한다.
 

▲ 왼쪽부터 피코크 봉평샘물, 이마트 블루, 씨유 헤이루 미네랄 워터, 네슬레 퓨어라이프, GS 유에스 맑은샘물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하지만, 유통회사가 강세임에 따라 PB(Private Brand)가 확대되고, 수원지 등 다른 요소들은 가려지고, 유통회사의 브랜드만이 강조되고 있다.

많은 지인들이 내게 자신들이 구매하는 물이 괜찮은 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묻는다. “나는 네슬레에서 나오는 물을 사 마셔, 괜찮아?”, “나는 코스트코에서 커클랜드 물 사마셔”, “이번에 이마트 노브랜드 물 싸던데 괜찮지?”

굉장히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이게 유럽사람들이 처음 미국에서 느꼈던 당혹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유통회사는 말그대로 물을 유통하는 회사이다. 회사는 어느정도 도덕적, 도의적 책임을 갖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조직이고, 수많은 물 리스트들 중에 더 많은 수익을 줄 물을 선택하여 유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신뢰하는 유통회사를 전적으로 믿기 보다는 그 물이 나오는 생산지, 수원지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네슬레에서 유통하는 물’이 아닌, ‘네슬레에서 유통하는 경기도 포천의 물’, ‘이마트에서 유통하는 강원도 평창의 물’, ‘씨유에서 유통하는 충북 청주의 물’, ‘CJ에서 유통하는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나오는 해양심층수’, ‘피코크가 유통하는 캐나다의 빙하수’ 등 수원지 정보에 대해 더욱 고려해야 한다.

최근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는 사실 수원지를 포함하지 않는 생수회사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브랜드이다. 롯데는 ‘아이시스’와 ‘아이시스 8.0’을 생산하고 있으며, ‘아이시스’는 파란 라벨, ‘아이시스 8.0’은 분홍색 라벨을 사용하고 있다. 거기다 ‘아이시스’는 경기도 양주, 연천 등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아이시스 8.0’은 경북 청도, 전북 순창, 충북 청주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아이시스’는 pH 6.9에서 7정도의 중성수이지만, ‘아이시스 8.0’은 7.7에서 8.3 사이의 알카리수이다. 사람들은 수원지 정보 보다는 ‘아이시스’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갖고 구매한다.
 

▲ 아이시스 브랜드를 활용하며 수원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근데 최근 ‘아이시스’ 브랜드가 재밌는 기획을 했다. ‘아이시스 평화공원 산림수’, ‘아이시스 금수강산 순창수’를 출시했다. ‘아이시스’ 브랜드는 이미 사람들에게 각인된 브랜드이기 때문에 상품명에는 가져가고 ‘평화공원 산림수’, ‘금수강산 순창수’ 등의 수원지 정보를 라벨에 확대해서 표기했다. 제품명에도 이 이름을 포함해 유통되고 있다.

‘처음부터 전부 만들어진 브랜드’에서 ‘있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로의 변화이다. ‘아이시스’의 다음 제품이 무엇일까 벌써부터 기대되며, 이 변화에 따른 다른 생수제조·유통회사들의 새 전략 등이 기대된다.

우리는 ‘제조회사가 만든 물’을 마시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서 병입한 물’을 마시는 것이다. 우리나라 먹는샘물은 현행법상 수원지를 라벨에 크게 표기해야한다. 이미 법적으로 수원지의 가치를 다양하게 보호하고 있는데, 무시하는 것은 우리다. 이제 똑똑하게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은 사 마시는 우리의 몫이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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